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Way (2004/7/12)
 

나는 나만의 길을 걷는 것이 마치 나의 숙명인 듯 지금껏 살아왔다. '숙명'이라 말함은, 나만의 길의 추구라는 것이 내가 의도하여 그리 된 것이 아니라, 나라는 존재의 깊숙한 곳에 미리 그렇게 프로그램되어 있었다는 뜻에서이다. 좋게 말하면 'My Way'의 일관된 추구지만, 어떻게 보면 주체적 '왕따 인생'이라 할 수도 있다.

유아시절, 나에 대한 유별난 기대를 품고 계셨던 모친 덕(?)에 나는 밖에서 또래 아이들과 뒤엉켜 놀기 보다는 주로 집에서 책을 읽거나 혼자 노는 일이 많았다. 나의 여동생 표현에 의하면, 자신이 밖에서 해가 넘어갈 때까지 신나게 뛰어놀다 집에 돌아와보면 오빠가 창백한 얼굴로 책을 읽고 있었다고하니... 그렇게 자란 아이가 유치원에 들어갔다 자퇴한 것도 무리가 아니었다. (첫 공식 교육을 자퇴로 마쳤는데도 불구하고 그런 공식 교육이 제공하는 최고 수준까지 마쳤다는 것이 웃기기는 하다.)

초등학교 시절은 이런 자발적 왕따 인생의 직접적인 연장선상에서 흘러갔다. 내가 당시 아이들 사이에서 유행하던 그 어떤 것도 따르지 않으려 했었던 것을 잘 기억한다. 유행을 따르기 싫다는 그 내적인 저항과 무리에 대한 경멸감은 실로 병적이었던 것 같다. 제 성정으로는 주체할 수 없었던 그 독선 덕에 나는 줄기차게 부모 속을 썩이는 문제 아동이 되고 있었다. 학교는 형무소였고, 하교 시간은 퇴소하여 자유의 몸이 되는 시간이었다. 학교에서 내게 주려했던 모든 것들, 그중의 고귀한 것들까지도 나는 싫어했으며, 내가 선택한 책들 속에 파묻혀 내 멋대로 세상을 보는 가치관을 만들어서 주변 환경과 부딛치고는 했다. 이런 성향은 그 이후의 학창시절을 통해서도 거의 변화하지 않았다.

단 나이를 먹으며 한 가지 깨우치게 된 것이 있다면, 튀어봤자 얻어맞기나 하니 조용히 지내는 편이 현명하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고교시절에는 뒷편에 있는 내 자리에 조용히 앉아 그저 책만 읽고 지냈다. 학교 성적, 대학 입시 같은 것 신경도 안 쓰고, 그저 책 읽는 재미에만 빠져 살았다. 물론, 수업 시간에 딴 책 읽는 것이 때때로 교사에게 발각되어 늘씬하게 얻어맞는 일이 일어나곤 했었지만.

(난 내가 그때 그랬던 것을 불혹이 넘고 자식 둘을 둔 아버지가 된 지금에도 후회하지 않는다.)

대학 다닐 땐 모두가 데모하느라 수업 거부할 때, 전두환을 증오했음에도 불구하고 극소수의 학생들과 강의실에 남아 수업을 들었다. 동문회에서 선배가 후배 폭행하는 것보고 그 자리에서 동문회를 탈퇴해버렸다. 미친놈 소리 들으며 역사학 전공 - 돈도 안되는 - 으로 미국 유학을 떠났다. 총각 때 이성관계와 관련된 지역 공동체에서의 루머로 그야말로 왕따 신세가 되었으나 그것에 콧방귀 한 번 뀌어 본 일 없었다. 조직 생활 때에는 보스의 총애를 입어 또 다시 왕따 신세가 되었으나 그것에 대응할 가치를 느껴본 순간은 없었다. 그리고 그런 여정이 이어지고 또 이어지다가, 언제부터인가는 상아탑에 대한 매력이 없어져서 이렇게 나 혼자 나 좋은 일 하며 살고 있다. 그저 내 좋은 대로 내 맘대로 살아왔다고 할 수 있다. 어떤 인맥, 지연, 혈연 관계에도 관심이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소중한 벗들이 상당히 많이 있으며, 때가 되면 나를 돕고 이끌어 주는 분들이 꼭 나타난다. 왕따 인생이었으나, 신기하게도 내게는 소중한 사람들이 참 많다. 잘난 척 하는 수준에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세월의 변화에 흔들리지 않은 나의 일관성을 신뢰해준 이들이 있었기에 그러했다고 나는 믿는다.

당연히, 앞으로도 내 맘대로 살 것이다. 왕따를 당하든 말든, 그런 덧없는 것들에 의해 나의 지극히 소중하고도 축복받은 삶의 행보를 조정해야할 가치를 조금도 느끼지 않으니까. 이즈음 느끼게 된 것은, 이런 나의 겁없는 독선적 행보가 종종 높은 차원에서의 인도에 나를 내맡길 때 이루어져왔다는 것이다. 하긴, '신'에 대한 별 생각이 없을 때도 내 멋대로 살았었는데, 이제는 신께서 항상 이끌어주신다는 것을 언제나 믿고 살아가고 있으니 정말 엄청난 독불장군이 되어버릴 소지가 크다고 하겠다.

오랜만에, 그간 풍선처럼 부풀었던 에고와 자만심을 다스리고 차분하게 스스로를 돌아본다. 제 맘대로 산다는 건 물론 중요한 일이다. 허나 그것은 단지 삶의 스타일일 뿐, 그렇게 제멋대로 살면서 품고 있는 영적인 컨텐츠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 핵심적 문제로 남는다. 나는 그 컨텐츠를 가지고 있다. 그래서 그간 내가 잘해왔다고 자평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러한 나의 진전은 외적으로 현상계에서 반응을 가져왔다. 일례로, 자신의 최상을 발견하여 그것으로서 살라는 나의 메시지가 더 많은 학생들에게 반응을 일으켰음을 관찰할 수 있었다(이 단순한 메시지의 전달에 한 학기가 소요된다). 특히 지난 학기의 반응은 그 이전까지의 반응을 뛰어넘었다. 성적처리가 끝난 지금까지 많은 학생들이 진지하게 연락해온다. 또한, 한 제자와는 내가 제시한 교육적 이상을 공유하고 함께 현실 속에서 추구해나가기로 뜻을 같이하여 특별한 사제지간의 연을 맺게 되었는데, 이로써 앞으로의 나의 교육자로서의 현실적 행보가 예전에는 미처 상상할 수 없었던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내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즉, 나의 메시지가 진실되어서 청자의 내면 깊은 곳에서 공명을 일으키기 위한 필수 조건은, 나 자신이 그 메시지를 삶에서 구현하고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나는 내가 그 메시지를 나의 삶에서 구현하여 왔다는 것을 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숱한 실패와 오류와 좌절 또한 맛보았음을 뚜렷하게 기억한다. 그 아픔을 표현한 간디의 다음 글을 나는 이미 여러 번 인용해왔다:

나는 길을 압니다. 그 길은 곧고 좁습니다. 그 길은 마치 칼의 날과도 같습니다. 나는 그 칼날 위를 기쁜 마음으로 걷습니다. 거기에서 미끄러질 때면 나는 웁니다. 신은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애쓰는 자는 결코 죽지 않는다.' 나는 그 약속에 대하여 무조건적인 믿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비록 나의 약점 때문에 천 번을 미끄러진다 하여도, 나는 그 믿음을 잃지 않을 것입니다. 

앞으로도 나는 얼마나 미끄러지고 울지 알 수 없다. 그러나 나는 그 믿음을 잃지 않을 것이고, 계속 내 맘대로 살아갈 것이다.

핀드혼의 아일린이 보내준 신의 메시지로부터 다시금 힘을 얻는다:

그 무엇도 두려워하지 말거라. 네가 하고 있는 일이 나의 인도와 나의 축복 아래에서 이루어지고 있음을 안다면, 타인들이 너의 행동에 관해서 생각하는 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진정한 기쁨으로 행하고, 그로부터 최상의 것이 드러남을 보아라. 나의 길은 인간의 길이 아니라는 것을 그 어느 순간에도 잊지 말아라. 그렇기에 나는 네가 따라서해볼 전범조차도 찾을 수 없는 미지의 곳으로 용감하게 뛰쳐나가는 법을 배워야 한다고, 또한 나와 나의 길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과 자신감을 가지고 배워야 한다고 말하는 것이다.

네가 무언가 새로운 것을 개척하고 있을 때, 낡은 벽은 무너져야 하며, 네가 그리하기 위해서는 내면의 힘과 확신이 필요하다. 결코 그것을 너 자신의 힘으로 하지 말아라. 그것을 실현하기 위해서 나로 하여금 네 안에서, 너를 통하여 역사하도록 허락해다오. 나는 너를 통합시키고, 인도하고, 지시하고, 승화시키며 네 안에 거한다. 그리고 나는 너를 승화시킴으로써 모든 인간들을 높은 곳으로 들어올릴 것이다.

내가 승화됨으로써 인간 사회가 따라서 승화된다구? 정말 터무니없는 과대망상 아니겠는가! 헌데 이를 어쩌지, 나는 그런 과대망상 같은 약속을 철썩같이 믿는 신도인 것을.


          

* 저는 저 자신을 '참된 스승'으로 감히 학생들 앞에서 규정한 바 있습니다. 그것이 사회적으로는 아무리 시건방지고 오만한 일이라 하여도, 도저히 그리 하지 않을 수가 없었습니다. 저는 죽어도 '참된 스승'보다 덜한 그 무엇이고 싶지는 않았기 때문입니다. 저의 그 표피적 오만을 연장하는 위험을 무릅쓰며, 제가 스스로 선언한 '참된 스승'을 서구의 학자가 어떻게 표현하고 있는지 옮겨 적어 보겠습니다:

SQ(영성 지수)가 높은 사람은 '섬기는 지도자'가 되기 쉬운데, 이는 고양된 비전과 가치관을 사람들에게 제시해주며, 그들로 하여금 그것을 어떻게 사용하는지 보여주는 일을 맡고 있는 사람을 지칭한다. 바꾸어 말해서 그는 사람들에게 영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이다.
A person high in SQ is also likely to be a 'servant leader,' someone who is responsible for bringing higher vision and value to others and showing them how to use it, in other words a person who inspires others. - Danah Zohar & Ian Marshall, Spiritual Intelligence: The Ultimate Intelligence.

이 웹싸이트를 운영하는 첫째의 목적이 저 자신의 수행을 외적으로 공표함으로써 게을러지거나 순수성을 잃는 것을 스스로 경계하기 위함이었듯이, 제가 믿고 있는 저 자신의 역할을 다시금 이렇게 드러내서 공표합니다. 스스로 이에 심히 미치지 못함을 깨달을 때마다 감내해야할 깊은 고통을 예상하면서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