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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살고 있는 지역의 한 신문에서 불교 선승의 지혜 한 토막을 접하였다.
말씀인 즉슨, 세상에서 제아무리 즐거운 일도 습관이 되어버리면
고통을 잉태하게 된다는 것이었다. 그분이 든 예로는, 매일 깨끗이 샤워하는
것처럼 좋고 즐거운 것으로 보이는 습관도, 샤워를 할 수 없는
날 느끼게 되는 찝찝함을 간주할 때 그 안에 고통의 씨앗을 품고 있다는
것 또, 일과후 시원하게 들이키는 맥주 한 잔의 쾌락도 일단 습관이
되고나면 그렇게 할 수 없을 때 고통을 느끼게 된다는 것 등이 있었다.
결국 이 현상계에서 그 자체로서 절대적으로 좋기만 한 쾌락을 찾기는
어렵다는 말이 되겠다.
나도 한 번 곰곰이 따져본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이 세상 많은 것들 중에서 일종의 습관이 되어버렸던
것이 무엇이 있었던가... 가장 쉽게 떠오르는 예는 술과 담배가 있다.
둘 다 지독한 습관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그것들 없는 세상은 상상하기도
어려웠고, 따라서 술 마시고 싶을 때 그럴 수 없다는 것은 괴로운 일이었으며,
가슴이 답답할 때 수중에 담배 한 개피가 없다는 것은 내 실존을 조바심에
빠지게 하는 일이었음을 기억한다. 담배는 끊은지 오래 되었기에 흡연의
습관이 배태하고 있는 고통에 관하여 냉정하게 사고할 수가 있다. 허나
술은 끊은지 한 달밖에 안 되어서 여전히 미련이 좀 남아있는 상태다.
그래도, 술을 마심으로써 하루를 마무리하는 그 습관을 끊어버린 것만큼은
잘 한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습관을 벗어나서 술을 자유로이 마실
수 있을 때에서야 비로소 나는 술을 정말로 즐길줄 안다고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래야 관성이나 타성에 의해서 마시는 것이 아니라 진정으로
주어진 한 고귀한 순간을 축복하는 의미에서 술을 즐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밖에도 또 습관이 되어버린 다른 쾌락들이 있었는가?
남녀간의 사랑 또한 그런 측면이 많지 않을까? 사랑하는 이를 보고 싶고
함께 있고 싶은 마음 때문에 두 남녀가 함께 생활을 하는 것이
습관이 되어버리면, 상대방의 부재가 바로 고통이 되지 않을까 싶다.
남녀가 성숙하고 지속적인 애정을 나누는 친밀한 관계를 쌓아가기 위해서는
서로를 멀찌감치 떨어져서도 보아줄 수 있는 공간적 여유를 갖는 것이
현명함에도 불구하고 오로지 찰떡같이 둘이서 붙어있는 것만을
추구할 때, 시간에 따라 찾아드는 자연스러운 분리나 이탈마저도 고통으로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남녀간의 육체적인 사랑도 그런 면이
있지 않을까? 킨제이 보고서류의 통계 자료에 대한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일주일에 몇 회, 또는 한 달에 몇 회' 부부 관계를 갖지 않으면 '비정상'에
속하게 된다고 믿고 의무적으로 며칠에 한 번씩 성관계를 가져야만 한다면,
때때로 삶의 이런저런 사정 때문에, 또는 신체적 변화로 인하여 그 빈도수를
채우지 못하는 것이 고통의 원인이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굳이
섹스까지 예를 들지 않아도, 언제나 외출할 때에는 손을 꼭 잡고 다니는
부부나 연인들이 있다면, 물론 그런 스킨쉽이 정신적 육체적 즐거움을
선사하기는 할 테지만, 살다보니 손을 안잡게 되는 경우가 발생하면
바로 일종의 결핍 내지는 부정적인 감정이 일어날 수도 있을 것이다.
즉,
어떤 즐거운 것이라 할지라도 습관으로, 상투적인 것으로, 늘상
그러해야만 하는 것으로 만들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나의 삶에서 내게 즐거움을, 쾌락을 주는 것들을 당연시 하지 말고,
그것이 내게 주어지는 매 순간마다 진심으로 감사하며 받아들여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즉, 만약 담배가 즐거움을 준다면, 매 한
개피 피울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피우고, 만약 술이 그러하다면,
한 잔 들이킬 때마다 감사하는 마음으로 마셔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 진정으로 그렇게 의식적으로 감사하다보면 어쩌면 담배를
멀리하게 될런지도 모르지만. 땀흘려 일 한 뒤에 마시는 시원한
청량음료 한 병이 노동중의 낙이라면, 그것을 마실 때마다 감사하고,
늘 스트레스 주는 일 속에 파묻혀 있다가 토요일마다 습관처럼 만나는
애인과 상투적으로 손을 잡고 데이트를 한다면, 그렇게 손을
잡을 때마다 서로를 위해주는 대화를 나누며 감사할 것이며,
언제나 일상의 일부로 한 집안에서 마주치는 배우자가 습관적으로 나를
위해 해주는 일들에 대해서도 새삼스레 감사해야 할 일이 아닌가
하는 말이다.
즉, 지속적으로 내게 주어지는 일상의 은총들을
깨어있는 정신으로 받아들이고, 그것들을 내게 주심에 대하여 감사할
수 있을 때, 그 은총들이 별 볼일 없는 습관으로 전락해버리지는 않을
것이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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