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쳐가는 바람 (2005/3/30)
 

아침 창문을 열면서
당신께서 내게 보내주시는
향긋한 바람 내음을 맡습니다.
언제나 살짝 스쳐만 가는 당신의 미풍
찰나로만 느낄 수 있지만,
더 오랫동안 머물러주지 않아서 아쉽지만,
그런 것이 게임의 법칙이라는 것을 나는 알겠습니다.
당신이 보내주시는 바람은 그저 그만큼만 스치고 지나가야 한다는 것을.

예전에 나는 게임의 조커를 써버렸었습니다.
어쩌면,
그래서 이 바람이 당신께서 보내주신 바람이라는 것을 아는가 보지요.
그리고 바로 그만큼 밖에 안주시는 당신의 마음도 짐작하는가 보지요.
나는 찰나에 스쳐가는 미세한 바람 속에서 당신을 느껴야 하고,
그것에 감사합니다.
순간의 미풍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일상의 이곳저곳에 뒹굴고 있는 삶의 잡동사니들이
내가 당신께 다가가는 길을 가로막고 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내가 당신을 구하는 시늉을 하고 있을 때에는
삶의 잡동사니들이 너무도 성가셨습니다.
그러나 당신께서 보내주신 미풍 속에서는
그 모든 일상의 지리멸렬함이 은총처럼 반짝거립니다.
어지럽게 널려 있는 삶의 잡동사니들이 밝게 빛나고 있습니다.
집안에 널려 있는 어린 아이의 옷 빨래가
사랑스러운 분홍빛으로 빛나고 있는 것을 처음으로 보았습니다.

내가 길을 떠나는 것은 당신의 향긋한 바람이 그리워서입니다.
길을 떠난다고 그걸 더 잘 느끼는 건 아님을 알면서도요.
사랑하는 나의 신이시여,
오늘 아침도 상쾌한 바람을 보내주셔서 정말로 고맙습니다.
스쳐가는 그 바람 속에 모든 것이 담겨 있습니다.
설레임도, 떨림도, 벅찬 가슴도,
살갗과 꿈 사이의 경계선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