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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시각은 원근법의 지배를 받는다. 자신의 눈에 비춰지는 한 사물의 모습은
그 사물 자체의 원래의 모습뿐만이 아니라, 관찰자인 내가 서있는 위치(=입장)에
의하여도 결정된다. 따라서, 어떤 두 사람의 시야도 관찰도 동일할 수가
없다. 모두가 자신만의 각도에서 사물을 관찰하고, 그 관찰된 사물의
모습은 각 관찰자의 독특한 위치에 따라 변하기 때문이다. 이런 '3차원적
원근법'에 의하여 인지작용이 제한되어 있는 공간 속에서 한 사람이
본 사물의 모습은 항상 부분적이며 불완전할 수밖에 없다. '장님 코끼리
만지기'에 불과하다.
이처럼 물질차원에서 개인의 시야에 내재한
주관성은 사회현상과 같은 추상적인 차원에서 그 강도가 더욱 높아진다.
예를 들어서 '현 정권의 교육정책'을 하나의 사물이라고 할 때, 그 사물을
보는 시각은 단순한 원근법 이외에도 수많은 변수에 의하여 결정된다.
관찰자의 연령, 성, 출생지, 지연·학연, 주거지역, 소득수준,
교육수준, 정치적 성향, 종교적 성향, 개인적 취향, 심리상태, 개인적
경험, 신체적 상태, 기혼 또는 미혼 여부 등뿐만 아니라, 관찰자가 그
정책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이해관계의 득실계산에 이르기까지 수많은
요인들이 교육정책이라는 대상을 바라보는 시각에 영향을 미치고, 각
관찰자마다 독특한 결론(판단)을 만들어내게 한다.
이치가 이러하니,
사회현상에 대한 개개인의 판단이라는 것이 얼마나 상대적인가 하는
것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사물을 관찰하는 개인의 시야가 가진
불완전성, 상대성, 편향성, 제약 등을 뛰어넘어 보다 보편적이고 객관적인
시야를 제공하기 위하여 자연과학과 사회과학 같은 학문이 존재한다고
볼 수 있겠다. 그러나 이러한 학문에 내재한 어쩔 수 없는 불완전성,
상대성, 편향성, 제약 등은 이미 많은 통찰력 있는 관찰자들이
설득력 있게 지적한 바 있다.
물리적, 또는 추상적 공간에서
관찰자의 시야를 제한하는 원근법의 지배로부터 벗어나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시야를 가지고 오류 없는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존재를 '신'이라
부를 수 있을 것이다. 이런 판단은 인간의 몫이 아닐 것이라고 생각한다.
인간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시야와 그것에 의존한
판단력을 항상 회의할 일이다. 이런 회의는 미덕이 아니라 당연한 수행의
일부에 불과하다. 이런 회의는 자연스럽게 겸허에 이르게 한다. 겸허가
나를 자유롭게 해주는 것은, 나에게 사회적으로 부과된 -- 그러나 실은
나는 제대로 수행할 수 없는 -- '판단하기'라는 무거운 짐을 신께서
거두어 내 어깨에서 내려주시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내 어깨가 가벼워지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데, 때로 나라는 개인의 제한된 시야를 뛰어넘어
완전에 가까운 시야를 획득하고 싶을 때에는 어떻게 해야할까... 이미
그 완전한 시야를 보유하고 있는 신에게 부탁을 해봄은 어떠할지...
이런 부탁이 신에 대한 기도로 표현될지, 자신의 내면 깊숙한 곳을 향하는
성찰을 통해 나타날지, 또는 인간지식의 충실한 섭렵에 기초한 신중하면서도
참을성 있는 접근에 의해 대신될 지는 개인의 특성에 따라 좌우될 것이다.
하지만, 어떤 접근 방식을 따르든 간에, 그 열망의 진실성이 '나'라는
자아를 초월할 때, 아마 신께서 선물하는 영감이나 통찰력을 받게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인간 인식의 확장이라는 분야에 신비주의가 스며들게
되는 것을 종종 목격하게 되는 연유가 여기에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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