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go

자아의 영광 (2001년 2월의 생각; 2002/8/3)

수행을 본격적으로 시작한지 두해 정도가 지났다. 신의 사랑을 믿게 되고, 나의 선함을 보게 되면서, 많은 정신적 진보가 이루어졌음을 느낄 수 있다. 이제 내가 바라는 것들은 (거의) 모두가 매우 순수하고 깨끗하며 고귀한 그런 것들이다. '사랑'이라는 대전제를 거스르지 않는 그런 것들이다.

수행을 시작하기 이전에도 그다지 사악한 인간은 아니었으나, 그때와 비교해 보아도 이제는 모든 이들의 평화와 행복을 기원하는 마음가짐을 갖게 되었음을 느낄 수 있다. 심지어는 나에게 해꿎이를 하는 이들에게까지도. 그리고 그런 해꿎이마저도 신의 선물임을 어렵사리 깨닫곤 한다. 수행을 시작하기 이전에도 그다지 무절제한 인간은 아니었으나, 그때와 비교해보아도 이제는 오감(五感)만을 만족시키고 싶은 충동이 (꽤) 많이 줄어들었다. 먹는 것, 입는 것, 집, 자동차, 섹스 등 여러 면에 있어서. 그 대신 내 영혼이 바라는 것이 무엇일까에 줄곳 관심을 기울일 수 있게 되었다 - 때때로 완전히 까먹어 버려서 문제이긴 하지만.

이렇게 평면적으로 단순하게 보면 지난 2년 간의 나의 수행정진의 성적표는 그다지 나쁘지 않은 것도 같다. 그러나 나는 잘 알고 있다. 나의 정신적 성장 또는 진보가, 나의 영적인 고귀함이, 문득 문득 나의 자아의 영광을 드러내줄 도구로써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것을.... 신의 영광을 드러내주는 것이 아니라 기껏 나의 자아의 영광을 드러내주는 도구로써....

수행 초기에는 바이블의 다음 구절을 새겨 읽으며 위선을 넘어서고자 했었다. '율법학자들을 조심하여라. 그들은 기다란 예복을 걸치고 나다니며 장터에서 인사받기를 좋아하고 회당에서는 가장 높은 자리를 찾으며 잔칫집에 가면 제일 윗자리에 앉으려 한다. 또한 과부들의 가산을 등쳐 먹으면서 남에게 보이려고 기도는 오래 한다'(마르코 12:38). 이제 율법학자의 위선의 수준을 꼭 뛰어넘었다고 말할 수는 없을 지 몰라도, 좀 더 수준 높은(?) 위선을 경계하지 않을 수 없게 된 셈이다. 나의 고결함이 나의 자아를 만족시켜주고, 그런 만족감으로 인해 신의 은총을 잊고 더욱 자아의 만족을 추구하게 되는 위선.

해탈이란 어찌 보면 아주 간단하다고 말하는 스승들도 있으나, 나같은 범인에게는 역시 간단한 일은 아닌 것 같다.

'수행일상 2002'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