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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욕심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마는, 욕심이 자라나서 탐욕이 되고,
그 탐욕의 크기가 점점 더 자라나는 곳은 특히 사회의 상층부가
아닐까 싶다. 내가 꿈꾸는 세상은 지나치게 많이 가진 자들이 그렇지
못한 이들과 나눌 수 있는 세상이라고 말하고 싶지만, 사실 나부터도
내 가진 것 움켜쥐고 내놓기 싫어하는 걸 보면, 나보다 훨씬 많이 가진
이들의 마음을 이해 못할 것도 없다. 하지만, 그렇다 해도, 내가
직접 목격했던 우리 사회의 최상층부의 사람들, 가진 것, 배운 것 많은
엘리트 중의 엘리트들, 그들은 대개 우아하고 지적이었으나, 내 눈에는
너무나도 - 즉, 지나치게 - 많이 가지고, 또 누리고
있는 것으로만 보였다. 평범한 사람들은 상상하기조차도 어려울 만큼의
호사와 돈과 힘은 그들의 우아함에도 불구하고 내가 그들을 조금도 존경할
수 있게 해주지 못하였다. 과연 어느 사회이건 그 사회의 최고
엘리트 층에 속한 이들은 같은 사회의 최저층에 속해 있는 이들에 대해서
조금이라도 관심이 있는 걸까? 무슨 연유에서였는지 이제껏 살아오면서
우리 사회의 밑바닥과 꼭대기를 다 목격할 수 있었던 나는, 전자의 좌절과
후자의 군림 사이의 까마득한 거리감에 현기증이 난다.
영성
수행 하는 내 눈에도 그들은 얼마나 밉게 보이는가. 턱부터 목을 거쳐
어깨에까지 딴딴하게 들어가 있는 힘, 항상 위에서 군림하며 아래
것들을 다스려야 하는 행동 패턴, 겸허라는 것에 대하여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생각해본 일이 없을 것만 같은 거만한 몸 움직임과 음성의
톤... 바로 '기득권층,' 정치가들 말이다. 수백억, 수천억원의 비리,
철밥통 싸움, 새털보다도 가벼운 소신과 벌떼보다도 강한 이권
수호력... 조선 시대부터 내려온 지배 집단, 현대로 넘어오면서 그 흔한
사회 혁명 한 번 제대로 안 겪고 친일과 친미 다 거쳐 유구히 지켜온
힘과 재산... 세상은 갈수록 어려워져 못가진 이들의 생계는 갈수록
절박해지는데, 가진 이들은 더 가지려 혈안이 되어 있고... 과연
우리에게 희망이 있는가?
허나, 과연 그런가? '기득권층'과 나를
분리시켜 놓고, 부도덕하고 후안무치한 '저들'을 비판하고 비난하며,
친개혁파인양 행세하는 이 태도는 멀쩡한 건가?
물론 그렇지
않다. 일단, 나 자신이 빈민층보다는 '저들'에게 사회문화경제적으로
더 가까우니까 할 말도 없다. 그렇지만 최소한 이 정도의 자세는
밝힐 수 있다: '저들'의 마음을 무자비하게 갉아먹고 있을 탐욕을 목도하며,
나는 '저들'을 위하여 신의 자비를 구하는 기도를 올리겠다.
탐욕,
그것을 내려놓으면 참으로 평화로워지는 것을, 이 짧은 삶 동안 무얼
얼마나 긁어모으고 누려보겠다고 여당이다 야당이다 목숨 걸고 싸우고
있을까. 저들 모두의 마음을 위하여 기도를 올리겠다. 부디 탐욕의 실체를
깨닫고 증오와 분노와 두려움의 허깨비를 떨쳐내서 이 생의 단 하루라도
진정으로 자신과 남을 위하여 겸허하고 평화롭게 미소짓는 삶을
살아보기를 기원한다. 나와 숱한 국민들 위에 군림하고 있는 저들이
불쌍하다.
그래, 위악(僞惡)의 요사를 떨며 짐짓 증오에 불타는
척 해봤으나, 실은 내 마음엔 연민이 훨씬 더 많이 들어있었다.
.....
그제도
어제도 열심히 번역 일을 했다. 일하면서 계산해보니, 하루 열심히 일하면
나흘을 푸지게 먹고 살 돈을 번다. 그거 꽤 괜찮은 것 같다. 헌데 일년
수입을 따져보니 보잘 것이 없다. 누구는 연봉이 얼마고 누구는 보너스가
얼마라던데... 에이, 나도 번역 일 단가라도 확 올려버릴까? 하긴 지난
몇 년간 인상도 안하고 동결해두었고, 사실 의뢰 기관 측에서 주겠다는
대로 그냥 받아왔잖은가.....
하지만 올리지 않기로 했다.
아무래도 이익을 조금 남기는 게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서이다. 많은
이익을 구하지 않고 열심히 일하는 편이 몸은 좀 고되도 훨씬 마음이
편하다. 일에서 많은 이익을 내려 하지 말라는 불가의 가르침을
얼마 전에 듣지 않았던가. 휴우-, 욕심을 낼 뻔 하다가 그러지
아니 하였다. 참 다행이다. 그리고 열심히 자판 두드리고 일하는 이
순간 행복하다. 이걸로 돈 벌어 아이들한테 맛있는 것 사줘야지.
더 뭘 바래야 할까? 간단한 일, 단순한 마음, 소박한 살림, 이런 것들이
실로 평화로운 마음의 전제 조건들인데, 세상은 왜 더 복잡한 일, 영리한
마음, 세련된 살림이 우리를 구원해주리라 철썩같이 믿고 사는 것일까?
참 안 됐다. [잘난 척... (- -;)]
우리 나라의 많은 엘리트들 보아 왔지만, 그들
중 평화로운 미소를 건네주는 이를 본 기억은 거의 없다.
권력,
돈, 명예, 그것들 참 달콤하다. 끝내준다. 비록 치졸한 수준이었는지는
모르지만, 나름대로 권력과 돈과 명예의 맛을 한입이라도 얻어서 베어물어
보고, 어깨넘어로 구경이라도 해볼 수 있었음에 감사한다. 그것들, 참으로
달콤하긴 한데, 하지만 마음의 평화에 비하면 정말 아무 것도 아니다.
그것들 구하면 탐욕만 자라난다. 그러면 점점 평화로부터는 멀어진다.
그래서 몸 버리고 마음 버리고, 그리고는 제 주변까지 버리게 만든다.
적당한 수준의 욕망은 강한 동기부여의 기제이나, 탐욕은 나를 갉아먹는다.
탐욕에 사로잡힌 나는 겉으로는 마치 유능하고 영악해보이지만,
실은 세상을 위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능력이 없다. 탐욕에
사로잡힌 나는 마치 텔레비전 광고에 나오는 멋진 모델들처럼 겉으로는 빠릿빠릿하고
세련되어 보이지만, 실은 참된 자기 자신을 위해서 무엇 하나
제대로 할 능력이 없다. 그렇게 살아 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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