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회, 그리고 천사와 악마 (2003/10/13)
 

1.
최근 들어 어쩌다가 윤회에 관한 글을 몇 가지 접하게 되었다. 미국의 자동차왕 헨리 포드는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내 나이 스물 여섯에 윤회설을 받아들였다. 종교는 확실한 그 무언가를 전혀 제공해주지 않았다. 심지어는 일마저도 나를 완전한 만족에 이르게 해주지 못했다. 만일 우리가 한 번의 일생에서 축적한 경험을 그 다음 생(生)에 활용할 수 없다면, 일이란 것이 덧없기만 하다. 내가 윤회를 발견했을 때, 마치 내가 하나의 보편적인 계획을 찾아낸 것 같았고, 나의 발상들을 실현해 볼 기회가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더 이상 시간의 제약은 없는 것이다. 나는 더 이상 시계 바늘의 노예가 아니었다. 천재성이란 경험이다. 사람들은 천재성이란 것이 타고난 천부적인 재능 같은 것이라고 여기는 듯 한데, 천재성은 많은 생애들 속에서 만든 기나긴 경험들의 열매다. 어떤 영혼은 다른 영혼들 보다 더 나이를 먹었고, 그래서 그들은 더 많이 안다. 윤회의 발견은 나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나는 생애의 기나긴 관점이 우리에게 선사해주는 그 고요함을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싶다. (San Francisco Examiner, Aug. 26, 1928)

또 러시아의 대문호 레오 톨스토이는 이런 말도 했다:

우리가 현 생애에서 수천 개의 꿈들을 통과하며 살아가는 것처럼, 우리의 현 생애는, 우리가 이 생애에 들어오기 전에 있었던 더 진짜이자 죽은 뒤에는 돌아가게 될 그 생애가 꿈꾸는 수천 개의 생애들 중 하나일 뿐이다. 우리의 이 생애란 더 진짜인 그 생애의 꿈들 중 하나에 불과하며, 그 생애는 그래서 끝이 없다. 정말로 최후의, 정말로 진짜인 생애, 신의 생애에 이르기 까지.

나는 과거에 기독교 영역에서 종교를 접한 탓인지 몰라도, 특정 종교에 구애받지 않게 된 지금에 이르러서도 윤회 사상에 대해서는 이렇다할 감흥을 가지고 있지 않다. 그러나 나의 머리, 또는 이성은, 시간이 갈수록 윤회를 그럴 듯한 우주와 삶에 대한 설명의 틀로서 받아들여가고 있다. 윤회에 대한 '증거'들이 나에게는 거부할 수 없는 확증들로 보인다. 그러고 보니 엊그제 읽은 플라톤의 '파이돈'에서도 쏘크라테스가 영혼의 윤회설을 믿는 대목이 나왔었지.


2.
얼마 전에 읽은 브라이언 와이스의 "기억"이라는 책에는 정신 의학자의 도움을 통해서 전생 회귀를 경험하는 사람들 중 몇몇은 그 회귀 과정 도중에 보다 높은 차원의 실재가 보내주는 일종의 '천상의 메시지' 같은 것을 언어로써 전달하게 되는 진귀한 경험을 하게 된다고 한다. 와이스의 이 책 말고도 다른 어디에선가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도 있었는데, 어쨌든 이렇게 전달되는 메시지는 모든 사랑의 종교들이 공유하고 있는 매우 고귀하고도 아름다운 내용을 담고 있다. 우리 모두가 하나이니 남을 나처럼 대하라든지, 폭력을 제거하고 평화로운 지구를 만들어야 한다든지, 신은 언제나 우리를 사랑하니 죄책감 때문에 빛을 등지고 살지 말라든지 하는 고귀한 내용들 말이다. 그런데, 이와 같은 윤회에 대한 연구나 전생 회귀를 통한 신성한 메시지 접수 등에 관한 이런 저런 종교들의 입장을 알고 싶어서 웹을 뒤지다가 한 기독교 신학자의 다음과 같은 결론을 접하고는 아연실색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한(전생 회귀중 메시지를 전해주는) "외적인 인격적 실재"가 존재하며, 이 존재들은 영적인 실재에 관하여 우리들에게 거짓말을 할 충분한 이유를 가지고 있다. 이들은 악마라고 불리우며, 인류에게 영적인 실재에 관한 속임수를 쓸 지극히 정교한 기교를 고안해 왔다. 사도 바오로가 이렇게 말했듯이: 사탄 자신이 빛의 천사로 변장한다는 건 전혀 놀라운 일이 못된다.... 만약 우리가 성서가 밝히고 있는 바를 받아들이고, 악마가 실존하며 그들은 영적인 실재에 관하여 우리를 속이기 위해서 최선을 다한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왜 그 악마들이 기독교의 본질과는 정면으로 모순되며 또 동시에 자신들의 목적과는 잘 맞아떨어지는 윤회라는 개념에 관한 증거를 만들어내는 데 개입되어 있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가? 최면에 걸린(그래서 자의식이 제거된) 사람을 통해서 악마들이 스스로를 드러낼 수 있는 최상의 여건이 만들어졌다할 때, 왜 악마들이 가만히만 있겠는가? 쉽게 믿어 버리고 무지한 대중에게 그런 멋드러진 방식으로 자신들의 목적을 완수할 수 있는 초대에 악마들이 반응하지 않을 리가 있겠는가? (http://www.comparativereligion.com/reincarnation3.html)

이것은 어떤 외국 학자의 글인데, 나로 하여금 전에 어디선가 읽은 한국 학자의 글을 떠올리게 해주었다. 그는 '뉴 에이지' 유행을 비판하며, 야니(Yanni)라는 음악가가 한 다음과 같은 말을 인용했다: '내가 미국에서부터 머나먼 이 나라까지 연주회를 하러 비행기로 날아오는 동안 지상을 내려다 봤더니 지표 위에는 국경선 따위는 눈에 보이지 않았다.' 야니는 이런 멋진 연설로 청중들을 사로잡고 많은 박수 갈채를 받았는데, 이것을 그 한국 학자는 가증스러운 뉴 에이지의 전형적인 메시지, 즉, 우리는 다 하나이며, 인종이나 국가, 또는 종교에 의한 구분은 무의미하다는 메시지를 전달하는 고도의 테크닉이라며 비판하는 것이었다.

.....

나에게는 답이 너무도 자명(自明)하여 단순하기까지 하다: 사랑과 자비와 합일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가 천사이며, 증오와 배격과 분리의 메시지를 전하는 자가 악마이다. 그렇다면 사랑과 자비와 합일의 메시지를 전하는 이들을 악마라고 부르는 이들은 누구인가? 당연히 악마이다.

서로 싸우지 말고 사이 좋게 지내라는 메시지를 전해주는 이를 "빛의 천사"로 가장한 악마라고 굳이 부르겠다면, 나는 그런 악마를 섬기겠다. 서로가 너무도 다르니 계속 싸우라고 부추기는 자칭 '천사'를 섬기느니.

하늘 위에서 보니 땅 위에는 국경선 따위는 없었다는 것, 얼마나 예술가답고 멋진 말인가. 얼마나 우리의 의식을 고양시켜 주는 말인가. 내가 사랑하는 수많은 기독교 신자들이 저런 사탄 똘마니 같은 엉터리 '신학자'들의 엉성하기 그지 없는 장난에 놀아나지 않기를 기원할 뿐이다.

심호흡....

악마와 싸우다 보면 악마의 모습을 닮아 간다더니만, 열을 내며 비판하다보니 내 꼴 또한 볼썽 사나워졌다. 용서를 빕니다, 주여.


3.
요즘은 자꾸 이것을 곰곰히 생각하곤 한다. 내가 전생들을 통해 쌓아온 재능과 지혜는 얼마만할까, 나는 언제나 그것들의 보따리를 풀어서 이 생에서 그것들을 다 활용할 수 있을까... 나도 전생회귀를 경험해보고 싶고, 그 과정에서 천사의 메시지를 받아보고도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