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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신문 칼럼에서 남을 미워하는 마음에 관한 다음의 글을 읽었습니다.
"녹은
쇠에서 생긴 것인데 점점 그 쇠를 먹어 버린다"는 말씀은 불경
'법구경'에 나온다. 법정 스님은 이 말씀을 인용하면서 "남을 미워하면
저쪽이 미워지는 게 아니라 내 마음이 미워진다. 미운 생각을 지니고
살아가면 그 피해자는 바로 나 자신이 된다"고 했다. (중앙일보, 분수대)
법정
스님 말씀대로, 증오는 자신의 마음을 갉아먹습니다. 증오하는 마음을
버려야하는 매우 실질적인 단순한 이유는, 바로 그 마음이 자신을 갉아먹고,
자신에게 정신적, 육체적인 피해를 주기 때문입니다. 이런 것을 알기
전에는 저 역시 증오하는 상대들이 있었습니다. 그랬던 제가 신을 만나는
경험을 하게 된 연유가 실은, 친구가 해준 이 한 마디로부터 비롯되었습니다:
'다른 이들을 미워하는 마음을 품고 살기에는 나 자신이 너무도 소중하다.'
저는
이 귀한 말을 듣고 충격에 빠졌고, 동시에 깊은 생각에 빠져들어갔습니다.
그러던 중 어느 날 신 체험을 하게 된 것이지요. 그 체험 이후 저는
하나, 둘씩 증오를 떨구어내기 시작했습니다. 그 과정에서 때로는 내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어마어마한 증오를 새삼 발견해내고는, 그것과
맞부딪쳐 싸우느라 정신이 극도로 피폐해진 일도 몇 차례 있었습니다.
또한, 그 과정에서 때로는 내 마음 속에 내재되어 있던 자질구레한 적개심의
파편들을 발견해내고는, 그것들과 싸우느라 기력이 소진해진 일도 여러
번 있었습니다. 그런 내면의 탐색의 과정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것은 아닐지
몰라도, 그렇게 지난 삼, 사년의 세월을 흘려보내는 과정에 제 마음에는
서서히 평화가 자리잡기 시작했습니다. 증오가 들어서 있던 그 자리에
평화가 흘러들어온 것이지요. 증오를 버리는 것이 선사하는 마음의 평화를
다른 이들과 나누고자 시도할 만큼의 큰 평화가 제 내면에 자리잡기
시작한 것이지요.
증오를 버리기 위해선, 당연한 말이지만, 무엇보다도,
남을 미워하는 마음을 버리고자 마음 먹어야 합니다. 일단 그런
마음을 먹어야 합니다. 그렇게 함으로써 내 마음과 육체를 좀먹고 있던
증오를 씻어내는 작업이 비로소 발동이 걸리는 것이지요. 그 마음을
먹지 않으면, 증오는 계속 내 마음과 육체를 좀먹을 것입니다. 지극히
소중한 나라는 존재는 증오라는 쓸데없는 감정의 제물이 되어버리고
말 것입니다.
증오가 그렇게 내 심신에 나쁜 암적인 것이라면,
당연히 떼어내버리긴 해야 할텐데, 떼어내고자 하는 마음을 먹고 나서는
왜 내가 그런 증오심을 품게 되었는지를 성찰해볼 필요가 있습니다. 조금씩
스스로의 마음을 살펴보노라면, 그러한 타인에 대한 나의 증오가, 그의
언행에 대한 비난의 마음이나 그가 나에게 행한 '악행'에 근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을 것입니다. 타인을 비난하고, 타인을 적으로 삼는 것에 대하여
토마스 머튼은 다음과 같은 말을 해줍니다
(New Seeds of Contemplation).
단지
그 자가 당신의 적이란 이유 때문에, 당신의 적이 신의 적이라고 너무
쉽사리 짐작하지 말라. 아마도 그가 당신의 적인 이유는 바로,
그가 당신으로부터 신의 영광을 드러내는 면을 조금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마도 그가 당신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그가 당신으로부터
신의 사랑과, 신의 친절함과, 신의 참을성과 자비와, 그리고 인간의
나약함에 대한 이해심을 조금도 찾아낼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는
신을 믿지 않게 된 그 사람을 너무 쉽사리 비난하지 말라. 왜냐하면
아마도 그가 자신의 믿음을 상실하게 된 것은, 당신의 차가움과 탐욕과,
당신의 지리멸렬함과 물질숭배와, 당신의 음탕함과 이기심 때문일 터이니.
애당초
다 우리 자신에게 이유가 있었던 것이 아니냐하는 질타입니다. 저의
경우 이 질타가, 제가 지금까지 품어온 증오와 비난의 모든 경우에
합당하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습니다. 원수와 적과 미운 놈은 다 내가
만든 것에 다름 아닙니다. 깊이 생각해보십시오, 혹여 당신의 경우도
그러하지는 않은지.
증오를 떨치기로 마음 먹고, 그리고 증오의
원천에 대해 깊이 성찰함으로써 소중한 나 자신을 제대로 돌보는 작업이
시작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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