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에 관한 과학적 연구 (2005/3/8)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의 최근 이슈에는 '행복의 과학 (The Science of Happiness)'이라는 특집 기사가 실렸다. 주로 행동주의 과학 계열의 심리학자들의 연구 성과를 토대로, '어떻게 인간은 행복해질 수 있는가'라는, 사실인 즉슨 가장 절실한 인간적 질문에 대한 답변들을 정리해놓은 기사이다. 나는 평소에 행복은 추구되어질 대상이 아니라 삶의 방식이라는 자세를 가지고 있지만 (흥미롭게도 이러한 자세는 상대적으로 매우 열악한 사회경제적 조건하의 필리핀인들에 의하여 공유되고 있다고 하는데), 복잡한 현대사회 속의 우리가 행복과 관련해서는 종종 형편 없이 길을 잃고 헤매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 이 기사의 부분들을 발췌, 번역하여 아래에 옮겨본다. (Source: Time, 아시아판, 2005.2.28)


            


행복의 요건

인간의 마음은 무슨 연유로 즐거움의 노래를 부르게 되는지 과학이 밝혀낸 것은 무엇인가? 상상외로 많다 - 우리 내면에 행복감을 불러일으켜 주지 못하는 것들에 대한 놀랄 만한 사실들과 더불어. 예를 들어 부유함, 그리고 돈으로 살 수 있는 모든 즐거운 것들을 보자. 일단 당신의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고 나면, 추가의 소득으로 인하여 당신의 삶에 대한 만족감이 높아지는 경우는 거의 없다는 점을 연구 결과가 보여주고 있다. 양질의 교육? 엄마, 아빠들께는 미안하지만, 교육도, 또 높은 IQ도 이 점에 있어서 행복으로 가는 길을 내주지는 않는다. 젊음? 이것도 아니다. 실은 젊은이들보다는 나이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에 더욱 일관성 있게 만족을 느끼고 있다. 그리고 나이 먹은 이들은 우울한 기분에 드는 일이 더 적다: 미국의 질병통제 및 예방 쎈터가 실시한 최근의 조사에 따르면, 20~24세 연령대의 사람들이 한 달에 평균 3.4일을 슬프게 보내는데 비하여, 65~74세 연령대의 사람들은 평균 2.3일만을 슬프게 보낸다고 한다. 결혼? 이건 복잡한 문제다: 기혼자들은 미혼자들보다 대체로 더 행복해 하지만, 이건 어쩌면 결혼한 이 사람들이 애시당초에 더 행복감을 잘 느끼는 자들이었기 때문이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텔레비전 시청? 전혀 상관 없다. 하루에 세 시간 이상 텔레비전을 시청하는 이들은 - 특히 연속극을 - 그 상자 앞에서 보내는 시간이 더 짧은 이들보다 더 불행하다.

긍정적인 측면에서 접근하자면, 종교적 믿음은 진실로 정신을 고양시키는 것으로 보이는데, 그렇다 해도 이런 강력한 '고양'이 하느님께서 베푸신 일인지 아니면 공동체적인 측면의 소산물인지는 말하기가 아주 어렵다. 친구들? 이건 아주 확실한 요건이다. 일리노이 대학의 디에너와 셀리그만이 2002년에 실시한 연구에 따르면, 가장 높은 행복도를 보이고 가장 적은 우울증세를 보인 학생들의 10%가 공유하고 있던 제일 두드러진 특징은 친구와 가족과의 강한 연대와 그들과 시간을 보내고자 하는 실천의지였다고 한다. 디에너는 말한다: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사회적 기술과 친밀한 인간관계, 그리고 사회적 지지 및 도움에 주력하는 것이 중요하지요."

[중략; 셀리그만은] 자신의 연구 결과, 행복의 세 가지 요건을 밝혀냈다: 쾌락(즐거움을 선사하는 것들), 몰입(가족, 일, 연애나 취미에 깊이 빠져있는 것), 그리고 의미(무언가 보다 큰 목적을 위하여 자신의 힘을 사용하는 것).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으로 가는 이 세 가지의 길들 중에서 쾌락이 가장 단명(短命)하는 것이라고 그는 단언한다: "이건 뉴스꺼리가 될 수 있어요, 왜냐하면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삶을 쾌락의 추구를 중심으로 엮어나가거든요."

[중략] 긍정적 정신에 관심을 기울여온 심리학의 일파는, 우리가 행복의 수준을 높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연구에 중점을 두어왔다. 셀리그만과 그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연구자들에게는 행복의 수준을 높인다는 것이 행복의 세 가지 요건을 가지고 노력하는 과정을 포함한다. 즉, 삶에서 더 많은 쾌락을 얻는 것(이는 감각적인 경험을 소중히 여김으로써 가능해지기는 하지만 셀리그만은 "퉁명스러운 사람을 유쾌한 사람으로 절대로 바꿀 수는 없다"고 경고한다), 당신이 하는 일에 좀 더 몰입하는 것, 그리고 당신의 삶이 좀 더 의미있는 것으로 느껴지도록 만들 길을 찾아내는 것 등의 세 가지 요건을 말한다.


행복과 돈

[중략] 빈곤하게 사는 것이 불행을 초래한다는 근거는 풍부하다. 로테르담의 에라스무스 대학에서 연구하고 있는 행복에 대한 교수인 루트 피이호벤은 일년 평균 소득이 약 만불 미만인 가난한 나라에 사는 사람들이 불행하다는 것을 자신의 연구에서 보여주고 있다. 평균 소득이 만불을 넘어가는 나라에서는 돈과 행복의 관련성이 해체되며 서로에게 별다른 영향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피이호벤은 밝혀냈다. [중략] 미국에서 12월에 실시된 타임의 조사에 따르면 연간 소득이 5만불에 이를 때까지 행복감이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수준을 넘어서서는 더 많은 소득이 대단한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자인 에드워드 디에너는 포브즈(Forbes) 400의 멤버인 미국의 가장 부유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그는 포브즈 400의 멤버들이 전체 인구보다 아주 조금만 더 행복해 한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브리스톨의 웨스트 잉글랜드 대학에 있으며 감정 - 감상의 과학의 저자인 딜런 에반즈는 말한다: "우리는 경제적 발전을 추구하였으며 그것을 이룩하였습니다. 그러나 재정적 안정 말고도 훨씬 많은 것들이 행복과 관련되어 있습니다."

돈이 행복을 보장하지 않는 것은 부분적으로는 사회학자들이 상대적 빈곤감이라고 부르는 현상 때문에 일어난다. 이 사유방식에 따르면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의 재산을 다른 사람들의 재산과 비교해서 평가한다. [중략] 역설적으로 돈의 증가가 - 오늘날 사회에서 너무도 잘 드러나는 부를 창출해온 - 불만족감을 촉발한다. 물질적인 기대치가 올라가면 올라갈수록, 더 많은 돈은 단지 더 많은 욕망만을 일으킬 수도 있다. [중략] 여론 조사에 따르면 미국인들은 자신의 소득 수준과는 상관없이, 잘 살기 위해서는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돈을 많이 벌고 있는 사람들 마저도 여전히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고 말한다.

[중략] 영국의 씽크탱크인 신경제학재단의 프로그램 디렉터인 헤탄 샤는 미국인들이 상대적으로 부유한 사람들과 자신을 비교함에 따라 더 높은 정도의 상대적 빈곤감을 느낀다고 말한다. 인디아에서는 빈부의 격차가 [미국보다] 좁다. 샤는 이렇게 말한다: "때로는 우리가 우리 자신을 개발도상 국가들과 비교함으로써 개발도상국들을 열등한 위치에 놓고 본다고 생각할지도 모르지만, 실은 그 정반대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는 우리 자신의 문화의 결점들을 배우고 있지요."

그러한 결점들중의 한 가지로, 우리가 의미를 희생시키면서까지 돈을 좇고 있는 것을 들 수 있겠다. 선진국의 너무도 많은 사람들이 물질주의, 그리고 일과 소비의 싸이클을 자신들의 주된 목표로 삼게 되었다. 이제서야 그들은 의아해한다, 왜 자신들이 행복을 느끼지 못하는가 하고.


행복과 문화

로버트 비스워즈-디에너는 저명한 일리노이 대학의 심리학자이자 부친인 에드 디에너와 폭넓은 연구를 해왔는데, 이 연구는 동아프리카의 마사이족에서부터 북그린랜드의 이누이트 수렵인들에 이르기까지 지구상의 인간들의 이른바 '주관적인 행복(Subjective Well-Being; SWB)'을 평가하기 위한 목적을 가지고 있으며, 참가자들에게 자신의 기분과 전망에 관한 질문들에 답할 것을 청하였다. 그 결과, 그들은 한 가지의 압도적인 결론에 이르게 되었다: 즉, 인간은 어디에 살고 있건 간에, 또 어떻게 살고 있는가와도 거의 상관없이, 부친인 디에너의 표현을 따르자면, "행복하도록 미리 조건지워져 있다"는 것이다. 그는 이렇듯 한쪽으로 치우친 듯한 인간적 성향이 우리들로 하여금 혹독한 조건하에서도 적응하고 번성할 수 있도록 진화가 인류에게 던져준 "재능"이 아닐까 생각한다.

[중략] 예를 들어 남미인들은 계속 되는 연구 결과에 따르면 세계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들이다. 1990년대 중반에 대학생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한 연구는 이른바 긍정적 성향에 있어서의 국가간 차이를 비교하였는데, 푸에르토리코, 콜롬비아, 스페인을 가장 긍정 성향이 높은 곳으로 꼽았다. 이는 행복을 벽걸이 텔레비전이나 최고급 냉장고 등과 동일시하는 이들에게는 놀라운 결과일지 모르겠다. 그러나 에드 디에너에게는 그렇지 않다. 그는 상대적으로 빈곤한 푸에르토리코인들과 콜럼비아인들의 드높은 사기가 "삶의 양상들이 대체로 좋아질 것이라고 믿는 가치관과 관련된 문화적 규범에서 기인한 것으로 보이는 긍정적 성향"에서 뻗어나온 것으로 본다. 쉽게 풀어 말해서, 남미인들은 인생의 더 밝은 면을 바라보기 때문에 더 행복하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런 경향은 동아시아에서는 인기가 있지 않은 듯 하다. 전술한 연구의 밑바닥 5위에는 불행한 국외자들인 일본, 중국, 남한이 자리잡고 있다. 디에너는 보고한다: "우리는 동아시아인들이 자신의 삶의 만족도를 계산할 때, 삶의 최악의 부분에 중점을 많이 두는 경향이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중략] 미시건의 마케팅 교수인 아론 아후비아는 말한다: "[동아시아의] 과도기 문화권에는 엄청난 스트레스가 존재하고 있습니다."


동양의 조언 [불교학자인 판카지 미쉬라의 기고문]

부처가 주장하는 바는, 고통이란 욕망, 집착, 증오, 자만, 시기심 등에서 태동한 정신적 경험이라는 것이다. 이런 것들은 마음을 왜곡시키고 혼란스럽게 만들며 마음으로 하여금 권력과 소유욕, 그리고 감각적 쾌락과 같은 목표들을 추구하게끔 유도하는 "부정적인 감정"들이다. 이런 감정들은 성취되지 못했을 경우, 좌절감과 고통에 이르게 된다; 그리고 성취되었다 하여도, 단지 또 다른 불행의 원천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데, 이는 그런 감정들이 가져다주는 행복이라는 것은 언제나 덧없기 때문이다.

불교도들은 평범한 행복의 무상성을 완전히 깨닫는 것이 참되고 지속적인 행복으로 향하는 첫걸음을 내딛는 것이라고 말한다. 그 첫걸음은 명상이다. 명상이란 고요히 앉아서, 자신의 마음 속에 계속 산만하게 일어나서 욕망과 번민과 공포와 죄책감을 불러일으키는 자신의 생각과 충동들이 자기자신과 동일한 것이 아니며, 자기자신이 그런 것들에 의하여 진정으로 제한되어 있지도 않다는 것을 관찰하는 것이다. 동시에 명상은 자신의 생각들을 통제하고 새로운 종류의 정신적 자유로 옮겨가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다.

불교도들에게는 행복의 지고의 형태는 이러한 내면의 자유 속에 자리잡고 있다; 획득하고 소비할 자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서양의 가장 유명한 시사주간지가 '서구화'가 초래한 인간적 불행에 대한 조언을 동양의 불교에서 구하고 있다는 것이 이 시대의 변화를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자본주의의 물결을 타고 가지 않을 수 없지만, 그 세찬 물결 속에서도 저 하늘에는 보다 깊고 진실된 삶의 목적이 별처럼 반짝이고 있음을 잊지 않고 싶다. 더 깊고 진실한 목적을 포기한 채, 그냥 그 물결만 타고 가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을까? 윗글에서 말한 일종의 물질적 행복추구의 임계치인 '5만불'의 소득 수준에 아직 턱없이 못미쳤기에, 평범한 소시민인 나는 오늘도 그 수준에 이르기 위하여 열심히 일해야 한다. 허나 그 임계치에 이르고 난 후에는 부의 축적이라는 관성의 노예가 되지 않기를 소망한다. 왜냐하면, 그 관성을 따라봤자 별로 얻을 게 없는 것 같으니까. 나이가 먹을수록, 아무리 따져봐도, 적게 쓰고 질박하게 사는 쪽이, 많이 쓰고 화려하게 사는 쪽보다는 진정한 행복과 영적인 성숙에 이르는 길에 가까운 것 같다. 멍청한 이상주의자인 내 의견이 아니라 대부분의 성현들의 가르침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