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질적 조건의 덧없음에 관한 - 서로 관련 없는 - 단상들 (2005/7/18)
 

1.

비오는 날, 전철로 출근하는 길에 이슬람 수피교 스승이자 시인인 루미의 시집을 읽었다. 아주 아주 심오한 그의 시들 중 '죽어라!'라는 시 한 편이 눈에 들어왔다:


      죽어라! 죽어라!
      이 사랑 안에서 죽어라!
      네 만일 이 사랑 안에서 죽는다면
      영혼이 새로워지리니

      죽어라! 죽어라!
      알고 있는 것의 죽음을
      두려워 말아라
      네 만일 시간에 대하여 죽는다면
      영원한 존재가 되리니

      죽어라! 죽어라!
      너를 집착의 세계에 갇힌
      죄수로 만든
      저 사슬을 끊어버려라

      죽어라! 죽어라!
      불사에 대하여 죽어라
      영원히 살게 되리니

      죽어라! 죽어라!
      이 구름에서 벗어나라
      구름에서 떠날 때에
      밝은 달로 뜨리니

      죽어라! 죽어라!
      속된 관심과 잡담과 시끄러운
      소리에 대하여, 죽어라

      사랑의 침묵 속에서
      생명의 불꽃을 발견하리니

      - 잘랄루딘 루미 지음, 이현주 번역, 모든 것을 사랑에 걸어라, 꿈꾸는 돌, 2003.



지상에서 본질적 삶을 살아보겠다는 영적인 차원의 내 희구는 결국 "죽어라!"를 통해서만 실현된다는 것을 나도 예전에 눈치 채서 알고 있다. 신의 사랑 안에서 죽는 것은 두렵지 않다 - 육신의 삶과 죽음은 그저 국면의 전환에 불과함을 믿기에. 알고 있는 것의 죽음도 꾸준히 체험해가고 있다 - 난 아무 것도 모른다는 것 역시 감을 잡고 있다. 속된 관심과 잡담과 시끄러운 소리에 대한 죽음도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 아직 이따금씩 귀기울이며 살지만 그것들이 나를 속박하지 못한다. 그러나 나를 '집착의 세계에 갇힌 죄수로 만든 저 사슬'을 끊어버리는 것은 아직 자신이 없다. 육신에 기반을 둔 나의 자아, 그리고 현상계에서 그 자아의 가장 밀접한 인연인 가족, 이 두 가지에 얽매어 있는 사슬을 끊어버리는 것은 아직 자신이 없다.


2.

지난 번 제주도 다녀오면서 집의 차가 안팎으로 많이 더러워졌는데 그간 시간이 없어 차 청소를 미루다가, 약간 덜 더운 날 하루를 잡아 본격적으로 세차를 감행했다. 반년에 한 번 쯤 하는 자가용 차의 실내 청소에 이렇게 날까지 잡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내 차가 보통 승용차보다 훨씬 큰 실내 공간을 갖고 있는 미니밴이라는 점과, 애비를 닮아 비염에 시달리는 자식들 때문에 무리를 해서 장만한 가죽 시트는 특별한 방식으로 닦아줘야 한다는 점 때문이다. 작년에 가죽 시트 9인용을 하루 종일 닦아주고 나서 나는 거의 몸져 누울 뻔 했던 기억이 있다(내 차의 실내 청소 비용만 20만원을 호가하는 것을 본 적도 있다). 어쨌든 날을 잡았으니, 작년처럼 앓아 눕지는 않을 정도로 무리하지 않아가며, 그러나 여전히 끙끙대며 차의 안팎을 열심히 닦아주었다. 마침내 사랑하는 내 차는 안팎으로 반짝반짝하는 미모를 다시금 드러냈다. 이날 우리 집에는 작은 사건 두 가지가 일어났다.

첫째 사건은, 내가 차를 닦느라 이런 저런 도구들을 집에서 꺼내오는 둥 들락날락 하던 와중에, 빈 집 대문을 잠그지 않은 것을 까맣게 잊은 채 차를 몰고 외출해버린 일이었다. 집 문이 안 잠궈져 있던 것을 학교 다녀온 첫째가 발견했고, 이를 제 엄마에게 전화로 알린 즉슨 엄마는 도둑이라도 침입한 집안에 아이가 들어온 줄 알고 혼비백산하여 나를 긴급 호출 하고 이웃을 동원하는 등, 작은 소동이 일어났다(불행히도 우리 단지 내에서는 대낮의 절도 행위가 빈번하다). 화들짝 놀란 아내와 나는 부리나케 집으로 달려왔고, 외부로부터의 침입 흔적이 없는 것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평소에 매사의 철저함을 자랑하던 나의 체면은 완전히 구겨졌으며, 나도 이젠 치매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는지도 모른다는 비굴한 자책으로 비난의 화살을 겨우 빠져나올 수 있었다.

둘째 사건은, 내가 온 종일 땀 뻘뻘 흘려 닦아놓은 차를 아내가 할인점에 몰고 갔다왔는데, 그 과정에서 알 수 없는 원인에 의하여 차의 후미등이 부서져버린 일이었다. 아내를 탓할 수도 없고 - 방금 한 사건 저지른 주제에 남을 비난할 처지도 전혀 못되고 - 소중한 우리 차를 이 모양으로 만들어 놓고 내빼버린 그 양심 없는 인간을 욕할 수밖에 없었다.

만약 집에 도둑이 들었더라면 나는 어느 만큼의 손실을 입었을까? 글세, 내 집에 도둑이 들고 갈 만한 물건이 뭐가 있을지 언뜻 생각이 나지 않는다 - 물론 귀금속이나 현찰도 별로 없고. 이런 점은 돈이 많지 않아 다행스러운 점이라 할 수 있겠다. 실은 집안에 소중한 것이라고는 가족들밖에는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집 문이 열려 있던 것에 아내가 경악했던 것 또한 혹시나 자식이 침입자에 의해 위해를 당하지나 않을까 하여 그랬을 뿐, 귀한 보물을 집안에 모셔두지 않은만큼 물질을 잃을 것에 대한 근심은 없다고 하겠다. 헌데 그 소중한 가족의 안전이 부지불식간에 무방비 상태에 놓이게 되었던 것이다. 달리 말해 가족의 안전을 지키는 방어 시스템에 대한 통제 능력을 잠시 상실한 것 그 자체가 아내에게는 대단히 두려운 상황으로 다가왔던 것이다. 아내가, 그리고 또 나 역시, 지금껏 지키고자 애써온 것은 무엇일까? 우리의 딸들, 그리고 우리의 가정이라는 곳? 이것들의 소중함을 회의코자 함이 아니다. 이 소중한 것들을 지키고자 하는 우리의 노력이 어느 정도까지 타당할 것인가? 아마도, 그 노력이 집착과 두려움에 의해 압도되지 않는 선까지는 타당할 지도 모르겠다; 허나 그런 선을 넘어서, 모든 비(非)안전의 가능성마저도 완벽하게 통제해보고자 하고 있다면, 그것은 내가 얼마나 어리석은가를 보여주고 있을 뿐이리라. 완벽한 출입문 자동 통제 시스템이 그 모든 비안전의 확률을 제로에 가깝게 만들어줄 것인가? 그것 역시 (신의 가호를 망각한 채) 완전한 시스템인 바벨탑을 세워보려는 인간의 어리석음의 반영 아닌가?

실은, 내가 '본질적' 차원에서 알고 있는 바대로 행동하자면, 자동 잠금 도어 시스템을 채용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그보다도 매 순간 신의 사랑을 신뢰하는 것이 진정으로 '안전한' 길이다. 후자를 깜빡한 채, 전자의 미비함 만으로 평정을 깨버렸다.

하루 종일 무더위 속에서 빤쓰까지 땀에 젖을 정도로 열심히 차를 닦아줬다. 그리고 채 몇 시간이 지나기도 전에 내 차는 파손된 차의 모습을 하고 있었다. 무슨 영광을 보자고 그렇게 열심히 차를 닦았던가? 아마도 그 '영광'은 내 차가 완벽히 깨끗한 상태에 도달했을 때 - 실내에 향수까지 뿌려놓은 그 상태에서 - 소중한 나의 가족이 그 차에 타고 안락하게 어디론가 떠날 때 실현되었을 것이다. 그 영광된 순간의 완벽함은 그 이후로 점차 하강곡선을 긋게 될 것이고, 또 다시 내 차는 더러워질 것이다. 허나 그렇다 하여 차를 깨끗이 닦기를 그만 두지는 않을 것이다; '청소 수행'을 완수하자마자 아이들 덕분에 집안이 급속도로 지저분해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끝없이 청소 수행을 되풀이 하며 사는 것과 같이. 결국은 내 차가 완벽하게 깨끗해진 영광의 순간을 위해서가 아니라, 삶의 과정의 일부로써 끝없이 차를 닦아주는 것이고, 차를 닦는 그 과정 자체가 완벽한 축복의 순간임을 알게 된다. 금세 차가 더러워지거나 말거나 간에.

앞으로도 나는 차를 닦는 행위가 가져올 완벽한 영광의 순간을 위해 혼신을 다바치기라도 하듯이 열심히 차를 닦겠지만, 실은 그 영광의 순간의 도래가 차를 닦는 목적이 아니고, 차를 닦는 그 자체가 삶 속의 영광임을 알고 살겠다. 내일 세상이 멸망해도 사과나무를 심겠다는 것은, 꼭 그 나무의 열매를 따먹는 것이 중요한 게 아니고, 나무를 심는 그 자체가, 즉 '심는 자'로 있음 그 자체가 삶의 의미라는 말일 것이다.


3.

내가 아는 많은 사람들은 집을 안전과 휴식을 제공하는 삶의 터전으로 여기고 있으나, 그보다는 재산 증식의 투자 수단으로 여기는 이들도 아주 많은 것 같다. 나의 삶의 목적과 과정을 가장 잘 도와주는 입지 조건을 갖춘 환경에 집을 구한다기 보다는, 살아 있는 동안 얼마나 더 많이 부동산 값이 뛸 것인가 하는 잣대를 가지고 집을 구하는 것이 우리 사회에서는 '현명한' 삶의 자세로 각광받고 있는 것 같다. 이런 점에서 대단히 현명하지 못한 나의 집은 요행히도 지난 수년 간 급격한 가격 상승을 겪었는데, 나는 이런 것을 '조상 묘 자리' 차원의 사건으로 이해할 정도로 재테크에 대한 이해가 백치에 가깝다. 나는 지금도 내 집의 값이 뛰었다니 이 집을 팔아버리고 한적한 지방에 내려가 집 짓고 살고 싶은 마음이 자꾸만 든다.

자전거 타고 출근하는 길에 들판의 비닐 하우스를 많이 보게 된다. 그중 일부에는 그곳을 주거지로 삼고 살고 있는 사람들도 있다. 주변의 자연 환경이 어떻든 간에, 도무지 살고 싶은 마음이 조금도 들지 않는 열악한 주거 환경이 아닐 수 없다. 비닐 하우스가 집이라니... 나같은 소인배는 그런 곳에서 처자식 데리고 살면서도 행복할 수 있을 자신은 전혀 없다. 일단, 비닐 하우스는 얼마나 파괴되기 쉽고 침입당하기 쉬운가? 어릴 적 읽은 돼지 삼형제의 이야기가 떠오른다. 지푸라기 집에서 나무로 만든 집을 거쳐 튼튼한 벽돌로 지은 막내 돼지의 집에 삼형제가 모였을 때 느꼈던 그 안전, 안락감. 그때는 나도 커서 꼭 튼튼한 빨간 벽돌로 지은 집을 짓고 살고 싶다는 생각을 품었었다. 당연히 비닐 하우스 보다는 벽돌집을 짓고 살아야 할 일이다. 그런데 벽돌집이라는 것은 얼마나 안전을 보장해줄까? 최신 보안 시스템과 지문인식 '게이트맨'을 달면 되지 않을까? 그보다도, 집이라는 지극히 중요한 물질적 조건에 대한 나의 욕심에는 한계가 있을 것인가?

나의 삶의 목적에 봉사하는 집을 짓고, 그 집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집을 즐기기 위해 활용하고 싶다. 이건 욕심이 아니라 방향 설정이다.


4.

집 안에서 움켜 잡고 살고 있는 물건들에 대한 욕심도 무시할 게 못된다. 해를 넘긴 싸구려이지만 매일같이 들고 다니는 핸드폰 하나라도 잃어버린다면 큰 상실감을 느낄 것이다. 그러나 나는 최소한 그 상실감을 부여 안고 살지는 않을 것이며, 핸드폰과의 이별을 눈물로 애도하지도 않을 것이라는 것쯤은 안다 - 싸구려니까... 얼마 전, 암에 걸려 자신의 죽음이 임박했음을 알고 있는 한 부인이 제 딸 시집 보내는 과정에서 혼수품의 금전적 가치에 심히 집착하더라는 이야기를 귀한 벗님으로부터 들었다. 벗님께서는 그 부인이 살 날을 얼마 남기지 않고서도 꼭 그러해야 했던 것을 의아해 했다. 정말 사람들은 그런가 보다. 이곳을 떠날 때까지도 손에 쥔 것은 놓기가 싫고, 아직 못 쥔 것은 마저 더 움켜 쥐고 싶은가 보다. 아니, 이렇게 말하는 것이 그런 식으로 살다 가는 이들에 대한 부당한 '심판'일 수 있다면, 그래, 그네들이 다 자식을 위해서 그렇게 끝까지 일관되고 성실하게 재산증식에 집착하다 가는 것이라고 쳐보자. 그런 일관된 성실함(가설적 명칭)이 과연 얼마나 자식을 위하는 결과를 가져다줄 것인가? 그보다 더 확실한 유산은 도저히 찾을 수 없었던 것일까? 돈 몇 억원 더 남겨주는 것이 과연 얼마나 자식의 긴 인생에 도움을 줄 것인가? 그 돈을 현명하게 써서 행복한 삶을 영위하는데 도움을 주며, 그 돈을 효율적으로 활용하여 불릴 줄 아는 총체적 역량 - 즉 학벌이나 가방끈 따위를 뛰어넘는 - 을 키워주는 것이 더 확실한 유산일 테고, 그러한 역량은 보다 자신의 본성을 깊이 잘 이해하고 그 본성을 효과적으로 드러낼 줄 아는 삶을 사는 이가 될 때 발휘된다는 단순한 진리를 외면해버린 것이 현재 우리 사회의 압도적인 분위기라고 생각한다. 수억원, 또는 수십억원마저도 쓸모없이 날려버리는 경우를 드물지 않게 본다. (혹, 수백억원의 경우에는 사정이 다를지 어쩔지 나는 잘 모르겠지만...) 참된 자신을 알고, 참된 자신을 따라서 사는 이의 삶은 그렇게 날아가버리지 않는다는 것을 나는 믿는데, 이런 믿음은 '객관적인 것'으로 인정받기 어려운 까닭에 심증은 대단히 강하면서도 물증을 제시하기가 난감하다. 사이비 교주처럼 무작정 믿으라 할 수도 없고.

좀 '오바' 해석일 수도 있으나, 돼지 삼형제의 벽돌집 이야기도, 건강하고 튼튼한 자아의 형성이 삶의 진정한 성공을 위한 필수 조건임을 은유하고 있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다. 내가 아는 것은 그런 자아의 형성이 돈으로 다 되는 게 아니라는 점이다. 돈은 단지 유용한 도구일 뿐.


5.

자본주의 사회 속의 쇼비즈니스 분야에서 출현할 수 있는 인격체로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의 내적인 인테그러티(integrity)를 보여줘온 배우 안성기가 주연을 맡은 '이방인'이라는 조촐한 영화가 있었다. 폴란드에서 외롭게 태권도 사범 생활을 하는 주인공이 어느 날 잠시의 부주의로 불량배들의 습격을 당해서, 그들을 가볍게 퇴치는 했지만 안면에 작지 않은 부상을 입는 장면이 나온다. 그가 이방인으로서 낯선 사회 속에서 살아가면서도 인간으로서의 기본적인 위엄을 잃지 않고 나름대로 당당한 태도를 유지할 수 있었던 데에는(이방인이 이런 당연한 인간적 태도를 보지하지 못한다는 것은 이방인이 되어보기 전에는 알 수 없다) 신체적으로 자신을 방어하고 타인을 제압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차지하고 있던 비중이 상당했었던 것 같았다. 그러나 그 작은 사건으로 무술의 고수도 타인으로부터 '우연히' 부상을 당할 수 있음을 경험하고, 나아가서 삶에서 항구적으로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것은 없으며, 신체적이거나 정신적인 상처(주인공은 가족 문제에서 정신적 상처를 갖고 있었다)로부터 자신을 보호한다는 차원을 뛰어넘는, 즉 '안전 유지'의 차원을 뛰어넘는 비약의 몸짓이 필요하다는 것을 주인공이 어렴풋이 감지하는 것으로 보였다.

어릴 적에는 남들에게 큰 소리 땅땅 잘 치고 거친 행동을 서슴지 않는 사내들이 훌륭해보여, 목소리가 작고 행동거지가 얌전한 나 자신을 싫어했던 것이 기억난다. 나는 그런 사내들이 육체적으로 힘이 세서 그럴 수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그들만큼 힘이 세지 못한 나도 무술을 배워서 어쩌면 내 안에 잠재되어 있을지도 모를 '전투력'을 계발해볼까 하는 생각도 했었다. 그러면 내가 큰소리도 잘 치고 나보다 덩치 큰 녀석들도 거칠게 밀치며 다니는 당당한 남자가 되지 않을까 생각 했었다. 하지만 학교 다니며 생활하다보니 딱히 싸움할 일도 없고, 그저 공부나 잘 하고 부모 말 잘 듣는 게 가장 모범적인 길인 것으로 보상받는 사회이다 보니 그런 생각은 슬그머니 자취를 감추게 되었다. 나이가 든 후에 쿵푸 수련을 이십 년 가까이 해온 어떤 남자를 알게 됐다. 그는 내가 만난 남자들 중에서도 가장 목소리가 작고 행동거지가 얌전하며 남 앞에서 고개를 잘 숙이는 이들 중 하나였다고 기억한다. '아, 어차피 나도 무술 수련한 다음에 저러고 살 것이라면 아예 지금부터 저렇게 살고 말지' 하는 생각이 들었었다. 내 육신의 차원에서 상처받을 것이 있으며, 그것을 지켜야만 한다는 두려움이 있었던 것을 기억한다. '안전'을 위하여 호신술을 배우고자 했던 생각은 현상계의 삶 속에서 상처받거나 훼손당할 수 있는 나의 물질적 조건을 보호하고자 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왔을 것이다. 아마 호신술 정도로 안되면 총을 차고 다녔을지 모르고, 그걸로도 안되면 재력과 권력을 원했을지도 모른다. 이렇게 안전에 대한 추구를 계속 밀어붙이다 보면 나는 점점 더 두려움이 없어지고 행복한 삶을 살게 되었을런지도 모른다.

바로 이런 수준이 어리석은 인간의 두뇌에서 나온 수준일 것이다. 더 넓고 깊은 차원에서 나를 에워싸고 있는 우주(= 신)의 원리에 대해서는 눈을 닫은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