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신의 인도 (2000년 가을의 생각; 2002/6/8)
불현듯
깨닫게 된 것이 있다. 바로, 2년 전에 신과 만나기 훨씬
이전에도 한 번 확실하게 신께서 내 마음을 바꾸어주신 적이 있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내가 스물 한 살 때였다. 극도의
염세에 빠진 젊고 어린 나는 그 때 자살을 꿈꿨다. 스스로 만든 마음의
감옥에 갇혀 괴로움에 몸부림치던 나에게 어느 날 밤 갑자기 빛이 찾아왔다.
그냥 갑자기 세상은 살아볼만 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다. 그날 밤 나는 그때까지의 나약하고
염세적이며 비관적인 나 자신을 순식간에 벗어 던져 버리고, 진취적이며
긍정적이고 또 매우 낙관적인 젊은이로 변신해버렸다. 그날 밤 왜 갑자기
내가 그렇게 변해버렸는지 사실 난 뚜렷하게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저,
밑바닥 갈 데까지 가고 나면 오기가 생겨 그럴 수도 있는 건가보다
라고 추정만 하고 있었을 뿐...
어느 덧 세월은 유수와 같이
흘렀고, 그때 그렇게 내가
순간적으로 바뀌었던 이유를 더 이상 묻지 않게 되었다. 그러다가
어제 밤 문득, 처음으로 깨달았다. 그 당시 내가 모르고 있었을 뿐, 나를 그렇게
바꾸어 놓은 것이 신이었다는 것을.
그때 나의 변화는 실로 놀라운 것이어서,
며칠 후 홀로 미국으로 떠날 때에는 아주 강인한 정신 상태로 무장된 청년이
되어있었었다. 그 전에는 그렇게 낙관적이고 모험심에 불타며, 도전적이고
희망에 가득차고, 또 삶의 기쁨을 느꼈던 기억이 없다. 그다지도 나의 사춘기와
청춘의 초반은 어둡고 우울했다. 그랬던 내가 어떻게 그렇게 하루
아침에, 아니 하룻 밤 만에 180도 바뀌어버릴 수가 있었을까? 다시 생각해보니
정말 신비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 신비로움을 나 자신 깨닫고 있지
못했을 뿐, 그 중심에 신의 직접적인 개입이 있었음을 짐작도 못하고
있었을 뿐... 하긴, 그 때 신께서 직접 알려 주셨더라면, 나는 아마
'독실한' 전형적인 크리스챤의 길을 걷기 시작했을지도 모르고, 그랬다면,
내가 그 긴 세월동안 키워온 숱한 '의문'들과 또 그것을 받쳐주어 왔던
심리적 기제들을 경험할 기회를 놓쳤을런지도 모르고... 정말 인생사의
모든 일은 신비롭게도 완벽한 것 같다.
그래, 뒤늦게 깨달았지만, 그때 이미 신께선 내게 오시어
사랑을 불어넣어 주셨다. 아마 그 이전까지 약 2년간의 신앙을 찾아
헤매었던 것이 일종의 '구도'로 신께 접수되었는지도 모르지. 내 일생에
있어서 그토록 결정적이었던 순간을 어쩌면 나는 한 번도 나의 '자아'
밖의 어떤 원인과 연결된 것으로 상상도 못해본 것일까? 인생은
정말로 신비로 가득 차 있다. 그래서 나는 겸허해지지 않을 수 없는
것이고. 감사합니다, 나의 신이시여, 나의 친구시여.
*
저의 뒤늦은 깨달음과 흡사한 이야기를 얼마 전에 한 책에서 발견하였습니다.
제 이야기와는 달리 매우 감동적인 그 이야기를 이 곳에 전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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