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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수님이 어린이들을
소중히 여긴 특별한 이유가 있었을까? 어린아이의 '특별 기능'이라고
할 수 있는 것: 우리는 어린이들을 통해 우리가 모두 하나임을 느낄
수 있다. 아이의 미소엔 모두가 미소 짓는다. 아이의 고통엔 모두가
아픔을 함께 느낀다. 고통스러워 우는 어린 아이의 울음만큼 타인의
가슴에 아픔을 잘 전해주는 건 없을 것 같다[예를 들어 이런
사진을 보면]. 아이의 아픔에 함께 아파하며 나는 우리 모두가 하나임을
조금이나마 느껴볼 수 있다.
한 현명한 선배로부터 이런 말을
들었다. 사람이 나이를 먹어 육십이 넘고 칠십이 넘고 노인이 되고 나면
노인들끼리는 모두가 잘 통한다고 한다. 젊었을 때와 같이 신분, 지위,
학력, 배경, 출신 따위를 따지지 않고 누구나 서로를 '동류(同類)로
받아들이고 누구나 허물 없이, 격의 없이 대하게 된다는 말이다. 그
선배는 노령에 미국에 이민 가신 자신의 부친께서 언어도 통하지
않는 비슷한 연배의 미국노인과 정말 즐겁게도 대화를 나누시는 것을
목격하였다 한다. 말이 안통해도 서로를 이해하고 받아들인다는 것,
순진무구한 아름다움이 아닐 수 없다.
길가며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지만, 할머니, 할아버지는 당신들의 손주가 아닌 남의 집 아기와
어린 아이들에게 쉽게 자애로운 미소를 보이고, 말을 건네고, 머리를
쓰다듬고 한다. 내 아이와 남의 아이의 구분이 없는 것 처럼.
내게도
우리 인류가 그 구성원의 다양함에도 불구하고 결국 '하나'가 아닐까
하는 직감 같은 것이 든 적이 여러 번 있었다. 미국의 새로운 영적 지도자들이
한결같이 내세우는 메시지 또한 '우리는 하나이다'라는 것. 그러나 이
메시지는 정말 매우 받아들이기 어려운 것이 아닐 수 없다. 특히 나에게
육체적, 정신적 해를 가하는 어떤 사람이 있을 때, 그 사람과 내가 '하나'라는
생각은 받아들이기 어려운 정도가 아니라, 가히 혐오스러울 정도의 발상이
아니겠는가. '그 따위' 인간과 내가 하나라니!
그런데,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매우 어려운
처지에 받아들인 사람들의 신비스러운 이야기 몇 가지를 최근에 접할
수 있었다.
2차 세계대전 때 아우슈비츠에서 천신만고 끝에 살아남은
한 유태인 작가의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녀는 나찌에게 가족을 잃은
여인이었다. 전쟁이 끝나고 한참 후에, 여전히 나찌에 대한 증오심으로
가득 차 있는 그녀가 어느 공식 석상에서 전직 나찌 장교와 마주하게
되었는데, 그 장교는 과거 자신의 악행을 깊이 참회하고 속죄한 이였다.
그와 만난 순간 그녀는 살의를 느꼈으나, 갑자기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리어
자신의 증오를 떨쳐 버리고 그 나찌 장교의 두 손을 잡았다는 것이다.
그녀는 원수를 용서하고 끌어안았다.
또 한 얘기의 주인공은
현대 미국의 평범한 주부인데, 그녀는 자신이 매우 사랑하던 시어머니를
강도의 총격으로 잃은 후 극심한 정신적 고통에 빠졌다고 한다. 그녀의
고백을 번역하여 옮긴다.
'나는 살인자를 용서해야 한다는 걸
알았고, 결국 그렇게 했다. 하지만 그러기까지는 하느님과 끊임없이
대화했어야만 했다. 마침내 내 아들이 태어났을 때 나의 기도가 응답받았다.
나는 출산실에서 우리 아기를 안고 있다가 위를 쳐다보았다.
거기엔 수억개의 별이 있었고, 천상의 것이라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음악이 들려왔다. 그 별들이 거대한 고리와도 같이 울타리 모양을 만들기
시작했다. 그리고 나는 내가 모든 것의 한 부분임을 알았다. 그 순간
페니[시어머니]가 잘 있다는 것을 알았고, 그녀가 손자를 보았음을 알게
되었다는 것도 알았다. 나는 곧 처형될 사람과 기도하며 속으로 "왜?"라고
외친다. 페니가 살해되었을 때에도 똑같은 질문을 했었다. 대답은 간단하다.
"나는 너와 함께 있다"라는 것. 하느님이 그 말을 한 걸 들은
적은 없다. 단지 그것을 느낄 뿐이다.' (출처: "Why We Pray,"
Life magazine, 1994년 3월호).
나는 세상의 제대로 된
종교들은 전부 궁극적으로 이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는
하나'라는 메시지를. 그야말로 근본적인 메시지다. 이것은 자아로써 알고
있는 '나'를 버리기 전에는 받아들이기 불가능한 메시지다. 이 현실
속에서 어떻게 내가 '나'를 버릴 수가 있을까? 정말 불가능해보이는
메시지다. 그러나 나는
포기하지 않는다. 자기를 버린 선각자들이 있었음을 알고 있고, 짧은
시간이나마 그러한 체험을 해본 적이 있기 때문에.
여전히 웅크리고
앉아 겁내고 있는 나에게 언제나 힘과 용기를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나의 친구, 신이시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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