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내가
만난 어떤 이는 두뇌 회전이 빠르고 사물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을
가지고 있는데, 대체로 세상사나 타인들에 대해 비판적인 의견을 가지고
있다. 그 사람의 지적 능력과 적극성, 또 추진력에도 불구하고 그 사람이 인간관계에서
그다지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목격하는데, 그건 다름아닌 그 사람의
이런 비판적인 태도에 기인한다는 생각을 한다. 그 사람은 타인들의
단점을 너무도 예리하게 밝혀낸다. 그 사람의 눈에는 마음에 드는 타인이
없다. 모든 인간이 추하고 악한 단점 투성이이므로. 그래서 그 사람은 외롭게
살아간다. 그 사람은 나와는 가끔 어울리는데, 나는 그런 그 사람의
모습이 애처롭다.
나는 내 안에 선과 악, 미와 추의 양 극단이 (또 그
극단 사이의 모든 가능성이) 내포되어 있음을 안다. 그러나 나는 내
본질은 선함과 아름다움임을 믿고 그것을 드러내는 삶을 살고자 애쓴다.
또한 다른 모든 사람들의 본질 역시 선함과 아름다움임을 믿고 가능하면
타인의 좋은 점을 보고자 애쓴다. 물론 쉽지는 않지만, 이런 애씀은
나에게 평화를 준다. 그 반대의 추구, 즉 나와 타인의 결점, 추함,
악함에만 시선을 집중하는 것은 나에게 고통을 준다. 예수님이 말씀한, 제
눈에 들어있는 통나무는 보지 못하는 주제에 남의 눈에 든 티끌을 손가락질하는
것은 다른 누가 아닌 바로 나 자신을 좀먹는 행위다. 현대교육이 옹호하는
'비판적인 사고능력'이라는 것도 인간을 대상으로 하는 것이 아니라
행동의 패턴과 사건을 대상으로 해야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죄를
미워해야지 사람을 미워해서는 안된다'는 금언처럼. 언론의
모든 인신공격은 부도덕하다.
사람은 그 내면에 무한히 많은,
또 그렇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상호모순된
성향들을 지니고 있다. 인격의 성숙은 이러한 모순을 보듬어주는 데
있을 것이다. 토마스
머튼도
말했듯이, 지극히 사악한 행동을 하는 인간으로부터도 그의 선함,
그의 최상을 발견해낼 수 있는 이를 성인(聖人)이라
한다. 반대로, 지극히 선한 행동을 하는 인간으로부터도 그의 악함,
그의 최악을 찾아낼 수 있는 이는 개념적으로 '악마'에 근접해있다고
하겠다.
'헬레이저(Hell Raiser)'라는 공포영화에 이런 장면이
있다. 악마에 쫓기고 있는 주인공 여자를 구해주기 위해 어떤 선의의 영혼이
접근하는데, 악마는 그 선한 영혼 내면의 깊숙한 곳에서 지극히 사악한
욕망을 발견하고 그것을 주인공 여자에게 폭로해버린다. 그 욕망이란,
그 영혼 자신이 구해주고자 하는 바로 그 여자에 대해 품고 있는
뒤틀린 정욕의 흔적이었다. 하지만 악마보다는 천사 쪽에 가까운 그
여자가 그런 숨겨진 욕망 따위를 무시하고 그 영혼의 도움의 손길을
받아들인다. 최악을 봤음에도 최선을 믿은 것이다.
누가
성인이 되는 길은 힘든 고행의 길이고, 악마가 되는 길은 달콤한 유혹에
빠지기만 하면 되는 쉬운 길이라 했는가? 그 반대다. 성인이 되는
길이 평화로운 길이고 훨씬 덜 고통스러운 길이다; 악마가 되는 길이
바로 고통과 형극의 길이다 - 나와 다른 모든 이들 속의 최악에만 집중해야
하므로. 단지, 성인이 되는 길은 지극히 좁은 반면에, 악마가
되는 길은 어디에나 널려 있어서 발을 들여놓기가 쉬울 뿐.
성인이
아닌 나는 오늘도 인위적으로 애를 쓸 것이다. 내가 만나는 모든 이들이
감추고 있는 그들의 최상을 찾아내기 위해서. 그러기 위해선 오늘 하루도
아침에 단단히 기도하고 명상한 후에 시작하여야 하리라. 아무리 타인들의 언행을
해석하는 나의 주관적인 시각이 나 자신의 이런 애씀을 방해한다 하여도,
나는 내 나름대로 애쓸 것이다. 성공할 때도 있을 것이고 또한 실패할
때도 있을 것이다. 성공할 경우가 더 많게 해달라고 신께 기도할 것이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