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년의 매주 인삿말

12/29
연말의 늦은 밤 지하철에서 술냄새 풀풀 풍기며 뒤통수를 연신 유리창에 짓이겨가며 졸고 있는 중년 아저씨를 보면 그분이 성스러운 신을 모신 귀한 사원이라는 생각이 들기가 좀 어렵지요. 실은, 연말이면 제가 지하철에서 자주 그럽니다. 그런 꼴로 있으면서도 마음 속에는 신을 받아들인 초심(初心)을 고이 간직하고 있지요. 저보다도 더 추한 꼴 하고 있는 많은 분들께도 그러한 초심이 있으실 거라고 생각해보면, 옆 자리에서 침흘리며 주무시고 계신 아저씨에게도 그다지 짜증만 일지는 않습니다. 늦은 밤, 한 번은 초등학교 1학년인 딸애를 데리고 어딘가를 다녀올 때, 붐비는 지하철 속에서 아이에게 자리를 내어주거나, 인자한 미소를 짓고 아이를 바라보는 나이 지긋한 취객들을 여러 명 보았습니다. 지하철 열차라는 답답한 공간의 고요 속에 사랑이 깃들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12/28
연일 이어지는 연말 모임에 뜬금없이 들이닥친 몇 가지 일감 등으로 업데이트가 지연되고 있습니다. 올해의 마지막 주중에 올해의 마지막 업데이트 올리겠습니다.

12/20
'이책 저책' 코너에 새로 소개한 '삶 이전의 삶'이라는 책을 읽고는 아내에게 말했습니다: '이 세상에 태어난 목적이라는 게 대체로 크게 두 부류로 나뉘어지는 것 같다. 첫째는 전생의 업보, 특히 인간관계를 처리하기 위해서이고 둘째는 사람들에게 영적인 가르침을 주기 위해서.' 아내가 대뜸 말했습니다: "나는 첫 번째네, 그럼 자기는 두 번째 거나 잘해봐." 돈 한 푼 안 나오는 공부에 매일 매달려 있는 남편을 구박 안하고 도와주는 것이 아내의 이번 생애의 목적의 일부라면, 아내는 이미 삶의 목적을 상당 부분 달성해두었습니다.

12/14
겨울은 여름보다 훨씬 가난한 이에게 어려운 계절이 아닐까 짐작합니다. '나처럼 부끄러운 삶을 살고 있는 놈도 이렇게 따땄한 방에서 배때기 두드리며 인터넷이나 보고 있을 수 있는데...'하는 생각이 드시는 분은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을 위해 돈이라도 나누어 보시기 바랍니다. 다행히도 세상엔 돈 따위로 비교하기가 송구스럽게도, 자신의 삶 자체를 어려운 이들을 위해서 나누어 주고 있는 분들도 많이 계시더군요. 저도 함께 부끄럽습니다만.

12/7
한 해의 마지막 달입니다. 평화롭고 따뜻한 나날들 만드시옵소서. 주위의 어려운 처지의 이웃들도 생각하면서요.

12/3
이 싸이트 개통한 이후로 지금껏 한 주일도 업데이트를 빼먹은 적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도 비록 늦게나마 업데이트 올립니다. 저는 지금 휴식을 시작했습니다. 아무 것도 안하고 쉴 작정입니다. 하지만 그런 휴식이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걸 잘 알지요. 생활 속엔 왠 할 일들이 그리도 많은지. 그래도 또 다시 휴식에 도전해봅니다. 잘 쉰다는 것 정말 중요합니다. 선진국 중에는 연말에 2주일도 넘게 쉬는 나라들도 여럿 있더군요. 우리도 그럴 수 있다면, 얼마나 사람들 마음이 여유로와질까요?

11/23
한 해가 서서히 저물어가는 이즈음, 저는 개인적으로 중요한 한 가지 일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그런 집중을 통해서 현실사의 중대함이 나의 영적인 차원과 어떻게 상호작용을 하는지 관찰하고 있기도 합니다. 이 관찰의 결과를 연말에 보고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11월 말의 업데이트는 이 일 때문에 며칠 늦추어, 12월 초에 올리겠습니다.

11/16
'우리의 아름다운 거울' 섹션에 박봉에도 불구하고 수많은 어려운 처지의 이웃을 도우시는 집배원의 이야기를 퍼다 놓았습니다. 그런 분들이 살아있는 성자들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성자들에 비추어 볼 때 탐욕으로 가득 찬 나의 모습을 부끄러워 하기 보다는, 성자를 조금이라도 본받으려 하는 마음을 먹는 편이 더 현명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존경하는 법륜스님의 정토회에서 천성산 고속철도 통과 반대를 위하여 단식중인 지율 스님을 위한 서명 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성산의 생물 지키기나 지율스님을 살리는 데 일조하고 싶은 분은 옆의 화살표 링크를 따라가 상세한 이야기에 귀기울여주시기 바랍니다.

11/10
언제나 토요일, 아니면 일요일이면 해오던 업데이트를 요즘 들어 벌써 두 번째 월요일에서야 하게 되었습니다. 요즘은 올해 들어 가장 안 바쁜 시기인데도 불구하고. 사람이 시간적 여유가 많다고 꼭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좋은 책 두 권을 새로 소개합니다. 평화로운 한 주일 만드소서.

11/1
오늘은 연구실에서 키우는 6개의 화분에 물을 주는 날입니다. 물은 정기적으로 주지 말고 매일 화분의 상태를 확인해서 흙의 건조함이 적당할 때에 주어야 한다는 가르침을 받았습니다. 흠뻑 물을 주고, 화분 밑으로 빠져내린 물을 버리고 하는 일을 아주 천천히 해봅니다. 평소의 급한 성격을 다스리며. 화초 키우는 것도 명상으로 삼고자 합니다. 이번 주도 일단 준비가 된 글부터 올려가겠습니다.

10/27
특별히 바쁜 것도 아니었는데 주말의 싸이트 업데이트를 놓쳐 버렸습니다. 늙으신 아버지와 형제와 처자식들과 함께 가을의 정취를 즐기느라 자연 속에서 시간을 다 써버린 것이 그 이유입니다. 길벗님들께서 양해해주시리라 믿습니다. 이 가을이 가버리기 전에 사랑하는 이와 함께 파란 하늘과 낙엽을 한 번 품어보시기 바랍니다.

10/18
싸이트 주인인 저에게 많은 가르침을 나눠주시는 방문객들, 길벗들께 품고 있는 감사의 마음을 이번 주 수행일상을 통하여 표현했습니다. 평화와 축복을 빕니다.

10/12
저는 일주일 중에 이 싸이트 내용을 만드는 순간이 가장 편하고 즐겁습니다. 그건 내가 타인들에게 좋은 글들을 전해준다는 이타주의적 심리 때문이 아닙니다. 속세의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향기로운 가르침에 몰두할 수 있고, 또 한 주일간 깊은 차원에서 나에게 일어났던 사건과 사유를 반추해보는 것 그 자체가 크나큰 즐거움이기 때문입니다. 다만, 그럴 수 있는 시간을 매번 충분히 확보하지 못하는 것이 아쉬울 뿐이지요. 이번 주 업데이트도 시간을 확보하는 대로 며칠에 걸쳐서 올리겠습니다.

10/4
이 세상에서 삶을 영위한다는 것이 참 얼마나 많고 다양한 '유지(maintenance)' 서비스를 요구하는지. 매일 이 한 몸뚱이 잘 간수하기 위해 꼭 해야 하는 여러 일들에 더하여 처자식을 위하여 해야하는 많은 의무, 사회인으로서 무시할 수 없는 이런저런 일들, 등등. 그래서 속세에서 생활하며 영혼을 다루는 수행하기란 어려운 법인가 보지요. 매일 바쁜 일상 중에 영혼은 까먹어버리기 일쑤니까. 그러므로 수행의 정공법은, 일상 그 자체를 매 순간 명상으로 삼는 수련을 하는 데 있지 않을까 생각해봅니다. 테레사 수녀같은 분은 자신 한 몸이 아니라 수많은 다른 몸들 돌봐주는 것에 일생을 바쳤으면서도 신앙수행에서 벗어나지 않았듯이. 아직도 '바쁨'을 끝내지 못한 저는 이번 주 업데이트도 며칠에 걸쳐서 올리겠습니다.

9/27
몇 달째 지속된 격무로 몸이 좀 지쳤나봅니다. 토요일 늦은 오후, 업데이트 작업을 할 에너지가 나오지 않는군요. 돈벌이에 욕심을 낸 것도 아니었지만, 계속 쇄도하는 일감들을 마다하지 못한 것은 돈에 대한 저의 욕심 때문이었는지도 모르지요. 이젠 정말 수행에 힘쓰려 합니다. 지친 몸을 회복하며 이번 주 업데이트는 조금씩 올리겠습니다.

9/20
다음 주까지 해주기로 약속한 일이 밀려 있어 이번 주 업데이트는 두 가지만 올립니다. 그러나 대충 막 끄적거린 글은 아닙니다. 이번 한 주도 평화를 빕니다.

9/13
연구실에 아름다운 화분 두 개를 장만했습니다. 식물을 키우려는 인간의 욕망의 기저를 신랄하게 비판한 현자도 있기는 하지만, 나의 바로 곁에서 자연의 숨결을 느끼는 행복을 포기하고 싶지가 않습니다. 혹시 '킹벤자민'을 어떻게 잘 키울 수 있는지 아시는 분 계시면 가르쳐주시기 바랍니다. 불경기 추석과 태풍 이후... 이 땅에 평화를 빕니다.

9/6
작년처럼 올해도 여름답지 않은 여름을 금세 보내버리고 시원한 가을이 성큼 다가와 추석이 되어버렸습니다. 가을도 짧아질 것이라고 하는군요. 우리 나라에서도 '뚜렷한 사계절'이 점점 사라져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당연히 주어진 것, 언제까지나 우리와 함께 할 것이라고 믿었던 그것이 더 이상 그렇지 않게 되었을 때, 우리는 아쉬워하기 보다는 지금 이 순간 주어진 것을 더 철저하게 자각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8/31
사람들은 여름 휴가 한 번 다녀오기도 힘든다던데, 저는 8월 끝자락의 2주일 동안 두 번을 강원도에 놀러갔다 왔습니다. 동생네와 나이드신 아버지까지 전가족을 '이끌고(운전기사)' 여행을 다녀오며, 가정의 소중함과 그 가정이라는 것이 안고 있는 어려움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번 주에는 돌아오자마자 가정에 대해 끄적여 봅니다. 강원도에 또 갔다오고 싶군요.

8/24
저의 싸이트 업데이트 욕심으로 인해 이번 주에 두 권의 책을 더 소개해 올리게 되었습니다. 양적 팽창의 헛된 욕심 버리고, 질적으로 내면으로 파고드는 깊이 있는 수행을 이번 가을에는 진짜로 감행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이것도 욕심이군요.

8/19
급작스러운 컴퓨터 데이터 손실 상황을 겨우 정리하고 뒤늦게나마 열심히 이번 주 업데이트 올렸습니다. 나의 벗들이시여, 나는 늦은 피서(?)를 이제 떠납니다. 강원도 산속에 가족들과 다녀온 후에 또 글 올리겠습니다. 평화를 빕니다.

8/16
세상엔 알 수 없는 일이 참 많습니다. 광복절 하루 쉬고 이틀만에 연구실에 나와 컴퓨터를 켰더니 에러 메시지와 함께 저의 데이터 파일과 소프트웨어들이 대부분 날라가 버렸습니다. 사라진 안티바이러스 프로그램 다시 다운로드 받아 다 검사해봐도 바이러스는 발견되지도 않고... 연구실의 두뇌부분인 컴퓨터 이러한 사정으로 인하여 이번 주 업데이트는 시일이 좀 소요되겠습니다. 쓰고 싶은 내용 잔뜩 있는데... 데이터 다 날려버렸는데도 맘이 편하다는 것 자체로 위안받아야겠습니다. 그 동안 너무 싸짊어지고 살았다는 반성도 하며.

8월초
일요일 새벽, 몰래 집에서 몸을 빼내고 자전거로 텅빈 도로를 질주하여 사무실로 옵니다. 어제, 오늘, 계속되는 가족, 친지를 위한 이런 저런 일들 때문에 싸이트 업데이트 할 짬을 낼 수가 없어 별 수 없이 이른 아침 시간이라도 좀 빌려 봅니다. 이번 주에는 토마스 머튼의 글을 번역해서 올리려 했는데, 그의 유려하고도 심오한 영문을 번역하는 것은 글발이 딸리는 저에게는 아주 시간이 소모되는 일입니다. 결국 올리고자 했던 글의 절반도 못채우고 나의 의무를 다하고자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다음 주부터는 좀 짬이 나겠지 바래봅니다. 읽고 싶고 쓰고 싶은 것들 잔뜩 모여 있는데, 실행할 시간을 못내고 있군요. 허나 곧 실행할 것을 즐거운 마음으로 확신합니다. 언제나 신나게, 힘차게! 평화를 빕니다.

7월초(3)
광고 1: 저의 개인 연구소가 전철 4호선 평촌역(경기도 안양시)의 현대 I-Space, 1710호에 완성되었습니다. 이 연구소는 저의 번역 일과 학문에 관한 연구의 장이 되기도 하겠지만, 그보다는 이 싸이트의 이상을 실현하는 장이 될 숙명을 안고 태어났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이상이란, "개인의 영성을 개인의 일상 안에서 계발할 수 있는 방법 모색"이라고 요약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이상을 품고 있는 연구소의 이름을 공모합니다. (물론 현상금은 없습니다.) 우리말이든, 외국말이든 간에 이런 이상을 잘 표현해주는 단어, 어구 등을 추천해주시는 분께는 장안에 영험하기로 소문난(이 부분은 농담임) 한석훈의 깊은 감사의 기도를 드릴 것을 약속합니다.

광고 2: 링크 섹션에 소개 되어 있는 'Hunger Site'의 링크를 이 싸이트 표지(아래)에 붙여둡니다. 매일 한 번씩 방문해서 클릭 한 번 해줄 때마다 전세계의 굶주리고 있는 사람들을 위한 원조 식량의 양이 증가합니다. 우리 최소한 이 정도는 합시다. 당신의 웹 브라우저 즐겨찾기의 최상 범주에 끼워두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지요.

7월초(2)
친애하는 단골 손님 여러분, 지난 주에 이사간 '연구소' 오피스텔에서 책 박스 수십개를 풀었습니다. 업데이트 할 크리슈나무르티와 마사 베크의 책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이제야 겨우 파악이 됐습니다. 이번 주도 파행 업데이트는 계속되겠습니다. 스페샬 '납량특집'은 순전히 재미로 대해주시기 바라옵고, 그리고 평화로운 한 주일 만드시기를...

7월초(1)
친애하는 단골 손님 여러분, 지난 주에 이사간 '연구소' 오피스텔에서 책 박스 수십개를 풀었습니다. 아직 크리슈나무르티와 마사 베크의 책이 어디에 박혀 있는지 파악이 안되고 있습니다. 싸이트 업데이트는 부득이하게 며칠 미뤄야 하겠군요. 다음 주 초에 다시 들러주시기 바랍니다. 평화로운 주말 만드세요.

6/27-7월초
친애하는 단골 손님 여러분, 이번 주는 부득이한 사정으로 일주일에 걸쳐 조금씩 업데이트 내용을 올리겠습니다. 오랫동안 저의 숙원사업이었던 '연구소'(사실 '연구실'에 가깝지만) 확보를 이루어, 주말에 걸쳐 이사를 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제 가정은 애비의 책과 파일 더미로부터 자유를 얻게 되었고, 저는 혼자만의 작업 공간을 갖게 되었습니다. 물론, 신께, 모든 이들께 감사드립니다. 차차 연구소에서 안정이 되면 이 싸이트 컨텐츠의 질도 향상되리라 믿습니다. 저의 연구소는 경기도 안양시의 평촌역에 있습니다. 연구소 이름을 결정하면 이 싸이트에 공개하겠습니다. 그럼, 평화로운 한 주일 만드시기를.

6/21
지난 주에 부부 사이의 갈등으로 인해 고통 받고 있는 저의 친구들을 위한 글을 올리고자 했지만, 제가 요즘 매우 분주한 일에 엮여있는 탓에 한 주일이 지나서야 올리게 되었습니다. 부부 사이의 문제에 관한 글은 앞으로도 조금씩 꾸준히 올릴 생각입니다. 허나, 남들에게 이런저런 조언 하기 전에, 저 자신이나 잘해야겠지요.

6/14
반가운 비가 팍팍하던 땅을 적셔주는 주말입니다. 지금 저의 친한 벗 여럿이 부부간의 갈등으로 고통 받고 있습니다. 촉촉한 빗물이 메마른 땅을 적시듯, 이해와 사랑이 그들 모두의 마음을 적셔줄 것을 기도로써 청합니다. 그밖에는 친구로서 도와줄 수 있는 일이 거의 없군요.

6/7
브루더호프 공동체 뉴스레터의 이야기 한 편을 번역하는데 시간이 너무 소요되고 있습니다. 과연 이번 주에는 올릴 수 있을런지.... 올리고 싶은 내용은 넘쳐 흐르는데, 제 몸은 하나고 하루에는 24시간밖에 없다보니 별 도리가 없군요. 아무튼 계속 풍성한 내용이 제공될 것임은 약속드립니다. 이번 주 업데이트는 며칠 걸려서 진행하겠습니다.

6/1
브루더호프 공동체의 뉴스레터에서 감동적인 단편 이야기를 하나 읽었습니다만, 분량이 만만치 않아 2주째 짬짬이 번역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주 중에는 번역을 끝내 이곳에 올릴 수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5/24
이번 주에는 저의 전라남도 기행문을 여러 조각 올렸습니다. 나머지 업데이트 내용은 며칠에 걸쳐서 올려질 것입니다. 모두들 일하느라 바쁜 세상, 저 혼자만 훌쩍 여행 다녀온 것이 죄송스럽기도 합니다. 그럴 수 있게 하여준 제 주변의 모든 사람들께, 또 신께 고마울 따름입니다. 세상에 대한 크나큰 빚을 하챦은 - 그러나 참으로 감사하게도 여러 분들께서 하챦지 않게 대해 주시는 - 글로써 나마 갚으려 합니다. 제가 사용하는 오르지오 메일이 며칠 째 접근이 안되고 있습니다. 혹시 지난 한 주 동안 제게 메일 보내신 분들께서는 이 점을 감안해주시기 바랍니다.

5/17
이십대 때부터 간직해온 저의 꿈 하나가 있는데, 혼자 차를 몰고 전라남도 여행 가는 것입니다. 이번 일요일에 그 꿈을 실천해보기로 했습니다. 다녀와서 아름다운 풍경과 새로운 성찰을 보고하겠습니다.

5/10
며칠 전 산 속에서 자전거를 타다가 마주친 신부님과 수녀님들의 해사한 웃음에 기분이 좋았더랬습니다. 또 하루는 텔레비젼에서 불승이 된 서울대생들에 관한 다큐멘타리를 보며 마음이 맑아졌습니다. 종교인들이 자신들의 유쾌하고 맑은 면을 세상에 보여주는 것도 하나의 공덕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5/3
저의 가까운 주변에서 일어난 일이나 미디어를 통해 접하게 된 이야기들에는 고통과 불행이 언제나 많습니다. 세상에는 이렇게 많은 슬픔과 불행이 있는데 나는 혼자 이렇게 즐겁고 행복하다니... 하는 자책감마저 종종 듭니다. 그러나 세상을 위해서는 즐겁고 행복한 사람이 많아야 하겠고, 그래서 행복의 전염 효과도 기대해볼 만하다는 생각으로, 저의 평화와 행복을 당당하게 글로써 밝히겠습니다. 이런 글이 자아의 증폭에 기인한 것이 아니라는 점을 말씀드립니다.

4/26
스포츠뉴스에서, 우리 나라가 보다 많은 국제골프대회를 유치할 수 있도록, 그래서 '국위선양' 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골프장을 지어야한다는 주장을 듣고 화가 났습니다. 그 잘난 '국제 대회' 좀 유치하고 소수의 부유한 사람들(우리 사회에도 골프 인구 저변이 확대되었다는 객관성 결여된 주장은 제발 이젠 그만 하고)의 레저생활 수준 향상시키자고, 내 나라의 산을 깎고 나무를 베어내서, 잔디 관리하느라 농약을 퍼부어 토양을 오염시키는 골프장을 그렇게 많이 만들자는 얘기를 그렇게 큰 목소리로 할 필요까지 있을까. 땅덩어리도 손바닥 만한 처지에. 나무 목숨 아까운줄 좀 알지.... 아직 수양이 덜 된 탓에 이런 일로 화를 냅니다. 골프를 즐기시는 모든 분들께는 죄송합니다만, 저는 아직도 한국 땅에서의 골프란 레저에 찬성하지 못하겠습니다.

피흘리고 공포에 질린 이라크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4/19
어쩌다 보니 이번 주에는 성(性)에 관한 글 두 편을 수행일상에 올리게 되었습니다. 삶을 수행으로 삼는다는 것이 입산수도하는 것과 달라, 수많은 굴레들을 끊지 못하고 그것들의 속박과 함께 나아가는 길이라고 볼 수 있을텐데요, 이런 점에서 성의 문제 또한 하나의 굴레로서만 취급한다면, 그에 의하여 나의 수행이 속박당할 수 있으리라 믿습니다. 그래서 성을 굴레로서가 아니라 축복으로 끌어안고 사는 것이 나의 자유를 확대시켜줄 것으롤 믿습니다.

Conversations with God 재단의 뉴스레터에서는 이라크 전쟁이 예상보다 훨씬 적은 피해를 입히고 끝나게 된 것이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평화에 대한 염원의 결과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이런 우주관을 믿건 안 믿건 간에, 이제 우리의 염원과 기도의 방향이 북한에 대한 미국의 호전성을 누그러뜨리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함께 평화를 빕시다. 내 주변의 사람들에게 한반도의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해줄 것을 전합시다.  피흘리고 공포에 질린 이라크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4/12
쓸데없이 이런 저런 생각이 드는 것을 그대로 수행일상에 끄적여봤습니다. 시간이 부족하여 며칠에 걸쳐서 업데이트 내용을 올리겠습니다. 그리고, 전쟁이 그래도 빨리 끝나는 듯 하여 다행입니다. 피흘리고 공포에 질린 이라크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4/5
이번 주에는 짬이 없어서 책의 지혜와 인터넷의 지혜의 업데이트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도 이런저런 글들과 특히 멀리 미국에 계신 길벗님께서 보내주신 귀한 글들이 새로이 올려져 있으니, 그로써 일주일 수행의 재료를 삼으시기 바라옵니다. 그리고 피흘리고 공포에 질린 이라크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3/29
▶◀ 미·영 "연합군"의 이라크 침략으로 인하여 처참하게 죽어간 수많은 이라크인들, 병사들의 영혼을 애도합니다. 피흘리고 공포에 질린 이라크 어린이들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뜻모를 전쟁에 많은 살상을 저질러야만 한 수많은 참전 병사들의 영혼을 위하여 기도합니다. 그리고 하루 빨리 이 어리석은 전쟁이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평화를 간구합니다.

3/22
싸이트를 새단장 했습니다. 기교는 부릴줄 몰라 못부리고, 관리자인 저와 방문객들의 편의를 우선시 해서 레노베이션 했습니다. 혹 오류를 보시면 제게 알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기본 구조는 예전과 다름 없지만, 한 가지, '성찰을 위하여'라는 새 섹션(기존 내용을 찾아가는 채널)을 추가시켰습니다. 이렇게 보수하느라 시간을 너무 써서 이번 주의 업데이트는 많지 않습니다.

지난 주와 같이 세계의 평화를 위한 기도에 동참해주실 것을 청합니다. 하루 빨리 전쟁이 끝나기를 기원합니다. 아직도 기적을 믿습니다.

3/15
디팍 쵸프라에게 한 신문기자가 물었답니다: 당신은 어떤 경우에건 창의적인 해결책이 존재한다고 말해왔는데, 그러면 바로 지금 미국의 이라크 공격을 막을 수 있는 창의적인 해결책이 있느냐구요. 쵸프라는 이렇게 대답했답니다. "요한 바오로 교황과 넬슨 만델라와 데스몬드 투투 주교와 달라이 라마와 노벨상 수상자들과 그리고 그밖의 다른 선각자들이 바그다드로 간다면, 미국은 침공하지 못할 것입니다."   부시 행정부가 전쟁 계획을 철회하도록 도와달라는 세계의 수많은 사람들의 기도에 동참해주십시오. 매일 아침 단 한 번씩만이라도. 기적을 믿습니다.

단골 손님들, 길벗님들, 죄송합니다. 싸이트 구조개혁 감행하다 전의 방명록을 날려 버리고 그 일부만 복구하여 게시해두었습니다. 1월15일 후로 방명록에 남겨주신 글들은 - 제 답글까지 포함하여 - 영영 사라져버렸습니다. (ㅜ ㅜ) 길벗님들께 뻔뻔한 청을 드립니다: 새 단장한 방명록에 또 글 올려주십사고!

3/8
이번 주에도 길벗님들께서 귀한 글을 여러 편 보내주셨습니다. 기쁘고 또, 감사드립니다. 실은 다음 주까지 나눠서 올려야 할 만큼 많이 보내주셨습니다. ^^ 저는 이렇게 점점 불어가는 이 싸이트의 글들을 어떤 방식으로 재구성해서, 독자들이 좀 더 편리하게 자신의 필요에 부응하는 글을 찾을 수 있도록 만들 수 있을까하는 문제를 궁리하고 있습니다. 싸이트 관리 방식도 기술적으로 업그레이드 해야겠구요.... 참 할 일들이 많습니다. 죄다 축복이지요.

3/1
이번 주에는 이 싸이트의 길벗들께서 좋은 글을 여러 편 보내주셨습니다. 감사 드립니다. 그 글들을 '길벗과 모은 좋은 글' 섹션에 올렸습니다.  3월이 되고, 신학기가 시작 되면, 저는 처음으로 맡는 과목의 강의 준비로 바빠질 것 같습니다. 싸이트 운영도 충실히 하고, 가족도 잘 챙기고, 기도도 많이 하고, 자전거도 열심히 타고, 공부도 많이 하고.... 이 모든 걸 다 해내려니 제 욕심이 과한 걸까요. 그러나 늘 기대만큼 못 이루어도 조바심은 없습니다. 하고 싶은 게 많다는 것도 축복이니까요.

2/22
모 신문의 게시판에 가보니 이번의 대구 지하철 참사에 대한 글이 아주 많이 올려져 있는데, 글을 올린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이런 비극이 일어나도록 '방관하고 있는 무책임한' 신을 원망하고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런 참사는 우리 모두가 만든 게 아닐까요? 분노와 저주와 무책임과 혼란이 팽배해있는 이 세상은 우리 모두가 만든 게 아닐까요? 거기에 신이 개입할 여지가 어디에 있을까요? 이번 대구 참사로 깨달읍시다. 우리가 이 세상에 태어난 고귀한 사명은 세상의 분노와 무책임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데 있다는 것을. 세상에 평화를 조금이라도 더 퍼뜨리는 데 있다는 것을. 님께선 이런 것을 - 저처럼 - 잊은 채 살고 있지는 않겠지요? 대구 참사 유족의 평화를 빕니다.

2/15
네살 짜리 딸이 꽃을 사달라고 졸라서, 동네의 단골 할머니 꽃집에 프리지어를 사러 갔습니다. 헌데, 버스 정류장 옆 반지하의 손바닥 만한 공간에서 꽃을 팔며 근근히 생활하시는 그 할머니 눈두덩이 시퍼렇게 멍이 든 것이었습니다. 새벽에 정류장에서 시끄럽게 소리 지르는 젊은 여자들에게 조용히 해달래려고 지하 계단으로 올라가셨다가, 손주뻘 되는 그네들에게 욕설을 듣고 구둣발로 차이셨다는 것이었습니다. 발렌타인 데이 전날. 꽃값은 엄청나게 치솟아 있었지만, 한단이라도 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폭력은 우리 사회 도처에 있습니다. 이번 주에는, 거대한 폭력의 현실화인 전쟁에 반대하는 글을 올렸고, 곧 폭력성에 대한 성찰을 담은 글도 올리려 합니다. 평화를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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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한 주 동안 발견한 나의 내면 깊숙한 곳에 숨어있던 또 하나의 허상: 이 세상에서 맛볼 수 있는 최대한의 '센세이션'을 누리고 싶은 욕망. 로또 복권을 사고 깨달았습니다. 500억을 타면 450억을 '좋은 일'에 쓰고 나머지 '50억만' 사적인 용도에 쓰면 어떨까... 로또 덕분에 자아 성찰이 졸지에 깊어졌습니다. 온 국민이 그런 경험을 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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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한잔 하러 나가는 버스 간에서 한손에 묵주를 굴리며 다짐했습니다: 조금만 마시자. 그동안 술소비량도 감소하던 추세였지요. 그런데 그런 다짐까지 하고 나간 그날은 평소의 1.5배는 더 마셨습니다. 심지어는 착한 친구에게 언쟁까지 벌이고... 웬만해선 평소에 그런 일 없는데... 그래서 그간 쌓은 수행의 축적분은 도로아미타불. 과음에 성내기까지 했으니 당연지사. 그래도 희망을 버리지 않고 마음 굳게 먹고 일어납니다: 다시 한번, 조금만 마시자! 부끄러운 수행 목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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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지난 주에 위대한 일을 해냈습니다 ! 그것은 바로, 기쁜 마음으로 - 겉치레가 아니라 진짜로 기쁜 마음으로 - 설거지와 청소를 해낸 것입니다. 실로 몇 달 동안의 시도 끝에 성취해낸 일이었습니다. 파랑새는 무지개 너머가 아니라 바로 여기에 있다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마치 혹사당하던 신데렐라가 청소년 상담 Q&A 코너에 보낸 글 같군요.) 지금껏 내게 당연한 것으로 주어졌던 일상 속에 나도 몰랐던 다양한 가능성이 숨어 있다는 것을 예감할 수 있게 되었다고나 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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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선배의 초등학생 아들녀석이 급우에게 얻어맞았답니다 . 왜 너는 못때리고 맞았냐니까 그 녀석 말이, 때리려고 주먹을 쥐었더니 손에 힘이 쫙 빠지더라는 겁니다. 선배는 "사내 녀석이 그 모양"인 게 무척 속상해 했습니다. 선배와 생맥주 잔을 부딪치며 제가 말했습니다. "형, 실망하지 마세요. 걔는 태생이 평화주의자예요. 걔를 겁쟁이라고 생각하지 마세요. 걔를 자랑스러워 해주세요. 아빠가 믿어주셔야 해요. 그럼 걔는 아주 큰 힘을 얻을 겁니다. 부모가 믿어주면 앞으로 세상과 자신있게 부딛칠 튼튼한 사람이 될 겁니다." 선배는 이 말을 듣고 매우 기뻐하고 또 안도했습니다. 자기 아들을 못마땅하게 보아야만 하는 자신이 싫었는데, 이젠 그럴 필요가 없음을 알았다구요. 선배는 제게 감사했고, 저는 제 말을 가슴으로 받아준 선배에게 감사했습니다. 덕분에 술은 쪼금 더 마시게 됐지만요... 이번 수행일상에서는 이러한 부모 마음을 살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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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 되어 기온이 급강하하고 산에 눈도 좀 쌓이고 하다보니 통 자전거를 끌고 산에 오르지를 못합니다. 그대신 요즘은 눈 덮힌 조용한 산길을 천천히 걷곤 합니다. 숨이 턱에 차오르도록 자전거로 산에 오르는 것과는 다른 맛이 있습니다. 일부러 산길을 천천히 걸어봅니다. 걷는 것 자체가 수행일 수 있다는 것을 이제야 알 것 같습니다. 몸과 마음을 위한 혼자만의 山行을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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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로 말미암지 않고는 아버지께 올 자가 없느니라"라는 예수께서 하셨다고 알려져 있는 말씀 때문에, 세상 천지에 널려 있는 신께 이르는 다양한 길을 애써 외면해야만 하는 기독교 신자 친구들을 위하여 '울타리 없는 신앙' 섹션에 새 글 3편을 올렸습니다. 저는 아무런 주장을 하지 않습니다. 그저, 저는 이러한 결정을 내렸고, 그에 입각해서 살아가고 있음을 보여줄 뿐이지요. 판단은 당신의 몫일 뿐입니다.

'수행 일상 2003'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