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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에는
다시 시작하자.
지난 한 해동안 겪었던 모든 어려움들은 다 그렇게
겪어야 할 만해서 주어졌음을 이해한다. 깊은 차원에서 나의 삶을 넓게
조망해볼 때, 그것들이 내게 꼭 필요했다는 것을 이해한다. 어떤 어려움도,
아픔도, 슬픔도 다 이유가 있어서 주어진 것이고, 그 이유를 밝히는
것은 영적인 차원의 깊은 숙고로써만 가능하다. 영적인 차원에서 볼
때에는, 그것들 전부를 내가 의도하여 만들어낸 일들임을 이해한다.
내가 원했기에 신께서 주신 것임을 이해한다. 이제 풍랑은 잦아들었고,
수면은 고요하다. 나는 다시 항해를 시작한다. 풍랑을 주셨음에 감사하며.
또
한 해를 맞이하여, 전과 같이 책상 앞에 앉아, 고요 속에서 님을
찾고 있을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상은, 아니,
내가 지금 있을 수 있는 최상의 존재 상태는 고요히 있음이고, 그러할
수 있도록 허락해주신 나의 주님께 감사한다. 지금의 고요를 주심에
감사합니다. 한 줄, 한 줄을 기도를 올리며 적고 있다. 내게 더 필요한
것은 없다. 계획도, 야심도, 일도, 분주함도 다 필요 없다. 그저 이렇게
기도로써 님과 함께 있을 수 있으면 된다. 더 바랄 것 없다.
창밖에는
겨울비가 내리고, 오후가 되니 배가 고프다. 배고픔을 느낌에 감사한다.
배가 고프면 밥을 먹으면 된다. 일상의 하나 하나를 은혜로 느낄
수 있는 시간을 주심에 감사한다. 겉껍질이 찢겨져버린 영혼을 치유하는
시간을 주심에 감사한다. '나'를 치유하며 나는 다시 시작한다. 해도
안해도 별 상관 없는 일일지도 모르나, 나에겐 꼭 해야만 할 일이 있었다.
지난 한 해동안 손놓고 있었던 그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한다.
실은,
내 어깨 위에는 현실적 책임이 많이 지워져 있다. 나에게 의존하고
있는 사람들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그들을 위해서 나는 시간을 많이
써야 하고, 돈을 벌어야 하고, 공부하고 일해야 한다. 그것들만
하기에도 주어진 시간이 넉넉하지는 않다. 그러나 예수께서는 내 어깨
위의 짐의 무게를 탕감해주시지 않았던가. 그들이 나에게 의존함을 기쁘고
감사히 여긴다. 아직은 내 몸과 마음이 성하여 다른 누군가에게 의존하지
않고 나 자신이 남들이 기댈 수 있는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내가 그들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신뢰와 따뜻함과 즐거움의
제공자가 될 수 있음에 감사한다. 이것은 정말 큰 은총이다.
헌데
나는 그 큰 은총에 머물지 않고 한 걸음 더 나아가고자 했다. 누구에게나
그러하듯이, 현실의 의무를 뛰어넘어 한 걸음 더 나아간다는 것은 내
삶에 주어진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것이고, 실은 이러한 수행의
발걸음과 현실 속의 일상은 분리되어 있는 것이 아니다 - 적어도
나에게는. 작년에 지지부진했던 수행을 올해에는 다시 시작한다. 나에게
주어진 일상 속에서. 작년과 같은 시행착오는 되풀이하지 않으련다.
그
첫 걸음으로, 오늘 하루는 모든 일을 그만 두고, 주님과 함께 고요 속에
있으려 한다. 고요 속에서 스스로를 치유하는 것이 주님께서 오늘 나에게
베푸신 은총이라고 믿으며. 그리고 치유를 넘어서서 다시금 가슴
뛰는 큰 일을 올해에 내게 맡겨주실 것임을 믿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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