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Q 영성지수 (2004/7/18)
 

<길벗 및 독자께>

며칠 전, 존경하는 길벗님(朋) 한 분과 신촌에서 술잔을 기울이며, 서로의 수행과 공부의 여정에 대한 진솔한 이야기를 밤늦도록 나눴습니다. 담소중, 제가 지난 번에 올린 수행일상 글 말미에 등장한 '영성지수'란 것에 대하여 길벗님께서는 생소하다 하시어, 영성지수를 테스트해보는 지표라고 볼 수 있는 항목들을 메일로 보내드리겠노라고 약속했습니다. 그런데 그 항목들을 다시 살펴보니, 저와 만난 그 길벗님 뿐 아니라 이 싸이트의 모든 단골 손님들과 길벗님들도 함께 나누는 편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영문 원전으로부터 제가 우리말로 번역하여 조~ 아래에 싣습니다.

여기서 '영성지수(Spiritual Quotient)'란 IQ나 EQ(감성지수)와 같은 개념이 한층 진화된 개념 정도로 간주하시면 되겠습니다; 즉, 단순히 지능과 감성과는 또다른 분야인 영성(靈性)의 정도를 나타내는 것이 아니라, 지능과 감성 등까지 - 그 지수의 고하와는 무관하게 - 모두 통합하는 보다 고차원적인 능력으로서의 영성을 일컫습니다. 그리고 영성지수란 구체적으로 우리가 삶의 가장 어려운 실존적 도전에 대응하는 내면의 능력을 나타낸다고 할 수 있는데, 이런 도전에 맞서 우리 자신의 깊숙한 내부까지 심각하게 성찰해보고 또, 그 도전을 극복하기 위하여 전통이나 관습을 뛰어넘어 창조적인 방식으로 자신을 질적으로 변혁시키려는 시도까지도 아우르는 개념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시도는 당연히, 일상에서 주어진 매사의 현상적 모습을 파고들어서 그것의 깊은 영적인 - 본질적 - 의미를 통찰하고자 하는 갈망을 수반하겠지요. 간단한 예로, 오늘 나에게 매우 열받는 일이 일어났다고 할 경우, 이를 현상 차원에서 피상적으로만 이해할 때에는, '에이 재수 한 번 더럽게 없는 날이군'과 같은 체념에서부터 '그놈들이 정말 쥑일 놈들이지'하는 비난이라든가, 아니면 '내 탓이오, 내가 병신이지'하는 자탄 등까지 대체로 자신을 위하여 건전하다고는 볼 수 없는 반응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깊은 영성의 차원에서 그 열받는 일의 숨겨진 '의미'를 이해하고자 열망한다면, 그 부정적인 사건이 나의 영적인 성숙을 위하여 주어질 수밖에 없었던 심오한 이유를 모색하게 된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바로 이러한 모색하고자 하는 열망과 이를 실행으로 옮기는 능력 등을 '영성'이라고 부른다는 말입니다.

헌데, 이 영성지수의 주창자인 학자들 견해에 따르면 - 저 자신 전적으로 동의하는 견해입니다만 - 영성지수와 종교와는 별 상관이 없다고 합니다. 영성지수가 높은 사람이 종교에 신실할 수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종교에 헌신하고 독실한 사람이라고 해서 반드시 영성지수가 높은 것은 전혀 아니라는 것이지요. 또한 영성지수가 높은 사람은 특정 종교에 귀의할 수도 있으나 그런 전통으로부터 벗어나 독자적인 영적인 순례에 오르는 경우가 많다는 것입니다 - 지금 저 자신의 SQ가 높다고 뻐기려는 것이 아니라, 실제로 이쪽 학자들의 견해가 그러합니다. (- - ;) 헌데, 기존 종교의 문제점 중 하나로, 열렬한 신자일수록 오히려 영성지수는 형편없이 낮은 경우 또한 많다는 점이 지목되고 있기도 합니다. 덧붙여, 영성지수에 초점을 맞춘 교육이란, 편협하고, 자기중심적이며, 이기적인 학업추구를 뛰어넘어 한 아동의 내면의 최상을 드러내어 발휘할 수 있도록 돕는 교육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자, 영성지수 논문의 필자들 말을 직접 들어보지요:

SQ는 우리로 하여금 자아 내(內)적인 차원과 타인과의 관계의 차원 양쪽을 다 통합하여 자아와 타자 사이의 간극을 뛰어넘을 수 있도록 해준다. 단순한 EQ만으로 우리가 이 간극을 좁힐 수는 없다. SQ는, 우리 자신은 누구이고, 우리가 겪는 일상사들이 우리에게 어떤 의미를 갖는지 이해할 수 있게 해주고 또, 이러한 일상사 속에서 마주치는 타인들이 우리의 자아 성찰에 대하여 갖는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저의 경우처럼 주어지는 일상사는 죄다 축복이며, 마주치는 타인들은 죄다 천사라는 CWG(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적인 단순무식한 이해까지도 포함하여, 우리와 조우하는 일상과 타인의 숨겨진 의미를 이해할 수 있도록 SQ가 도와준다는 말이지요.

그러면, 이 학자들이 제시하는 높은 영성지수의 지표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 전통과 규칙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며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는 역량(적극적이고도   자발적으로 순응/적응함)
- 고도의 자아 인식
- 고난과 고통, 그리고 자신의 실수까지도 직면하고 용인하며 또, 활용할 수 있는 역량
- 비전과 가치관에 의하여 영감을 받을 수 있는 자질
- 불필요한 피해를 끼치는 것을 꺼려함
- 다양한 사물들 사이의 연계성을 보려는 경향(전체성에 대한 인식; being 'holistic')
- '왜' 또는 '무엇을'이라는 질문을 던지며 근본적인 답을 구하려는 두드러진 경향
- 심리학자들이 말하는 '분야 독립성(field independent)'을 지님; 즉 관행에 반(反)하여 행동하고   무리에 대항하여 맞설 수 있는 역량을 지님
- 다양성에 대한 열린 태도; A로부터 B에 이르는 여러 갈래의 경로의 가능성에 대한 열린 태도
- 내면의 나침반이자 내면의 길잡이로서의 양심에 대한 인식
- 깊이 있는 자발적 성향, 즉, 타인들과 보다 더 깊은 실재에 대한 수용적 태도를 지님

- 출처: Danah Zohar & Ian Marshall, SQ. Spiritual Intelligence, the Ultimate Intelligence, Bloomsbury, UK 2000.


어떻습니까, 당신은 영성지수가 높은 사람인가요? 한 사람의 영성지수가 높다는 것이 결국 그의 삶의 행로가 순조롭지만은 않을 것에 대한 징후임을 윗글은 암시하고 있는 걸까요? 아니면 그러한 표면적인 '순조롭지 않음'에 대한 타성적 예상을 넘어서서, 높은 영성지수는 훨씬 더 깊고도 전체적인 '영적 진화'의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그리고 그런 '진화'가 없다면 우리네 인생에는 대체 무슨 의미가 있을런지요. 숭고한 삶을 꿈꿉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