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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
마주치게 된 초면의 젊은 목사 한 분이 다짜고짜 내게 물었다. "구원의
문제는 해결이 되었습니까?" 나를 전혀 모르는 목사니 그런 것이
궁금한가 보구나 생각하며('교회멤버쉽 마케팅'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으며)
이렇게 대답했다. "네, 대충 됐습니다." "대충"이란
말을 넣은 것은, 초면에 너무 확정적으로 말하는 것도 어색하고 해서였다.
비록 난 개신교 교회에서 뜻하는 '구원받음'의 과정을 겪었고, 더 이상
'구원 못받음'의 공포에 시달리지 않아도 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그
목사는 이 때를 놓치지 않았다. "대충" 해서는 안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속사포처럼 쏟아지는 그 공식과도 같은 설교가 내 이성을 마비시켰다.
나는 그가 단시간내에 쏟아내는 엄청난 깊이가 있을 성 싶은 - 그러나
그가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는 않을 성 싶은 - 정보를 디코딩(decoding)
할 수가 없었고, 그 문장의 구성성분들을 구문론적으로 조합시킬 수가
없었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내가 그의 말을 잘랐다. '나도 이 장사
한 두 번 겪어본 거 아닌데 말예요...'식으로(다른 표현을 썼지만) 운을
떼면서 - 개신교 신도의 전도 공략에 속수무책으로 당한 것이 한 두
번인가 - 당신이 나를 모르는데 어떻게 [감히, 이렇게 무례하게] 남의
내면의 구원 문제를 함부로 이래라 저래라 할 수가 있겠는가 하는 말로써
그와의 원치 않았던 대화를 종결 짓고 내 갈 길을 갔다.
얼마
후 그 목사와 또 마주쳤는데, 이번엔 함께 있던 그 부인인 듯한 분이
똑같은 예의 속사포 공격을 퍼부어댔다. 초면에, 만난지 10초도 안되어서,
큰길에서! 나의 가장 큰 약점 중의 하나: 타인이 내게 이런 저런 결정을,
판단을 내릴 것을 강요하면 참지 못하는 것. 아드레날린이 뿜어져나옴을
느꼈다. "이보세요, 젊은 양반, 댁이 나를 언제 봤다고 남 사생활에
이래라 저래라 무례하게 명령을 합니까? 댁은 나만큼이나 매일 철저하게
신앙수행하고 있습니까?"라고 쏘아붙이려 했다. 그런데... 그러려다
그만 뒀다. 갑자기 아드레날린이 증발해 버렸다. 왠지는 알 수가 없었다.
나는 그저, 이런 곳에서 자세한 얘기 하기가 적당치 않군요 라고 조용히
말하고는 바삐 갈 곳이 있다며 그 자리를 피했다. 심지어는 얼굴에 미소도
띄우고선.
분노를 표출시키지 않은 건 참 잘했다.
하지만,
돌아서면서도 내가 왜 피하는 거지 하는 의문이 들었다. 난 정말은 한
번 크게 싸워보고자 하는 호전성을 안에 품고 있었던 것만 같다. 특히
그 동안 나를 '능멸했던(^^)' 부류의 개신교도들과 정면으로 부딛쳐서,
'그렇게도 예수님 뜻을 따르고 싶으면, 네 이웃에게 잘 알지도 못하는
말 쑤셔넣으려는 억지 좀 그만 부리고, 제발 네 이웃들 안에 계시는
'하나님'을 발견하고, 그 '하나님'의 사원인 네 이웃을 섬기는 법부터
먼저
배워라'라고 일갈을 해대고 싶었던 것 같다.
그러나 하지 않았다.
부글부글 끓던 나의 호전성은 곧 사그라들었고, 내가 한 번 그런 마음을
품었음으로 인하여 순간적으로 일종의 감정적 해소가 일어났던 것 같다.
아니면 내면의 신께서 나를 붙잡아 앉히셨든가.
그런데, 그러면서
떠오른 생각이 있었다. 우리 나라 개신교의 전도 방식은 참으로 우리
나라 학교의 교육방식과 비슷하기도 하구나. 둘 다 그야말로 '주입식'이구나.
주입식 전도, 주입식 교육. 내가 젊은 시절에 기성세대와 '체제'에 대해
품고 있던 호전성과 적대감을 키워준 건 다름아닌 '주입식' 교육 - 자발적인
인식욕구를 압살했던 - 이었다. 그리고 내가 배타주의적 개신교에 대해
품고 있던 호전적인 적대감을 키워준 건 역시 '주입식' 전도행위 - 자발적인
신성의 추구를 짓밟는 - 였고.
학생이 자발적으로 배우고 싶은
마음이 들도록, 배우려는 호기심이 일어나도록 유도할 때에 진정한 교육이
이루어진다. 그 외의 모든 타율적 '교육'은 단순히, 엄청나게 비효율적인
정보의 암기에 불과하다. (나는 타율적 학습과 암기의 '불가피한' 현실적
기능성을 옹호하는 논지에 대해서도 인생과 영혼의 진화의 차원에서
철저하게 반대한다.) 그리고 진정한 교육이란 가르치는 이가 학생 내면의
배움에 대한 잠재욕구와 능력을 끄집어내줄 때 비로소 시동이 걸린다.
(이런 것이 우리의 학교 환경에서 얼마나 실현시키기 어려운 일일까
하는 것은 더 이상 말을 꺼내는 것이 진부할 정도다. 내가 선생님이었다
해도 별 도리가 없었을 것이다.) 마찬가지로, 진정한 포교, 또는 전도는
예비신도에게 교리 - 선생 자신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 를 억지로
쑤셔넣는 것으로는 달성이 안되고(비록 때로는 달성이 된 것처럼 보이는
극도로 운좋은 경우도 있지만), 신도의 내면에 있는 신성에 대한 희구를
건드려서 신도가 스스로 신성에 손을 뻗치도록 도와줄 때에 일어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나라의 교육 현실이 급변하는 사회에 맞춰
변화하고 있듯이, 우리 나라의 교회 활동도 사회에 맞춰 변화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교회가 변화하길 바라는 이유는 내가 기본적으로 기독교를
존경하기 때문이다.
내가 개신교 교회와 거리를 두는 기본적
이유는, 그들만이 다른 '길'을 무시하기 때문이다. 다른 아무도 개신교
교회더러 잘못된 구원의 길로 가고 있다고 지적하지 않는다. 모두 제
갈 길을 성실히 가면 되는 것일 뿐. 그런데 유독 개신교만이 다른 이들이
가는 길을 부정하고, 무시하고, 시비를 건다. 내가 존경하는 신앙의
스승인 한 기독교인마저도 이슬람은 길이 아니다라고 공언한다. 이미
그 길을 통해서 신에게 이른 수많은 이슬람 교도들은 어쩌라고... 수많은
이슬람 교도들의 천년 이상의 구도와 수행과 간구와 기도를 어떻게 그리
'심판'해 버릴 수 있는지... 개신교의 배타주의적 오만은 진정으로 나를
슬프게 한다. 특히 내가 예수를 진정한 스승으로 믿고 있기 때문에(물론
이런 말마저도 불경하다 할 분도 많겠으나).
개신교의 배타주의로
인해
나의 호전성이 증폭되었다. 사회에 퍼져 있는 개신교 거부심리에도
아마 나와 유사한 경우가 많이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나의 호전성은
다행히 슬픔으로 '진화'해 버렸다. 사회의 거부심리도 쉽사리 그렇게
될까는 의문시된다. 나는 개신교 교회가 배타주의를 버리기를 희망한다.
스님과 신부님과 목사님이 사이좋게 서로의 구도를 북돋워주고 길벗이
되는 것이 불가능할까? 은근히 그러는 분들도
이미 꽤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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