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욕망

파워에 대한 욕망 (2004/2/15)

요즘, 깊은 상처를 입은 동포에 대한 배려가 전무한 잔인한 행동을 어리석게도 저지른 탤런트 이승연이 불경기 속에 울분 풀 곳 없는 국민들의 속죄양이 되어버렸다.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랬을까? 타고난 미모에 승승가도의 커리어와 인기, 이미 상당히 거두었을 금전적 수입 등등, 대부분의 평범한 사람들에 비하여 표면적으로 많은 것을 소유한 사람이 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그렇게까지 했을까? 물론 나는 그녀에게 '돌을 던지지는' 않겠다, 스스로를 '죄없는 이'라고 자부할 정도로 자만하지는 않으니까. 다만 궁금했다. 그렇게 많이 가지고도 더 원한 그녀는, 자신 내면 깊은 곳의 두려움을 처리하지 못해서 금전과 명성의 형태로라도 파워를 더 축적하기 위하여 앞, 뒤도 모르고 진흙탕에 몸을 던져버린 역사 속의 숱한 욕망의 노예들처럼 스스로를 내던져버린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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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요한 연구실, 건강한 하루의 성실함이 저녁무렵으로 나를 데려왔을 때, 서향의 산 너머로는 분홍 석양이 부드럽게 깔리고 있고, 오디오에서는 팻 메쓰니의 영혼을 울리는 듯한 기타 선율이 흘러나오고 있다. 비록 내가 이루고자 하는 현실적 - 그러나 많은 이들이 비현실적이라 간주하는 - 목표를 성취하기까지는 아직 오랜 세월의 작업이 남아있지만, 그런 것이 나를 조급하게 하지 않는다. 그 목표로 가고 있는 지금 이 순간을 완벽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에. 심지어는 목표의 달성 여부마저도 중요한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에. 결국 나는 지금 이 순간 아무 것도 더 바랄 것이 없다. 삶 속에서의 잔잔한 문제 거리들에 동요됨 없이, 나는 줄곳 이렇게 평화롭고 행복하게 잘 살고 있다.

헌데, 2% 부족함을 느낀다. 항상 나의 일상적 수행 생활의 배후에 잔존하고 있는 부족함. 그건 단순히, 내가 해탈하지도 못했고, 붓다가 되지도 못했고(물론 붓다는 '되는 것'이 아니겠으나), 어떤 확실한 개안(開眼)을 하지도 못한 '초보 수행자'에 불과하다는 부족함의 느낌이다. 그래서 줄곳 어찌하면 초보 딱지를 떼고 '도인'이 될 수 있을지 이런저런 비법을 찾아 두리번 거린다. 그래서 깨달은 것 하나: '내가 깨닫지 못했음은 내가 깨달으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2% 갈증마저도 벗어버려야 하는 것을.

나는 지금 이 순간 지극히 만족스러운데, 도대체 무엇 때문에 깨닫고 자시고 할 필요를 더 느껴야만 하는 걸까? 그냥 이대로 살면 뭐가 어때서? 건강하고, 잘 먹고 잘 살고, 즐겁고, 주변에 좋은 일도 하고, 정신 수양해서 '참 나'와 점점 가까워지고, 삶의 드라마를 즐기고 이러면 됐지. 더 원하는 것도 없쟎은가, 돈, 명예, 권력, 쎅스 건 간에(지금 이 상태로 만족한다는 뜻). 윤회의 고리를 끊어야 하니까? 글세, 잘 모르겠군.

그런데 순간적으로 이런 답이 내면에서 나왔다: '넌 파워(power)를 원하쟎아.'

누가 이 말을 내게 했는지의 문제는 제쳐두고, 뚱딴지같이 파워라니? 중학교 때 부반장 좀 안하게 해달라고 담임선생께 애걸복걸한 이후 그 어떤 무리 속에서도 어떤 지위도 마다해온 정치-권력 무관심자이자 주체적 왕따 은둔 프리랜서인 내가 파워를 원한다니... 하지만 내면의 음성은 항상 정확하니 어찌하랴, 다시금 내 안으로 파고들어가 본다. 흠... 역시나... 그랬었군: '난 파워를 원한다!' 여기에서 파워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힘이다. 이것이야 말로 파워의 정수가 아니고 무엇이겠는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행한 숱한 일들, 특히 표면적으로 순수하고 선한 것으로 보이는 일들 속에 깊숙이 양념처럼 저며져 있는 파워에 대한 욕구의 흔적을 하나, 둘 식별해낼 수가 있었다. 이런 작업이 나의 과거 '선행'을 무효화하지는 않는다. 다만 그 흔적을 이제는 알아볼 수가 있다는 말이다. 그것도 편한 마음으로, 죄책감 없이. 내가 가진 가장 효과적인 재능을 이용해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였을 때 느꼈던 그 희열 속에서 나의 권력욕의 흔적을 식별할 수가 있다.

그리고는 밤에 꿈을 꾸었는데, 내 기억으로는 꿈 속에서 생전 처음으로 타인을 폭행했다(꿈 속에서도 나는 타인에게 주먹을 휘둘러 본 기억이 없다). 나는 냉정하고 차분하게도 꿈 속의 나의 적을 폭력으로 제압하고는 처자식들을 데리고 위험의 장소로부터 벗어났다. 그리고 꿈 속에서 자신에게 물었다, 도대체 그를 왜 때려눕혔느냐고. 내가 나에게 대답했다. 두려워서 그랬노라고.

다음 날 아침, 잠에서 깨어나 중얼거렸다. '아, 내가 아직 두려워하는 것들이 있어서 파워를 원하는 것이로구나.'

꿈 속에서는 두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수단으로 육체적 폭력능력을 부여받았다. 현실 속에서 나는 두려움을 처리하기 위해 두 갈래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첫째, 타인의 마음을 움직일 수 있는 나의 파워를 업그레이드 하기; 둘째, 두려움에 기인한 파워에 대한 욕구 자체를 없애버리기 위해 완전한 '해탈'을 갈구하기. 첫째는 아마도 무의식 레벨에서 지속되어 온 반면, 둘째는 그보다 더 깊은 레벨에서 추진되어 온 것 같다. 그것의 이름은 무엇인가, 진아(眞我)인가, 아니면 진아의 또 다른 한 꺼풀인가?

두려움에 대한 인정, 파워 추구와 수행 사이의 간극과 겹쳐짐, 각(覺)에 대한 집착과 완벽한 지금을 사는 것, 그리고 이 모든 것들의 순환과 상호영향과 엷은 중복 등등을 따져본다는 것은 정말 골치 아픈 일이다. 내면으로 파고들기가 계속 진행되고 있다고 할 밖에.

월쉬씨의 신께서 해준 말씀마따나 사랑에서 나온 것이 아니면 두려움에서 나온 것일까? 하지만 나의 파워 추구는 두려움 뿐만 아니라 사랑에서도 나온 것인데? 그러면 이승연의 전위적 이윤추구 또한 두려움에 기인한 파워 추구 뿐만 아니라 사랑에서도 나온 것일가? Oh, No! 아무래도 그건 아닌 것 같애, 죄송합니다, 종군 위안부라는 반인류적 만행을 당하시고 민족의 깊은 상처를 온 몸에 품고 살아오신 할머님들, 죄송합니다, 새대가리 젊은 '사업자'들과 탤런트, 그리고 누드집에 침흘려온 모든 사내놈들을 대신하여 깊이 사죄의 기도를 드립니다. 부디 어리석은 저희 젊은 것들을 용서하시어 평안하시옵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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