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씨뿌리기 (2004/2/29)
 

1. 토론

어떤 학자가 우리 사회의 삶과 교육을 치유하고 바꾸기 위해서는 '나부터' 실천해야 한다고 믿고, 가족을 이끌고 시골에 귀틀집을 짓고 정착하였다. 여러 사람이 이 학자가 쓴 책을 읽고 모여 토론하게 되었다.


"말씀은 다 좋은데요, 이 분은 대학 교수라는 직업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말하자면 지성과 의식을 겸비했고, 또 생계도 보장되는 특수한 케이스란 말입니다. 많은 사람들이 돈만 해결되면 아마 이 분을 따라서 자연과 벗하여 살고 싶어하지 않을까 싶네요. 허나 실제로 그럴 수 있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요?"

"그도 그렇구요, 이 분 말씀이 가볍게 읽으면 우리의 생각에 도움을 주는 등등 좋은 점도 있지만, 우리 사회를 위한 대안 제시라는 측면에서 볼 때에는 상당히 위험한 요소를 내포하고 있다고 봅니다."

"위험하다니요?"

"일개인의 로맨틱하고 낙관주의적인 전원생활이 사회와 교육을 개혁하기 위하여 일반화될 수 있는 모델로 대중과 학생들에게 제시될 수 있을까요?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서는 '구조'와 '시스템'이 개선되어 새로운 형태로 거듭나야 하지 않겠습니까?"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이 분의 방식은 위험한 것이 아니라 개인이 취할 수 있는 최상의 방식이라고 믿습니다. 나부터 지금 여기에서 시작한다는 것이 가장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실천이라고 봅니다. 세상을 바꾸는 시발점이 구조냐 개인이냐 하는 문제에 있어서 어느 한 쪽의 손을 선뜻 들어줄 수는 없겠지만요."

"그렇죠, 허나 '구조'를 손대는 것이 언제나 추상적인 차원에 머물러 있는 반면, 개인, 또는 '의식'에 손을 대는 것은 좀 더 구체적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개인으로부터 출발하는 데에는 여러 방법이 있겠지만, 가장 낮은 차원이 '계몽'일 테고, 그 밖에 스스로 본보기가 되는 것, 아니면 남들을 섬기는 것 등이 있을 것입니다. 이 교수 분은 어쩌면 본보기가 되는 것을 출발점으로 삼은 것은 아닐지요."

"동의합니다. 이 분 책 표지에 민들레 그림이 있는 것이 의미심장하다고 생각해요. 자신이 세상에 변화의 홀씨를 퍼뜨리는 민들레의 역할을 맡겠다는 의지가 담겨있는 것 아닐까요?"

"좋습니다, 추상적이고 거대담론적인 개혁의 기치를 드높이는 것보다 구체적인 실천을 중시해야 한다는 말씀을 이해하겠습니다. 허나 이 교수 분께서는 바로 그 점에 있어서 기대에 못 미치는 부분이 있습니다. 이 분의 책 어디에서도 이 분이 자신이 속해 있는 직접적인 사회환경, 즉, 대학, 동료 교수 사회, 또 학생들에게 자신의 구체적인 실천을 어떻게 보여주고 있는지에 대해서 언급이 없다는 점입니다. 바로 자신의 주변부터 시작해야 하는 것 아닌가요?"

"자고로 예언자도 제 식구 개종시키는 게 제일로 힘들다고 그럽디다."

"맞아요, 그리고 대학에서 그랬다가는 왕따되죠."


세상을 변화시키기 위한 모색이 '현실'의 구조적인 측면에 대한 공격 쪽에 치중하는 경우가 많지만, 결국은 구체적인 실천에 의한 의도되지 않은 '랜덤(random) 영향끼치기'가 지금 이 순간 선택할 수 있는 현실적으로 가장 효과적인 전략이 아닐까? 랜덤성(性)을 수용한다는 것이 단순히 비계획적이고 무책임하다기 보다는, 이성으로 대표되는 자기의 비움과, 자신의 내맡김, 그리고 자신 보다 거대한 그 무엇에 대한 믿음 같은 것에 기초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해본다.


2. 기도

주님, 지금 이 순간을 주신 것에 감사합니다.
저를 선택하시어 저에게 다가오신 것에 감사합니다.
당신께서 주신 모든 것에 감사드리고 당신의 도구로써 저를 써주심에 감사드립니다.
.....
맨날 제 얘기만 하고 끝냈는데 이번에는 한 번 당신의 말씀을 듣겠습니다.
.....
한 말씀만 하소서.
.....
아, '항상 always' 말씀해주시고 계셨지요. '모든 방식으로 All Ways.'
.....
그러고보니 요즈음도 주님께선 온갖 방식으로 제게 말씀해주시고 계셨지요. 그래서 저는 삶 속에서 늘 배우고 성장하고 있구요.
.....
아, 맞습니다, 제가 배워야 할 것은 인내, 참을성입니다.
기다리겠습니다.
이제는 당신의 말씀이 아니라, 제가 뿌린 씨가 싹트는 것을 기다리겠습니다.


3. 결론

그래서, 내가 뿌리는 '메시지'의 홀씨가 어디로 어떻게 날아가서 어떤 식으로 싹을 틔울지 조급해하고 예측하려 하지 말라. 그 과정에 신의 인도가 신비롭고도 자비로운 방식으로 개입되어 있으니, 신의 사랑을 믿고 인내심을 가지고 그저 실천하라, 바로 지금 이 순간 내가 할 수 있는 것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