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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며칠
만에 호수가에 와봤다. 전에 호수는 가뭄으로 메말라 있었지만, 엊그제
내린 비로 다시 어느 정도 채워져 있다. 물이 적었을 때는 오염도가 심각해보였다.
그런데 물이 불어나서 맑고 깨끗한 부분이 넓어지자 그 오염물들이 희석되고
엷어져서 가물었을 때만큼 오염도가 심해보이지 않는다.
나도
내안에 맑고 고결한 것들을 자꾸 부어넣으면 그속에 있는 더럽고 악한
것들이 점점 옅어지지 않을까? 완전히 제거할 수 없다면 그렇게라도
해야되지 않을까?
2.
미국 살면서 포르노 영화
참 많이 봤다. 총각놈들 무리와 심심하면 봤다. 별 생각 없이. 그러고는
한참 안본 것 같더니만, 또 다시 인터넷에서 접하게 되었다. 난 '환경'
탓을 했다. 상업주의 음란 사업을 무분별하게 제공해주는 매체들을 비난했다. 즉,
내가 아닌, 나의 외부에게 책임을 물었던 것이다. 그러나 보는 주체는
언제나 나였다. 실은 내 책임이라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었다.
요즘
들어 어느 날 갑자기 떠오르는 생각들이 잦은데, 또 다시 어느 날 갑자기
어릴 적 기억 한 조각이 떠올랐다. 그건 내가 한 여덟~아홉 살 쯤
먹었을 때, 혼자 집에 있던 심심한 어느 오후였다. 시각적
자극에 의하여 성적 쾌락을 얻는 것이 그때 처음으로 시작되었던
것이다! 그때 나는 혼자 컬러판 만화 그림책을 보고 있었는데, 노출된
인체를 빛나는 황금색으로 칠해 놓은 것에 왠지 흥미가 갔다. 그것을
보고 있다가, 태어나서 처음으로 성기로부터 뻗어나오는 쾌감을 느꼈다.
아무도 가르쳐준 일이 없었고 그때까지 어떠한 성적인 매체를 접한 적도
없었다. 그 만화책도 전혀 성적인 내용을 담고 있지 않았다. 그런데
나는 단지 만화책의 그림을 쳐다봄으로써 육체적 쾌감의 시동을 걸 수가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죄다 내가 시작한 일이었다.
어젯
밤 기도하다가 신께 그 기억의 단편이 무엇을 의미하느냐고 여쭈었다.
신께서 답해주시는 강렬한 경험은 없었으나, 한 가지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그 기억 조각을 떠올리게 된 것이 나 자신과 평화를 이루는 과정의 시작일
것이라는.
내 스스로 평가하기에 받아들일 수 없는 내 내면의
부분들을 부정하거나 거부하지 않고, 내 내면의 모든 것을 껴안고, 내
내면의 상이한 것들 사이의 화해를 진정한 의미에서 구함으로써
나 자신과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것. 화해를 통한 내면의 평화를
구함으로써 나 자신과 평화를 이룰 수 있으리라는 것. 그런 생각이 흘러들어왔다.
아홉
살 먹었을 적의 나는 나 스스로도 받아들이고 껴안을 수 있는 나의 모습이다.
심판하고 비난하고 응징하기 보다는, 끌어안아주고 싶고 사랑할
수 있는 나의 모습이다. 그때를 기억해냄으로써 원초적인 나 자신과
화해를 시작할 수 있었다.
*
제 자신의 경험조차 글로써 표현하기가 어렵군요. 좀 더 생각을
가다듬고 위의 경험을 더 명료하게 글로 적어봐야겠습니다. 저의 글재주의
한계를 인정하며,'나 자신과의 화해'를 도와줄 수 있는 아름다운
글
한
편을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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