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란트 (2003/6/14)
 

기독교 경전을 보면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달란트(dallant), 또는 재능을 타고 난다고 한다. 이것은 실은, 많은 교육사상가들이 공유하고 있는 인간 개개인의 잠재능력에 대한 믿음과 다르지 않다. 현대 사회에서 이런 '재능'은 한 개인의 '적성'을 드러내주는 핵심 사항으로 간주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이들이 적성이나 재능을 지극히 기능적인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있음을 관찰한다. 즉, 한 사람이 뛰어나게 남보다 잘하는 '재주'라는 차원에서 적성이나 재능을 정의하는 것 같다. 숫자 셈에 재주가 많은 아이, 글재주가 뛰어난 아이, 그림 그리는 재주가 탁월한 아이, 스포츠에 재주가 있는 아이, 피아노 연주에 재주가 있는 아이 등등. 그리고 이런 재주는 암묵적으로 그 재주의 보유자에게 돈과 명성을 끌어다줄 수 있는 자원, 또는 적어도 그 보유자의 생존을 보장해줄 자원으로 여겨지는 것 같다. 특히 '치열한 경쟁을 뚫고'라는 가정 아래에서. (그러나, 돈과 명성을 가져다줄만큼 특출한 재주를 가진 이들이 어디 그리 많기나 한가?)

나는 이렇게 기능과 경쟁의 개념에 입각한 한 개인의 재주에 대한 정의(定意)가 그의 진실한 재능이나 적성과 반드시 일치한다고 보지 않는다. 한 사람의 진실한 재능이나 적성은 그것이 돈과 명성을 가져다줄 수 있느냐 없느냐의 여부에 의하여 제대로 포착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다른 사람들에게 얼마나 많은 도움을 주느냐 마느냐의 여부에 의하여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이다. 그래서, 사랑을 베푸는 도구로써 내게 주어진 달란트를 빨리 발견하는 것이 교육의 주된 목적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무엇을 할 때 남들에게 가장 큰 도움을 주고, 가장 큰 기쁨을 안겨 주고, 가장 큰 사랑을 나누어주는가? 그것이 바로 나의 달란트일 것이다. 자신의 적성을 아직껏 이런 식으로 접근해보지 못한 이들은 스스로를 재성찰해볼 필요가 있다. 진정한 인생의 성공을 위하여.

타인을 위하는 이타주의가 개인의 재능을 결정하는 필수요소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간단하다: 인간은 사회적 존재이기 때문. 사회를 벗어난 재능을 상상할 수 없고, 사회에 해를 끼치는 재능은 재능이 아니라 해악이다. 사회에 아무런 영향을 끼치지 않는 중립적인 재능은 이론적으로나 가능할 뿐이고. 따라서 결국 남는 것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재능 뿐일 터.

그러나 여전히 남는 문제는: 이타적인 재능을 발견했다고 해서, 그것만 가지고 먹고 살 수가 있는가? 나의 대답은, 이 시점부터는 개인의 결단의 문제라는 것이다. 자신의 이타적 재능을 발휘하고 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것에 대한 결단과 선택의 문제라는 것. 이 결단의 과정을 대충대충 우회통과 해버리고 나면 이 문제는 미해결인 채로 틀림없이 평생을 따라다닐 것이다. 후자를 선택한 자는 먹고 사는 생존(survival)이라는 명제에 끌려가는 삶으로 들어갈 것이다. 반면, 전자를 선택한 자는 생계를 포함한 모든 것을 스스로가 주체적인 '플레이어'로서 창조해 나아가는 '의미 있는' 삶으로 들어갈 것이다.

(이 시점에서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가는, 한 사람의 영혼의 진화의 정도와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결국 어느 쪽이건 옳거나 그르지 않다.)

마틴 루터 킹 목사는 이렇게 말했다.

"누구든지 위대해질 힘을 가지고 있다, 유명해질 힘이 아니라 위대해질 힘을, 왜냐하면 위대함은 봉사에 의하여 결정되기 때문이다."


추가 글 (2003/6/21)

"당신이 당신에게 주어진 일에 진정으로 빠져있다면, 당신은 그 일을 온 마음을 다하여 할 것입니다. 그리고 당신은 오직 정직하게 또, 진실로 신과 함께 일함으로써만 구원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가 얼마나 많은 것을 하느냐의 문제가 아니라, 얼마나 많은 사랑과, 얼마나 많은 정직함과, 얼마나 많은 믿음을 그 일을 하는 데 집어넣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가 무슨 일을 하고 있건 상관 없습니다. 당신이 하고 있는 일을 나는 할 수 없고, 내가 하고 있는 일을 당신이 할 수는 없습니다. 그저 우리는 때때로 이것을 잊고는, 다른 사람이 하는 것을 쳐다보면서 우리도 뭔가 다른 일을 하고 있기를 마음 속으로 그리느라 시간을 허비해버립니다. 우리는 내일에 관하여 생각하느라 시간을 낭비해버려서, 오늘 하루를 흘려보내고, 어제는 사라져 버립니다."

- 테레사 수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