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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
많은 일을 해서 심신이 허약해졌다. 잠이 적은 체질이 아닌데도 매일
너댓 시간만 자며 쉴틈없이 공부에, 일에, 중요한 활동에 임하다보니
에너지가 꽤 소진된 것 같다. 이 모든 것들이 영적인 차원에서 의미심장하고
가치 있는 일들임을 아주 잘 알고 있으나, 그렇게 영적으로 중대한
일들 모두에 전념하다보니 우스꽝스럽게도 심신이 약해지고 있다. 몇
달만에 본래 체중의 거의 10퍼센트가 감소했다. 그래도 하던 운동은
멈추질 않으니 배에 살이 도로 붙을 겨를이 없어, 할 수 없이 허리띠에
새 구멍을 뚫고 더 졸라매고 다닌다.
힘드는 것 중 하나가 돈이고,
힘을 주는 것 중의 하나가 또 돈이다. 돈벌이를 한시적으로 마다하고,
선택한 일에만 집중하다보니 때때로 돈 생각이 나면 내 실존이 위축됨을
느낀다. 그러나 동시에, 그 중요한 돈벌이마저 보류하고 전념하는 일이니만큼
결코 게으름 피울 수는 없다는 독기가 뿜어져 나오기도 한다. 그래서
그런대로 갈 길을 계속 갈 수가 있는 것 같다.
지금 가고 있는
길에 나름대로의 어려움도 있다. 돈 문제를 떠나서 심리적이고 감정적인
기복을 다루기가 어렵다. 아마도 지금이 '시험'의 기간인가 보다.
신께서 나를 시험하지 않으시리라 믿었던 예전의 순진함은 유기(遺棄)하겠다.
모진 시험... 내 정신이 견디지 못한 것이 몸에게로 넘어가서 결국 물리적인
체중감소로 해소되는 것 같다. 그러나 물론 나는 시험에 굴복하지 않는다.
얼마전 바닥을 쳤으니 이젠 올라갈 차례다. 배때기에도 다시금 살이
불을 것이다. 이 시험 다 치루고 마음의 평화를 회복할 것이다. 무엇보다
내가 이 시험에 굴복하지 않으리라는 믿음의 근거는, 내가 이것이
'시험'임을 알고 있다는 사실이라 하겠다. 주님께선 분명히 내게 말씀하셨다:
'너는 배울 것이다'라고.
어쨌든, '시험'에 들어 나를 다바쳐
열심히 일하고 살며, 매일 꿈꿀 틈도 없이 잠에 빠질 수 있는 피곤함을
축복으로 받아들인다.
일요일, 아이들 손 잡고 공원에 데려갔다
점심 사먹고 돌아왔다. 오후 느즈막에 연구실에 나갔는데 컴퓨터 켜놓고
잡무 보다가 책상 앞에서 한 시간 넘게 비몽사몽 졸고 말았다. 초가을의
저녁 어스름에 간신히 잠을 털어버리고 몸을 일으키는데, 그 순간 떠오른
한 마디: '내게 주어진 모두가 신이 보내주신 축복이다.' 시험 또한
물론 축복으로 주어졌음을 믿는다. 난 저 위로 올라가야만 하니까 시험을
꼭 통과해야지 - 하는 유치한 생각 없지 않다. 어디, 이번 시험을 한
번 즐겨볼까나.
모처럼 연구실을 찾은 친애하는 벗이 내 서가의
차분하고 지적인 분위기를 칭찬하듯 평하였다(서가란 것이 워낙 차분하고
지적이기 마련이겠거늘...). 그때 그에게 내가 내뱉은 말: "그거
다 폼이다." 평소와 다른 나의 조야한 반응에 생각보다 많이 놀란
그 벗이 한참 후에 내게 말해줬다: 그래도 내가 꾸려놓은 신앙 싸이트에서
자신과 같은 이가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고 있는지 알고 있냐고. 그
말 듣고 정말로 고마웠다. 요즘 바쁜 탓에 남들 생각 하나도 안해주고
살고 있다는 자책에 빠져 있었는데.
시험은 가혹하다. 어디 가혹하지
않으면 시험이라 할 수 있겠나. 어려워야 통과하는 보람이 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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