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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에 벗 한 분이 친했던 이로부터 등에 칼을 맞는 것 같은 일을 당하여,
그것을 내면에서 처리하기 힘들다며 조언을 구해왔다. 나는 다음과 같은
답신을 보냈다:
[중략]
아마 심한 배신감을 맛보셨는가 보죠? 글세... 저라면 아마도 배신감을 맛보게 한 그 관계, 사건의 깊은 의미를 찾아보겠습니다.
(물론, 일단 열받고 뚜껑 열리고 욕지거리 내뱉고 다 하고 난 다음에야 그럴 생각이 들겠지만요.)
인생을 영혼이 성숙하는 과정에서 무언가 배워가는 학습 무대라고 여기는 저로서는, 저에게 주어진 고통스러운 사건이 제 영혼으로서 꼭 무언가
배울 것이 있기 때문에 주어졌음으로 믿습니다. K님의 영혼이 지금 꼭 배워야 할 가르침이 무엇이었을까요?
그건 쉽게 알아차릴 수 없겠지요. 하지만 꼭 그걸 알아내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래야만 평화를 찾으실 테니까요. 평화와 함께 하셔야만 삶의 모든 일이 제대로 풀려가니까요.
그리고, 어떤 성자들은, 자신에게 주어진 고통스러운 일의 의미를 "찾기"보다는 스스로 그 일에게 의미를 "주라"고도 하더군요.
저는 그런 말씀에 동의합니다. 저도 최근에 고통스러운 일을 겪었습니다.
고통이 가신 것은 아니지만, 그 일의 의미를 찾고자 했고, 그 일에 의미를 주었습니다.
그래서 그 일에 대한 속박 상태에서 벗어나 다시 평화를 찾아가고 있습니다.
스스로 어떤 사건에 의미를 부여하는 것이 다 감정적이고 심리적인 자기 위안적 기만이나 합리화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무려면
어떤가요? 그렇게 함으로써 마음에 평화가 찾아들고 다시 잘 먹고 잘 살 수 있게
된다는 현실적인 '효과'만 있으면 되는 거 아닌가요? 저는 늘 그렇게 '효과'를 봄으로써, 주어진 일에 의미를 부여하는 작업을 계속 하며 삽니다.
[중략]
부디 소중한 K님 자신을 위하여 부정적인 감정을 너무 오랫동안 내면에 품지 않으시기를 바랍니다.
몸과 마음에 아주 나쁘니까요. 일단 우리가 잘 살아야죠. 그 사람을 용서하십시오.
그것이 K님 자신을 위하는 최상의 길이니까요.
많은
영성의 스승들께서 일러주듯이, '배신'이란 본질적으로 성립하지 않는다고
믿는다. 그것은 내가 타인에 대하여 나 자신의 편협한 이해와 기대감을
투영했고, 그런 나의 이해와 기대에 타인이 부응하기를 거부하는 것을
목격할 때 일어나는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나도 타인으로부터
배신감을 맛본 경우가 한 두 번이 아니다. '내 편'이라고 철썩같이 믿었던
이가 나를 박해하는 나의 '적'을 옹호할 때, 나로선 온갖 정성
다 들여 도움을 준 이로부터 자신이 언제 그런 도움 달라고 청하기라도
했냐는 비난을 들을 때, 내가 힘들여 자신을 희생하며 그를 위하여 어려운
일을 해주었던 사람이 나의 자그마한 청마저도 거절할 때, 함께
사랑을 나눈 것으로 믿었던 사람으로부터 그런 관계는 실수였다는 말을
들을 때, 고귀한 이상을 나눈 동지로 믿었던 사람이 그딴 것보다는 돈이
더 중요하다는 말을 할 때 등등.
허나 그 모든 경우들이 실은
내 멋대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내가 그를 규정해놓은 틀에 그를 집어넣고는,
그런 나의 좁은 기대에 그가 부응하지 않는 것에 분노했던 것임을 안다.
배신감이라는 것, 제아무리 사람을 격하게 흔들지라도, 결코 지지하고
키워줄 가치가 없는 부정적인 감정에 불과하다. 나는 앞으로도 또 '배신'을
당할지 모른다. 오쇼 라즈니쉬도 말년에 애제자로부터 배신을 당하여
고초를 겪었던 것처럼 고귀한 영성을 추구한다는 이들 사이에도
벌어지는 일 아닌가. 내가 나의 벗에게 답해 주었듯이, 누군가가 나를
'배신'한다면, 내가 해야만 할 일은 그를 용서하고, 나의 영적인 진보를
위하여 그런 일을 가져다주신 신께 감사드리는 것 뿐임을 안다.
실은,
나 또한 지금까지 살아오며 얼마나 많은 이들을 배신했겠는가? 스스로는
남의 등에 칼 꼽는 일 같은 건 절대로 안 했노라고 외치고 싶겠지만,
실은 내가 누군가의 등에 칼을 꼽았는지는 그 칼에 맞았던 이밖에는
모를 것이다. 내가 당했다고 믿었던 '배신'도 다 그럴 만하여 일어났던
일이었다고 믿는다.
핀드혼
공동체의
아일린 캐디가 또 이런 주제에 적절한 신의 말씀을 보내주었다:
다른
영혼을 돕는 일은 오직 나의 인도 하에서만 하거라; 그렇지 않는다면,
그를 도와주는 대신, 너는 그 영혼의 잘못된 부분을 키워줌으로써,
즉 더 저급한 부분을 키워줌으로써, 그 영혼의 성숙을 가로막게
될 것이다. 그건 간단히 일어나는 일이다; 그런 일은 오도된 친절이라고
여겨라. 한 영혼 속의 진정으로 깊숙한 욕구를 네가 항상 볼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직 나만이 그것을 보고 그것을 너에게 드러내어
줄 수 있다. 네가 만약 한 영혼을 나의 인도 없이 도와주려고 한다면,
너 자신의 맹목적인 의도로 말미암아 그 영혼의 영적인 성숙을 가로막을
수도 있을 것이다.
각각의 모든 영혼은 너무도 소중하고, 그
각 영혼에 대하여 네 마음 속에 내가 심어놓은 책임이란 매우 큰 것이다.
그러므로 결코 그 영혼을 너 자신에게 속박시키고는 그것이 너의 책임이라
말하며 그를 돕고자 맹목적으로 덤비지 말거라. 그 영혼에 대하여 내가
너의 모든 행동을 인도해줄 것이며, 너는 네가 그 영혼의 성숙을 위하여
네가 해줄 수 없는 그 무엇을 해주기 위하여 다른 이가 끼어들어야 할
부분을 명확하게 보게 될 것이다.
애정과
희생을 바친 이로부터 배신 당했다 믿고 깊은 상처를 받은 사람은, 먼저
자신의 애정과 희생이 '오도된 친절'은 아니었던가 반추해볼 필요가
있겠다. 내가 - 평균적 인간 보다 훨씬 속 좁고 자기중심적인 인간인
내가 - 이렇게 반추하며 살아왔듯이:
'그가 '내 편'이라고 믿음으로써
나는 그의 객관적인 의사결정권을 제한하였고, 도움을 청하지도 않은
이에게 내 맘대로 도움을 줌으로써 그에게 부담감만 주었으며, 내가
큰 일을 해주었다 하여 그가 나의 청까지 들어줄 것을 강요함으로써
그의 선택권을 속박하였고, 사랑이 실수였음을 빨리 깨닫고 떠나간 사람을
원망함으로써 서로에게 부정적인 기운을 나눠주었으며, 이상 보다는
돈이 진실로 더 중요한 사람에게 나의 실망한 모습을 보임으로써
상처를 주었을 것이다.'
나에게 등돌리고 떠나가는 이를 잡는
것은 매우 어리석은 일, 나를 '배신'한 이를 하루 빨리 놓아줌으로써
나와 그가 모두 평화로워야 하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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