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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람
내면의 '맑고 순수한 깨끗한 것'을 희구하는 본성에 호소하여 기독교
복음 운동이 어느 정도 그 효과를 볼 수 있을 것이라 인정한다. 다만, 그런
'맑고 깨끗한 것'의 추구만이 관성에 의하여 맹목적으로 지속되어서,
맑지도 깨끗하지도 못한 다른 것들을 완전히 소외시키는 결과를
초래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즉, 연꽃의 겉모습에만 완전히 도취되어
진흙을 외면하고, 결국엔 진흙을 미워하는 결과가 초래된다. 그건
아주 불완전한, 분열된 사랑이고 결국엔 진실한 사랑도 아닐 뿐이다.
2.
사람은
왜 겸허하지 않을 수 없는가? 사람 안에 삼라만상이 다 들어있기 때문이다.
내가 신과 실존적으로 접하여 드높고 고귀한 신의 진리를 한 순간 맛보았으나,
그것이 나를 더욱 존귀하게 만들거나 나의 이고(ego)를 고양시켜줄 조건이
되는 것은 전혀 아니다. 나는 다만 내 안에 있는 우주 중의 고귀한
본질이 어떠하다는 것을 한 번 맛보았을 뿐, 내 안에는 여전히
그 우주 전체가 그대로 들어앉아 있다. 더러움, 추함, 사악함,
모두 그대로 내 안에 들어있는 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겐 고귀함이
있음을 깨달았을 뿐이다. 이건 물론 경이로운 신의 축복이다. 다만 내가
자부심을 가질 그런 일이 아니라는 것 뿐이다.
연꽃은 진흙 연못에서만
핀다. 연꽃의 뿌리 중 하나는 꼭 맑은 물에 닿아 있어야 한다고 한다.
어쨌거나, 고귀함은 추악함과 떨어져 있지 않다. 모든 것은 하나이다.
그 궁극에 있어서. 그래서 사람은 겸허할 수밖에 없다. 깨끗하고 고귀한
것을 더럽고 상스러운 것으로부터 분리하는 오만은 공허하기만 할 따름이다.
그런데, 그래서 이제 더 이상 무엇을 어찌해야 될까? 겸허하여서, 고귀함과
추악함 모두 껴안고 오도가도 못한 채 어찌해야 될까?
3.
우리는
'화해'를 구해야만 한다. 그것이 '겸허'라는 화두에 대한 해답이다.
연꽃과 진흙 사이의 화해. 고귀함과 추악함 사이의 화해. 루소가
말한 인간 내면의 모순 사이의 화해(reconciliation). 그런 화해가 '치유의
교육(healing education)'을 통해 가능하다고 칸트가 루소의 철학에
대한 주석을 써주었다. 아마 그 치유의 교육은 모든 순간을 그대로 받아들여서
명상으로 만드는 '만행'의 형태를
포함할 것이라고 짐작한다.
1. 겸손
2. 화해
3. 만행
내
안의 모든 모순과 부조화들은 화해를 이루어야 할텐데, 이는 치유를
통해 가능하다. 치유는 좋은 것이 나쁜 것을 감싸안도록 함이다. Let
my goodness embrace my badnes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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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생각은 여전히 가다듬고 있는 중입니다. 그저 조금씩 진전하고는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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