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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던 연구소를
사직하기 얼마 전에 끄적인 일기입니다.]
이른 아침, 사무실.
어제
귀가길 운전 도중에 문득 생각났다. 얼마나 오랫동안 나는 인생의
허영을 좇고 있었던가. 허영, 허상, 엘리트, 박사, 교수, 학식,
품위, 존경, 명예.... 그러했던 나의 덧없는 모습이 가엾어서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상실의 시대'에는 자기연민에
빠지는 것을 경멸하는 완벽주의자가 나오지만...
이제 내게 남은
것은 허상이 아니라 본질. 내 인생의 숙명인 본질과의 조우를 감행하는
일 뿐. 모든 다른 '현실적'인 문제들은 이를 따라오게 되리라는 것을
나는 잘 알고 있다.
내 인생의 본질적인 일이란 바로 내가
진정으로 바라는 것이며, 내 본성, 내 개성의 최상의 수준을 보여줄
수 있는 것이다. 나의 가장 선한 모습을 현실화시켜줄 수 있는 그런
것이다. 그것은 사람마다 각자의 타고난 소질에 따라 다양한 모습으로
나타날 것이다. 나의 경우는 글쓰고 가르치고 공부하는 것이고.
우리가
우리 자신과 세계의 진정한 변화를 바란다면, 우리는 현상계, 즉
우리의 현실세계에서가 아니라, 실재계, 즉 본질의 세계에서 변화를
추구해야 한다. 본질적 변화를 추구하는 데에는 일상의 매 순간을
수행으로 만드는 치열한 삶의 자세가 요구된다. 나는 치열하게 살고
있는가? .... 적어도 지금처럼 치열하게 살아본 기억은 없다. 사춘기의
방황 때도, 이십대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에도, 박사학위 논문 쓰기
위해서 연구실에 틀어박혀 혼자 일년을 보냈을 때도.
"이렇게
살다가 죽을 수는 없다," "내 인생에 대해서 뭔가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때, 그러니까 내 삶의 방식을 더 이상 견딜 수 없게 되었을
때, 나는 뭔가 더 높은 곳을 향해 눈길을 돌리게 되었었다. 그 이후론
신께서 인도해주시는 대로 삶의 길을 걸어왔고, 외관상 평범해보이는
그 길을 걷는 나의 행보는 내면적으로는 치열했다.
이제 내몸을
던지는 본질의 길.
영화 '쿤둔'에서 달라이 라마가 한 말처럼
우리의 선한 모습을 비추어줄 수 있는 거울과도 같은 웹사이트를 만들면
어떨까?
그러기 위해서는 지금처럼 매일 매 순간을 치열하게
본질에 견주어 살아가는 정성이 요구된다. 나의 '수행'을 웹캠으로 담아내듯이
웹사이트에 글로써 실어서 우주를 향해 발표하는 것이다. 다른 이들의
선함을 비추기 위해서.
오늘은 종강일. 학생들 그들의 선함을
비춰주고 싶다. 주님, 도와주소서.
['거울'이라는 이 홈페이지의
기본 칸셉트가 이 때 처음 떠올랐더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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