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가 나의 스승 (2003/10/18)
 

<길벗들께 드리는 말씀>

함께 길을 가는 사람이 셋이면 그중엔 꼭 스승이 한 명 있다는 옛 성현의 말씀을 좀 더 '현대적'으로랄까 풀어 설명한 것이 '신과 나눈 이야기'에 등장합니다. 이 생애에서 마주치는 모든 사람들은 나를 가르치기 위하여 저 무대 뒷편에서 준비하고 있다가 나와 마주칠 그 시점에 딱 맞춰 무대에 등장하여 나에게 가르침을 주고 지나가는 배역들이라는 것이지요. 물론 우리는 그것을 모르고 그냥 지나쳐 버리고 말지만요. 또 나를 스치고 지나간 그 배역의 입장에서 보면, 나 또한 그에게 가르침을 주기 위하여 기다리고 있다가 내 역의 주어진 시간에 맞춰 등장했다가 사라지는 숱한 스승들 중의 한 명이 되는 셈이구요. 도대체 이렇게 모든 이에게 다 적용이 되는 복잡하기 그지없는 스케쥴과 계획을 누가 짜고 진행시키고 있는 것일까요? 저는 그 진행자를 신으로 믿습니다.

이런 사고 방식은, 지금 이 순간 나와 조우하고 있는 저 타인을, 그로부터 내가 어떤 이익을 취하거나 또는, 나로부터 어떤 이익을 취하려 하는 상대로 바라보기를 그만 두고, 나에게 무언가 가르침을 주기 위해 - 그 사람이 이것을 의식적으로 알고 있건 않건 상관없이 - 등장한 사람으로 보고 또 내가 그를 그렇게 대하도록 만들어줍니다. 저는 실제로 이렇게 믿고 살아갑니다. 물론, 당연한 이야기지만, 일상 속에서 상대방이 스승임을 자주 망각해버리기는 해도 말입니다.

애초에 이 싸이트 시작한 목적이 저 자신의 수행에 보탬이 되게 하려는 것이었지만, 차츰 방문객들도 늘어나고, 메일을 주고 받는 길벗들의 수도 불어나며, 저 자신 부지불식간 일종의 '선생'인 양 행동하는 경우가 왕왕 발생함음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이런 깨달음은 실은 저로서는 상당히 불편한 경험이기도 합니다. 이는, 저 자신이 초보 수행자임을 저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초보 주제에 감히 선생 흉내를 내려한다는 것. 주제넘은 짓이지요.

그러나, 또 그런 한 편, 이렇게도 생각해봅니다. 모든 사람이 스승이듯, 나 또한 스승 역할 할 수도 있는 법 아니겠는가 하고. 그리고 더 나아가 이것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지혜와 가르침을 구하여 다니다가 이 싸이트에 들러 저와 대화를 나누는 모든 이들이 다 나의 스승이라는 것을. 그렇다면 저에겐 스승이 참으로 많으십니다. 몇 년 전, 어떤 종교 조직에도 소속되고 싶지 않아 나만의 수행 길의 첫 발을 디뎠을 때, 막막하고 외롭기도 하여 스승께서, 구루께서, 내게도 현현해주시기를 간절히 바랬었습니다. 그러나 아무런 스승도 나타나시지 않아, 나의 스승은 책 속에 있는 건 아닐까 하여 이책 저책 뒤지며 다니기 시작했었는데, 뜻밖에도 저의 스승은 이 싸이트를 통해서 한 분 두 분 나타나기 시작했던 것이고, 그것을 한참 지나서야 깨닫게 된 것입니다.

이 싸이트 방문하시는 스승들께선 정말로 많은 가르침을 저에게 주시고 갑니다. 지혜, 학식, 정보 뿐 아니라, 맑은 마음, 자비심과 동정심, 겸허, 이해심 등등 이루 다 열거하기가 어렵습니다. 그 스승들 모두에게 새삼 이 자리를 빌어 감사의 말씀을 올리고 싶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새로이 이 곳을 방문하실 길벗들께 알려드리고 싶습니다. 이 곳은 싸이트 주인이 어떤 가르침을 나누어주는 곳이 아니고, 오히려 세상으로부터 지혜를 모아서 받고자 하는 목적으로 존재하는 곳이라는 것을.

저의 수행 수준에서는 겸허라는 것이 지극히 중요한 덕목입니다.

영적 수행의 길을 가시는 분으로, 스승이 필요한 분이라면 이런 싸이트 하나 운영하는 것도 유익할 것 같습니다. 아니, 그럴 짬 내기가 어렵다면, 저의 이 싸이트를 저와 함께 활용하는 것도 괜챦겠지요. 그런 활용을 위한 환경을 인터넷이란 것이 제공해주었구요.

스승님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