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판 (2005/8/20)
 

© Suk Hoon Han                                                                                                                                                                                              

 

1. 음란, 미, 죄

이 싸이트의 방명록에, 얼마 전 자신의 누드 사진을 자신의 홈페이지에 예술작품으로 전시한 미술 교사 부부에게 유죄 판결이 내려진 사실과 관련하여, 한 방문객께서 글을 남겼습니다. 사법부의 판결은 'A Few Good Men'이라는 미국 영화에서 명우 잭 니콜슨이 외친 유명한 대사, "You can't handle the truth!"[너희는 진실을 다룰 수 없어!]를 떠올리게 해주었습니다. 그래, 맞아, 진실이란 사물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일 텐데, 무지몽매한 우리가 어찌 그런 진실을 다룰 수가 있겠어, 고매한 판사님 같은 나리님들께서 알아서 우리 대신 다뤄주셔야지...

저는 평소에 민주주의라는 것이 모든 개인의 영혼의 무게에 동등한 가치를 부여하자는 이상을 가지고 있는 정치이념이라는 생각을 해오고 있었는데, 우리네 민주주의에서는 여전히 나를 위해 대신 판단하고 심판내려주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그건 그렇다 치고...

자연의 모습 중에 어디 음란한 부분이 있을까요, 어떤 모습을 음란하게 바라보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음란한 것 뿐이 아닐까요. 예술가의 누드 사진을 음란하다고 바라보는 우리의 마음이 음란한 것이겠지요. 그러나 이런 말씀은 본질적인 이야기이지 현실적인 이야기는 아닙니다. 법은 본질 보다는 현실을 다루는 분야인데, 현실은 본질에 비할 때 대체로 경박하고 얄팍합니다. 그러한 현실의 '가치관'이라는 것에 근거하여 세상사를 '심판'해야만 하는 고역을 담당하는 것이 우리네 '법'이고, 그 법은 가치관 중에서도 더욱 경박하고 얄팍한 부분인 시대적 규범까지도 공평하게 대해주어야 할 터이니, 미술 교사의 누드에 대하여 그런 판결이 나온 것을 어디 법관의 잘못이라 탓할 수 있을까요. 자연, 신성, 이런 것들에 가까운 '본질'을 드러내는 이들은 - 또는, 사물을 있는 그대로 보고 표현하는 이들은 - 늘상 이렇게 박해를 받기 마련이 아닌가 싶습니다. 굳이 성의 정치학이라는 (비판적인)렌즈를 끼고 보지 않더라두요.

저는 음란성을 규정하는 '주류사회'의 잣대에는 웬지 별로 태클을 걸고 싶은 의욕이 없군요 - 뭐랄까, 사회란 늘 그렇고 그런 곳이 아닐까 인정하기 때문일까요, 또는 '모든 것의 정치적 성격'의 시각에는 수긍을 하지만, 그에 대한 접근 방식이 또 다시 '정치적'이어서는 별 효과가 없으리라는 나름의 편견 때문일까요. 저는 정치적 '성', 비판 의식, 기존 가치관 해부 등등 보다는 내 마음과 내 생각이 음란한지 아닌지를 바라보는 것에 훨씬 더 관심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서 내 마음의 음란한 부분은 그 미술 교사분의 누드 사진을 대할 때, 반응 수치 zero를 보입니다. 그 반응 수치가 확 올라가는 경우는, 천박한 우리 사회의 '규격화' 되어 있다는 쭉빵 사진을 대할 때이지요. 음~ 저런 건 썩 괜챦은 규격화군...

얼마 전 텔레비전에서 마광수 교수가 "예쁜 애들"을 노골적으로 옹호한 것이 논란을 야기시킨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가 솔직함을 인정해요. '마음이 고와야 여자지 얼굴이 예쁘다고 여자냐'라는 말은 새빨간 거짓말이라는 그분의 주장은 적어도 스스로에게는 거짓말이 아니라고 봅니다. 위선이 판치는 세상 속에서 그는 솔직해서 좋습니다. 그러나 고귀하지는 않습니다. 그의 페티쉬 미학 이야기 암만 들어봐도 하나도 고귀하지는 않습니다.

고귀함을 아는 사람이라면 그런 발언을 들을 때 흥분하고 반박할 수도 있겠지만, 저는 저 자신에게 그 발언들을 적용시켜 봅니다. 쭉빵 사진을 보면 음란성 지수가 상승하는 나는 "예쁜 애들"을 어떻게 보고 있는가? 제가 좋아하는 제 주위의 어떤 분은 예쁜 애들에 대해, "이쁜 것들은 뭐가 달라도 달라"라는 명언을 남긴 바 있고, 그들의 존재가 "그저 고맙죠"라고 표현한 적이 있습니다. 물론 술자리의 농담 섞인 진담. 이건 진담입니다. 남자들은 다 함께 웃습니다. 아저씨의 이런 솔직한 말을 듣는 아줌마들도 다 함께 웃습니다.

여기까지가 미색에 대한 건강한 대응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들의 미색이 우리의 청량음료나 심심풀이 오징어 땅콩 정도의 역할을 할 때 - 표현이 너무 천박하다면, '미색이 사회의 정서순화 기능을 충실히 이행할 때'라고 할까 -, 그들의 '미'는 나름대로 사회의 청량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이 수준을 넘어설 때, 미색이 나의 마음과 행동에 영향을 끼칠 때, 나의 대응은 건강하지 않게 됩니다. 표면적 미가 그 사람 전체를 바라보는 시각을 완전히 지배할 때, 나는 그의 내면의 신을 보기를 거부한 것이니까요. "나마스테"라고 인사할 수 없는 것이니까요.

우리 사회의 인간 육체에 대한 미의식은 남성의 욕정의 무성찰적 해소와 이를 지지·보강해주는 상업주의 - 고품격, 저품격 죄다 통틀어서 - 의 만연, 그리고 남성지배적 문화에서 짝짓기(mating; 결혼) 행태의 남성중심적 왜곡 등등으로 인하여, 규격화된 '쭉빵'의 관념이 사람들의 의식과 행동을 지배하는 기형적 구조에 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우리의 미의식이 천박한 수준에 머물러 있다는 말이지요. We can't handle the truth! 우리는 그 미술 교사의 진실(= 성기)을 볼 수준이 못 된다는 말이지요. 그런 우리 자신의 수준을 고려해볼 때, 예술 누드를 음란하다 심판한 법관의 판단은 현실적이었다고 봅니다.

나는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음란하다 심판하는 것을 심오한 차원에서 비민주적이라 믿음에도 불구하고, 그 법관을 비판하지 않습니다. 법관이 그렇게 심판하게 만든 데 대한 나 자신의 책임이 나의 몫 만큼 있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을 음란하다 심판한 것은 내가 음란하기 때문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또한, 나의 고귀함을 의심치 않습니다. 미술 교사와, 판사와, 마교수와, '예쁜애들'과, 예쁘지 않은 애들과, 그리고 당신의 고귀함을 의심치 않듯이.


2. 反日

최근 들어 일본을 대하는 두 가지 관점을 접했고, 둘 다에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하나는 딴지일보 '총수'이신 김어준의 영적 차원의 관용정신에 관한 글이었고, 또 하나는 EBS에 연재중인 김용옥의 대한독립운동사 다큐멘터리의 일본 군국주의에 대한 처절한 비판이었습니다. 둘 다 제게는 조금 의외였습니다. 허무한 냉소주의의 표본인 저 딴지일보의 김어준 총수가 영적 차원에 대한 주장을 펼치고, 문화적 차원에서 동아시아 문명의 재구성을 추구한다던 김용옥 선생이 애국애족 정신의 기치를 높이 올렸다는 사실. 허나 둘 다 제게는 멋진 글이고 멋진 다큐멘터리였습니다. 먼저 김어준의 글을 한 번 봅시다. 특히 도입부가 압권입니다(비꼬는 말이 아니라, 진심으로).

(1)
쓰레빠(X), 슬리퍼(O).
이 몰지각에 본인, 분노하는 바이다. 색상은 통상 브라운 계열로, 대개 6개월 이내 허리가 절단 나 제 명을 다하게 되며, 과거에는 호방한 성정의 성인 남성들이 인근 마실 행차 시에도 착용하곤 하였으나, 근자에는 주로 욕실처럼 다습한 환경으로 그 용처가 한정된 경질 PVC 사출물. 그게 쓰레빠다. 반면. 실내 가운, 파이프와 함께 70년대 방화 속 별장주인의 3대 코스튬이었다가 작금 숙박업소 실내 슈즈로 그 불륜적 전통을 계승하고 있으며, 연성 플라스틱폼 밑창으로 인해 보행시 용각산적 정적을 담보해내지만, 오프로드 보행은 불가한 백색 계통의 헝겊 봉제물. 이게 슬리퍼다. 이 둘, 다른 사물이다.

(2)
[중략] 박찬호와 노모가 다저스에서 같이 뛸 적, 우리 언론에게 노모는 찬호의 동료가 아니라, 무찌르자 공산당이었다. 노모가 마이너로 가자 우리 언론, 심하게 흥분한다. 노모의 부진은 한민족의 상대적 우수성을 증거 하는 방증. 만세, 만세. 그러나 노모 방출에 정작 찬호는“ 노모의 빈 라커가 너무 허전하다”라고 했다. 얼마전 후지산 호수 밑바닥에 태극기 꽂은 이야기는, 하지 말자.

(3)
아일랜드는 12세기부터 간섭받다가 16세기 이후로 1948년 독립 때까지 식민 지배를 당했다.
그들은 땅을 유산 받거나 매입, 임대하지 못했고 대학 진학은 물론 군대와 법조계 진출도 금지 당했다. 아일랜드인의 두개골은 크로마뇽인의 그것과 근사해 그들의 우생학적 열등함을 증명하고 있다 주장하는 식민본국, 영국에 의해. 16세기 임진왜란 때 일본 식민지가 되어 4백여 년을 신사 참배하다 간신히 해방되었지만 이제는 겨우 인구의 5%만이 한국어를 하는 상황. 아일랜드의 영국에 대한 피해의식, 그렇게 치환하면 감이 온다. 19세기 감자 대기근 때 수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도록 방치했던 영국을 결코 잊어선 안 된다고 말하거나, 혹은 영국은 용서해도 가톨릭교도들을 대학살하고 성직자 전원을 추방했던 크롬웰은 용서할 수 없다는 식으로 변주되기만 하던 그들의 영국에 대한 콤플렉스가 비로소 극복되기 시작한 건, 그들의 국민소득이 식민본국 영국을 앞지르기 시작하면서부터다. 월드컵 4강으로 우리가 어느 날 갑자기 일본에게 관대해졌던 것처럼.

(4)
우린 우리가 못하지 않다는 걸 스스로에게 입증하기 위해, 어떤 일본전도 질 수 없었다. 이 강박, 인간적이다. 네델란드도 독일과 축구하면 목숨 건다. 게다가 피해의식은 분명 가해자 행위의 결과물. 이 집착, 가해자에게 귀책사유 있다. 해서 평생 독도 가본 적 없었을 이순신의 동상을 독도에 건립하자는 주장에 아무도 웃지 못한다. 왜. 우리 분노는 정당하니까. 비분 이외 감정은 반역이다.
물론 일본, 독일만 못하다. 독일, 이스라엘과 폴란드에 훨씬 더 잘했다. 해서 노무현은 고이즈미를 훈계하려 한다. 그러나 착각이다. 어떤 국가도 상대국로부터 역사 레슨을 받고 앉아 있진 않는다. 더구나 독일은 나치에 몽땅 씌우고 다 털었다. 일본은 그러지 못했다. 안으로는 경제성장으로 면책 받으려 했고, 밖으론 일본을 필요로 했던 미국이 무마했다.

이제 사실을 말하자. 우리 콤플렉스, 일본이 풀어줄 수 없다. 백만 번 더 사과해도 안 된다. 자신들을 세상에서 가장 슬픈 민족이라 울부짖던 아일랜드가 영국의 반성으로 객관적이 된 게 아니다. 월드컵 4강이 일본을 바꾼 게 아니다. 과거사. 깔끔하게 마감하자. 포스트 콜로니얼의 식민근성. 세심하게 정리하자. 쪽 팔린다.

하지만 조갑제 아저씨가 대한민국이 아니듯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일본 아니다. 일본엔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들이 산다. 일본인이어서 지진으로 죽어도 괜찮단 증오가 좀먹는 건 우리 영혼이다. 역사로부터 배우지 못한다면 그건 일본의 불행이다. 이제 일본, 털자. 일본이 경제대국이고 앞으로도 거래를 해야 하니까가 아니다. 물리적 거리가 가까워서도 아니다. 모든 것 이전에 그래야 우리가 더 행복해서다. 피해의식은 세상을 굴절시키고, 그리고 그 왜곡은, 유전된다.

(5)
쓰레빠는 쓰레빠다.

- 딴지일보, 2005년 8월


김어준의 글은 일본에 대한 현재의 저 자신의 태도와 아주 똑같습니다. 헌데 우리는 일본을 그렇게만 대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우린 가만히 있는데 늘 우리 민족을 괴롭히고 죽인 것이 일본이었으니까요.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 같습니다. 그게 구태의연하긴 하지만 '지정학적' 조건이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이순신 장군도 안중근 의사도 매우 존경합니다. 민족의 진정한 영웅임을 믿습니다(이런 분들이나, 좀 범주는 다르나 징기스칸 같은 인물의 영적 깊이는 범상치 않다고 봅니다; 간디를 인류의 스승 중 하나로 보면서도 이러한 관점을 가지고 있습니다). 일본의 전쟁 중의 지독한 만행을 밝히고 그에 항전한 독립군의 용기에 눈물 흘리는 김용옥의 진심을 믿습니다. 제가 김어준의 의견에 완전히 찬성한다고 해서 김용옥의 비판정신을 존중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후자에 기초해서 전자를 갖추는 것이 현실적으로 나에게 우리에게 가장 득이 된다고 믿을 뿐입니다.

가수 조영남씨는 일본의 우익경향 신문과 인터뷰 한 번 잘못 해서 큰 고역을 치뤘습니다. 저는 그분의 순수한 우국충정의 진심을 신뢰합니다. 허나 많은 사람들은 그러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그를 마치 민족의 반역자처럼 인민재판 식으로 몰아부쳤던 것을 보면 말이지요. 지나치게 쉽게 타인을 심판하는 경박함의 만연을 경계합니다. 판단과 심판은 사람의 역량으로 안 하는 편이 훨씬 좋은 종류의 작업들임을 저는 굳게 믿습니다 - 예수님이 판단치 말라 말씀하셔서가 아니라. 심판은 영혼의 부담입니다. 그걸 내려놓으면 영혼이 가벼워지고, 내 삶이 가벼워집니다. 그리하여 제 할 일이나 잘 할 수 있게 됩니다. '친절한 금자씨'에 등장했다는 대사, '너나 잘하세요'가 정답입니다.


3. 비방, 심판

얼마 전 PD수첩 프로에서 인터넷의 '마녀사냥'식 여론몰이 때문에 치명적인 상처를 입은 피해자들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인터넷 상에서 타인을 심판하고 단죄하며 그의 신상을 공개하여 세를 몰아 한 사람을 사회적으로 추방(ostracize)해버리는 이들은 자신의 영혼에 다음과 같은 단순하지만 매우 큰 피해를 끼치고 있습니다.

(1) 타인을 심판하는 잘못 - 인간이 이걸 할 수 있는 인지적, 심리적, 도덕적 능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법관이 제일 불쌍한 사람입니다, 월급 많이 줘야 해요. 일제 때 법관으로서 한 죄수에게 사형 선고를 언도한 후, 깊은 고뇌에 빠져 다 때려치고 출가했던 이가 효봉 대선사였던가요.

(2) 자신만을 정의의 편으로 믿고 타인을 악의적으로 비방하는 악업의 축적 - 조지 부시랑 똑같은 범주이지요, 자신의 절대무오류성을 절대적으로 믿기 때문에 자명한 자기 모순입니다.

위의 두 가지는 부메랑이 되어 반드시 자신에게로 돌아옵니다. 내가 남의 심판을 받게 되고 내가 독설의 비방을 받게 됩니다. 반드시. 이게 우주가 작동하는 방식입니다. 네까짓 게 '우주의 작동 방식' 같은 걸 어찌 아느냐고 묻지 마세요, 이게 실은 우리 모두 다 알고 있는 기본입니다. 나는 내가 그 진리를 알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어쩌면 당신도 알고 있을 겁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이게 무서워서 남을 심판 말고 비방 말자는 말이 아닙니다. 영적으로 수준 낮은 이와 같은 행동들, 자신의 본성으로부터 더욱 더 멀어져가게 만드는 이와 같은 언행들, 이것은 한심한 시간 낭비이고 내가 지금 여기에 있는 목적을 망각하게 하기 때문입니다. 허나, 이런 말에 귀기울일 마음의 여유가 있는 이들이 개떼처럼 몰려들어 남을 단죄하고 비방하지는 않았으리라 봅니다.

얼마 전 제가 참여했던 중고등학교 교사들의 연수과정에서 주최측과 교사들 사이에 다소 감정이 안좋아진 일이 발생했습니다. 저는 연수원의 게시판에 익명의 글들이 올라온 모양새를 보고 놀랐습니다. 학교 선생님들의 수준이 이 정도란 말인가. 아무리 자기 마음에 안 들었다 하여도, 나름대로 공부한 걸 발표하고자 온 교수를 책팔아먹으로 온 자로 당당히 매도하고, 심지어 연수 기획자와 맘에 안드는 강사(다행히 저는 포함 안됐지만)의 신상 정보를 찾아내어 당당히 웹상에 공개하더군요. 자, 우리 모두 이들에게 몰려가서 심판합시다!하는 컴컴한 마음을 그대로 드러내고서. 흠... 십대 아이들을 가르치는 젊은 교사들 중에도 이런 이들이 이렇게 많은 걸 볼 때, 우리 사회의 인터넷 마녀사냥 현상도 무리가 아니군... 하고 생각했습니다.

과연 우리를 어디서부터 손 댈 것인가? 어디서부터 치유해야 할 것인가? 마녀 사냥의 주체를 비판하고자 함이 아닙니다. 그들도 다 함께 피해자입니다. 안됐고 딱합니다. 왜 이다지도 우리는 세상의 기본 원리를 철저하게 모른 채 단세포적으로 현상에 반응하며 살아가야 하는 걸까요. 그 지독한 자기중심적 아집과 타인을 심판해주겠다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아버리고 나면 훨씬 자신에게도 타인에게도 더 평화롭고 도움이 되는 존재로서 살아갈 수 있는 것을, 왜 우리는 늘 이걸 외면하는 걸까요.

이 싸이트 오시는 길벗님들, 영성의 수행하시는 길벗님들, 우리가 지금 여기서 해야만 할 것은 아무 것도 없음을 저는 믿습니다. 그러나 그럼에도 우리는 무언가 할 수밖에 없다는 모순된 가르침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부디 인터넷에서, 우리 사회에서, 정신에 깊이 밴 독을 치유하는 향기를 퍼뜨리는 존재로 있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할 일이 없으나 해야만 하겠다고 믿는 이라면 반드시 저의 이런 부탁을 이해하시리라 믿습니다. 내가 해야 하고, 우리가 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너희중 죄없는 이 있으면 저 여인을 돌로 치라 했지요. 그 한 마디에 군중들이 아마도 생전 처음으로 자기 자신을 되돌아 보았었구요. 우리 모두는 자기 자신을 보아야 합니다. 나나 잘하면 됩니다. 너나 잘하면 되구요. 우리는 이걸 못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