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연 언제나 깨달을 것인가? (2003/9/20)
 

닐 도널드 월쉬 선생에게 신께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한다:

"나는 곧 너희이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너희도 할 수 있다, 또한 너희는 이 이상 가는 것도 하게 되리라. 하지만 너희는 귀담아 듣지 않았다. 대신 너희는 훨씬 더 어려운 길, 자신을 악마라 생각하고 자신을 악하다고 상상하는 길을 선택해왔다. 너희는 예수의 길을 밟는 것, 부처의 가르침을 따르는 것, 크리슈나의 빛을 간직하는 것, 위대한 선각자가 되는 것은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내가 말하노니, ‘자신’을 받아들이기보다 부정하기가 훨씬 더 어렵다." [신과 나눈 이야기 1, p. 144]

신의 말씀이니 당연히 맞는 말씀일테지. 그러나 표현이 조금 왜곡된 것은 아닐까('필터링filtering' 과정에서...)? "자신을 받아들이기보다 부정하기가 훨씬 더 괴롭다"로 바꿔야 하지 않을까? 왜냐하면, 여전히 위대한 선각자가 되는 것이 자신을 부정하는 것보다 훨씬 더 확률이 작고, 따라서 훨씬 더 일어나기 어려운 일일 테니까. 그 확률이란 실로 로또에 당첨되서 인생역전 하기보다 훨씬 더 작을 것 같다. 그런데 수천 만, 아니 수천억 분의 일의 확률일런지는 몰라도, 확률이 작다 뿐이지 분명히 발생하는 경우가 있기는 있다고 신께서 말씀하고 계신 것 같다. 다음과 같은 말씀도 범부인 우리가 위대한 선각자가 되는 가능성을 확인해주고 있는 듯 하다:

"영원한 순간은 모든 “있을 수 있는 가능성들”을 포함한다. 지금 와서는 이미 여러 번 설명한 셈이지만, 모든 것이 이미 일어났다, 백만 가지 다른 방식으로. 남은 건 오직 너희가 어떤 인식(perception)을 선택하는가 뿐이다. 그것은 전적으로 인식의 문제다. 인식을 바꿀 때, 너희는 생각을 바꾸고, 생각은 너희 현실을 창조한다. 어떤 상황에서든 너희가 기대할 수 있는 모든 결과가 이미 너희를 위해 거기에 있다. 너희가 해야 할 일은 그것을 인식하는 것, 아는 것뿐이다. “너희가 청하기도 전에 내가 대답해주리라”고 했을 때의 의미가 이것이다." [신과 나눈 이야기 3, p. 187]

여기서 잠시 인간의 과학 영역으로 넘어와서, 브라이언 그린이라는 미국의 물리학자가 다음과 같은 이야기를 했는데, 나는 그것이 신께서 들려준 말씀과 같은 맥락에 대한 묘사가 아닐까 싶다:

"양자이론의 방정식을 사용하는 방법은 누구나 알고 있지만, 확률파동(파동함수)의 실체를 진정으로 이해하는 사람은 아직 아무도 없다. 입자가 자신 앞에 펼쳐진 '여러 가지 가능한 미래'들 중 하나를 선택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알려진 바가 전혀 없다. 일단 하나의 결과가 선택되면, 선택에서 탈락한 여러 종류의 결과들이 다른 여러 우주에서 이곳과 비슷한 형태로 '동시상영'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도대체가 제대로 알려진 것이 없다." [엘러건트 유니버스, p. 180]

그린 교수는 유명한 물리학자 파인만의 다음과 같은 고백을 곁들인다:

"양자역학은 우리의 상식적 관점에서 볼 때, 그야말로 터무니없는 방법으로 자연을 서술하고 있다. 그리고 그 모든 결과들은 실험치와 잘 일치하고 있다. 따라서 우리는 자연 자체가 원래 터무니없는 존재였다는 사실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위의 책, p. 184]

그리고 그린 교수는, 우리가 기적이라고 부를 만한 현상 - 예를 들어 어떤 물체가 딱딱한 벽을 통과해버린다든가 하는 - 의 발생이 이론적으로 당연히 가능함을 이렇게 풀이하고 있다:

"콘크리트 장벽에 직면한 미시세계의 입자들은 종종 충분한 양의 에너지를 빌려서 자신의 관통 능력을 극대화시킨 후에, 장벽을 통과하는 기적을 발휘하고 있다. 고전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했던 일이 미시세계에서 실제로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여러 개의 입자가 한데 뭉쳐 있는 원자나 분자의 경우에도 이러한 양자터널 현상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이 경우에는 모든 구성입자들이 터널을 통과하는 행운을 '동시에' 누려야하기 때문에 그만큼 확률이 떨어진다. 술집에서 조지의 시가 담배가 사라지고, 얼음이 유리잔의 옆구리를 관통하고, 또 조지와 그레이시가 술집의 벽을 마음대로 통과할 수 있었던 것은, 그곳의 플랑크상수 ħ가 매우 컸기 때문이다. 이런 세상이라면 양자터널 효과는 하나도 신기할 것 없는 일상사로 간주될 것이다. 그러나 ħ가 너무나도 작은 실제 세계에서는 결코 흔한 일이 아니다. 만일 당신이 1초에 한 번씩 벽에 부딪치면서 무사통과를 시도한다면, 현재 우주의 나이(150억년~200억년)에 맞먹는 장고한 세월동안 꾸준히 부딪쳐야 단 한 번 정도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위의 책, pp. 191-192]

그러니까 기적적 현상이 엥간해선 - 한 2백억년 한 번 있을까 말까할 정도로 - 잘 일어나지 않는 일이긴 하지만 분명히 일어나긴 일어난다는 말씀이렸다. 만일 누군가가 칠십 평생 기적을 목격하기를 간구하며 살고 있다면, 이런 양자역학적 추정결과를 듣는 것은 크게 낙담하지 않을 수 없는 노릇이겠다. 허나, 위에서 그린 교수도 말하고 있듯이, '플랑크 상수 ħ'가 매우 큰 곳에서는 기적이란 게 늘상 일어날 수도 있다는 것 아닌가. 대체 그게 무슨 뜻인지 물리학의 물자도 모르는 나로선 아는 척 할 방도가 없기는 하지만, 어쨌든, 이 우주 속에 우리가 모르는 전혀 새로운 차원, 완전히 새로운 가능성을 가진 공간도 얼마든지 있지 않겠는가. 그래서 예수가, 부처가, 크리슈나가 그랬듯이 우리들 한 사람 한 사람도 신과 합일이 되는 경지에 도달하는 것이 분명히 확실히 일어날 일이고, 또 시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이라는 신의 말씀을 따르자면, 그것이 이미 일어났다는 것이렸다.

실은, 이현주 목사님이 쓴 '금강경 읽기'란 책을 지하철에서 읽다가, 나는 과연 언제나 깨달을 것인가 하는 의문과 함께 피어오른 이런 저런 생각을 두서없이 지껄여 본 것이다. 나를 의문에 빠뜨린 금강경의 말씀은, 수보리가 다음과 같은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아래와 같이 질문한 것이다: "[부처님께서 말씀하시기를] 무릇 상이 있는 것은 모두가 허망이니 모든 상이 상 아님을 보면 곧 여래를 보는 것이다"

"수보리가 부처님께 아뢰기를, 세존이시여, 그와 같은 말씀을 듣고 알찬 믿음을 내는 중생이 얼마나 있겠습니까? 부처님께서 수보리에게 이르시기를, 그런 말 하지 말아라. 여래가 멸한 뒤 오백 세(歲)에도 계를 지니고 복을 닦는 자가 있어서 이 한 마디에 능히 믿는 마음을 내어 이로써 열매를 맺는다. 마땅히 알아라, 그 사람은 첫 번째 부처, 두 번째 부처, 셋 넷 다섯 번째 부처가 계실 때에만 좋은 씨를 뿌린 게 아니라 수를 헤아릴 수 없이 많은 부처가 계실 때에 이미 좋은 씨를 뿌렸기에 그 한 마디를 듣고 한 생각에 이르러 깨끗한 믿음을 낸 사람이다." [이아무개 목사의 금강경 읽기, pp. 39, 41]

이 말씀에 대한 이현주 목사님의 해설이 이해에 도움이 된다:

""마땅히 어디에도 머물지 말고 널리 베풀라"(應無所住行於布施)는 말은 사랑을 하되 어디에도 구애받지 말라는 뜻이다. 말하자면 온전한 사랑과 온전한 자유를 누리라는 얘기다. 말하기는 쉽지만 그대로 하기란 그냥 어려운 정도가 아니다. 거의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 수보리가 의문을 품고, 과연 그런 믿음을 내는 중생이 있겠느냐고 여쭈었을 때 부처님은 한 마디로, "그런 말 하지 말아라"고 잘라 버리신다." [위의 책, pp. 41-42]


             


지금 오디오에서는 베토벤의 교향곡 5번 운명의 1악장이 장엄하게 울려퍼지고 있고, 창밖에는 서산으로 뉘엿뉘엿 지는 햇살을 배경으로 산봉우리가 어두운 그림자를 늘어뜨리며 그 앞의 낮게 뜬 먹구름 조각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하늘은 붉은색과 보라색으로 물들어 있다. 바로 이 시공간 안에서 나는 부처님의 법을 소화해내지 못하여 낑낑거리고 있다. 그 언젠가 예감했던 순간일런가? 이 순간 있기 위해 내 영혼은 몇 번을 이 세상을 오갔을까? 나에게 아마도 은혜의 씨가 수없이 많이 뿌려졌었으리라. 그리고 앞으로도 뿌려지리라. 그 날이 올 때까지.

그래, 언젠가는 깨달을 거야. 틀림없이. 그리고 그것이 이미 다 백퍼센트 예약되어 있는 일이라지만, 그래도 지금 이 순간 감사하는 나로선 열심히 수행하는 것 말고는 달리 할 일도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