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의 매주 인삿말

12/24
연말 연시에 개인적으로 일과 행사가 매우 많아서, 내년 1월 말까지 업데이트를 거의 못 하게 되겠습니다. 길벗님들, 단골님들, 건강과 평화 속에 새해를 맞이하소서.

12/12
연말이 다가오니 언제나처럼 일도 많고 술자리도 많습니다. 일감을 줘서 벌어먹을 수 있게 해주시는 신께 감사드립니다. 마음을 나누는 벗들과 송년의 술잔을 나눌 수 있게 해주시는 신께 감사드립니다.

12/8
바빠서 한 주일 업데이트 쉬었습니다. 저는 대개 연말에 바쁘지만, 망년회는 사양하더라도 업데이트는 착실하게 하겠습니다.

12/2
요즘 일이 과중하여 이번 주 싸이트 업데이트는 목요일 이후에나 가능하겠습니다.

11/24
스무 살 먹은 처녀 배우의 커다란 선행을 '음모'로 몰아세우는 모 군사평론가라는 늙은이를 보며 착잡합니다. 나는 저렇게 늙지 말아야 할텐데...  안좋은 소식만 넘쳐나는 요즘, 부디 모두들 자신의 선한 본성을 망각하지 마시옵소서.

11/17
만추에 접어들며 기온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환절기 건강에 유의들 하시기를.

11/11
컴퓨터 화면만 들여보다가 창밖을 내다보니 11월의 하늘이 푸르고 높군요. 도시를 벗어나 어디 먼 곳으로 바람 쐬러 다녀오고 싶은 마음이 치솟습니다. 요즘처럼 어려운 시기에 그럴 여유를 가진 이도 별로 없겠죠. 저 역시 할 일이 산적해 있어 꼼짝 못합니다. 몸은 컴퓨터 앞에 묶여 있지만, 마음이나마 푸른 하늘로 자유롭게 날아가게 해봅니다.

11/4
책 쓴다고 이상 심리에 대한 자료를 많이 읽다보니, 작년에 건드렸던 융의 분석심리학적 문제가 저의 내면으로부터 새삼 제기돼서 그쪽 책을 또 읽게 됐습니다. 우연찮게 이번 주 '책의 지혜'에는 융의 글이 올라오게 됐군요. 융 같은 거장의 도움을 받아 제 내면 성찰에 조금이라도 진전이 있기를 간절히 희망합니다. 저같은 온건한 점진주의자의 단점은, 내면의 성숙 또한 지나치게 점진적으로만 진전된다는 데 있는 듯 합니다 - 만약에 진전이 이루어지고라도 있다면 말이죠.

10/28
사람이 만든 세상은 불황의 늪속으로 빨려들지 않으려 허우적거리고 있는데, 10월의 하늘은 높고도 푸릅니다. 자연과 하늘을 숭배한 옛 선인들의 마음을 '원시 신앙'이라 폄하할 일일까요.

10/21
최근의 '책의 지혜'에는 다치바나 다카시의 우주 비행사 인터뷰가 연달아 올라오고 있습니다. 지구 인류 종(種) 중에서 선택된 극소수인 이들은 인류 최초로 지구 궤도 밖으로 나가 지구를 바라보는 초유의 체험을 했고, 문자라는 틀이 아닌 이같은 존재론적 체험을 통해 그들이 종의 정신적 진화에 대해 품게 된 비전은 대단히 심대한 의의를 갖고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들이 신에 대해 갖게 된 생각들을 말이 나온 김에 계속 다뤄보기로 했습니다. 이번 참에 다 올리지 못하면 앞으로 한 해가 지나서야 다시 이 책을 업데이트하게 될 터이므로, 당분간 약 한달 정도에 걸쳐 '우주인의 신관'이라는 토픽을 집중 조명한 후에 종결짓겠습니다.
이번 주에는 새로운 '인터넷의 지혜' 쎅션을 개설했사오니 길벗님들의 많은 관람(?) 바랍니다.

10/14
좀 바빠져서 이번 주 '수행일상' 올리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겠습니다. '책의 지혜'만 먼저 올립니다.

10/7
지금 세상의 경제적 혼란의 원인은 과연 무엇이었을까요? 이같은 혼란은 언제나 빈자(貧者)와 약자들에게 훨씬 가혹하게 작용합니다. 세상에 큰 불행을 초래하는 경제적 혼란의 원인은 경제학자들만의 분석 대상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자도, 종교가도 그 원인에 대한 성찰에 가담해야 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경제 문제의 근원에는 탐욕스러운 인간의 마음도 한몫 단단히 하고 있으니까요.

10/2
이번 주에 좀 바빠서 업데이트를 조금씩 올리겠습니다. 경제도, 사회도 다 뒤숭숭한 한 주일입니다. 우리 사회가 밝고 건강해지기를 바라는 기도를 하는 것도 기복 신앙일까요? 그런 기도를 하고 싶습니다.

9/22
추석 연휴 때 올린 정용섭 목사님의 책 소개가 분량이 많았다는 점을 핑계삼아, 이번 주에는 수행일상만 한 편 올립니다. 책 쓰는 일에 집중하다보니 벌이가 영 시원치 않네요. 어디 돈 되는 일거리 없을까요? 극심한 불경기에 어리석은 질문이었습니다.

9/16
추석 연휴 동안 오히려 일할 시간이 적어서 업데이트를 제 때 마치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책의 지혜'에 올린 내용은 양이 아주 많습니다. 이번 한 주동안 짬나는대로 나머지도 올리겠습니다.

9/8
본격적으로 종교 관련 책을 쓰려 하다보니, 종교라는 객체 보다는 나 자신의 영성에 대해 더 많은 질문이 생성되는군요. 그리고 그런 질문들은 홀로 고요 속에서 건드릴 수밖에 없기 때문에, 요즘은 거의 모든 사회적 연계를 끊고 연구실에만 앉아 있게 됩니다. 술 한 잔 나눈지 오래된 벗님들, 나 가끔 이러는 것 잘 아실 터이니 연락 없다고 서운해들 마소.

9/1
2학기 개강을 앞두고 '스페셜' 수행일상을 올리느라 시간을 많이 써서, 그밖의 업데이트는 좀 쉬겠습니다. 예상보다 쉽사리 가을이 다가오는 것 같습니다. 이번 주에는 시원한 가을바람 맞기 직전에 다녀온 바캉스 일기를 써봤습니다.

8/23
다음 주에는 철 지난 바캉스를 다녀오느라 업데이트가 미뤄지겠습니다. 그 대신 지난 주에 올린 수행일상에 대한 보충 글을 덧붙여둡니다.

8/19
출판될 보장도 없는 책들 원고를 중구난방으로 질러놓고 있습니다. 세 가지 원고를 매일 산만하게 건드리고 있습니다. 각기 주인공이 다른 스토리들을 이리저리 바꿔타며 쓰고 있노라면, 이러다 정신분열이 일어나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폭염이 사그라들어 정신 빠지지 않고 살 수 있는 점은 다행이네요.

8/12
작년까지만 해도 그다지 사용 안했던 에어컨을 올 여름에는 집에서도, 연구실에서도 자꾸 틀게 되는군요. 8월 한 달 열심히 일한 뒤에 늦은 바캉스를 떠날 계획이어서, 에어컨을 틀어대며 지금은 일에 집중하려 하고 있습니다. 폭염을 두루 잘 견디시기를.

8/4
한 달이 지나고, 또 한 달이 지나며, 제가 현실적으로 추진해온 개인사들이 하나, 둘씩 허사가 됨에도 불구하고 저의 일상은 변함없이 재미나고 행복합니다만, 새로 수립된 우리나라의 정권이 추진해온 일들이 하나, 둘씩 그 어리석음을 드러내는 모습을 지켜보는 과정은 조금도 재미나지 않습니다. 역사를 공부한 탓에 위정자들의 회심을 기대해보는 낭만주의를 신봉하지 못하는 저로서는, 위정자들을 두렵게 할 수 있는 우리 국민들의 열정을 기대해보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 편이 시간은 좀 걸리겠지만요.

7/29
폭염의 계절이 왔습니다. 저는 8월 말께 피서 계획을 잡아놨기 때문에 앞으로 한 달 잘 버텨야 합니다. 길벗님들도 더위에 짓눌리지 마시고 건강하시옵소서.

7/21
이번 주 '울타리 없는 신앙' 섹션에는 한 십오 년 만에 우연찮게 상봉하게 된 선배님의 글을 올렸습니다. 존경하고 좋아하던 사람과의 재회를 마련해주는 삶의 여정도 고맙고 신기하지만, 긴 세월이 지나 만나게 된 그 사람이 나와 같은 믿음을 견지하고 있다는 걸 알게 된 것이 더더욱 신비롭습니다.

7/15
이상적으로는 신을 섬기는 신앙인이라면 매일 매일을 축하하며 살아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매일이 신께서 주신 사랑의 선물이니까요. 저는 일상 속에서 무의미해보이는 잡무의 쳇바퀴를 느끼는 순간에도 감사의 기도를 드리는 때가 있기는 합니다만, 실제로 매일, 매일을 축하하는 데 성공하지는 못합니다. 저는 그것이 신에 대한 저의 불충이라 여깁니다. 그래서 축하할 일을 찾아봅니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상한 무릎 때문에 지하철 계단 오르내리기도 힘겨웠는데, 오늘 아침엔 자전거 페달을 밟아 산중턱까지 올라갈 수 있을 정도로 회복됐음을 축하해야 되겠군요. 내일은 또 내일의 축하거리를 찾아낼 것입니다.

7/7
요즘같은 후덥지근한 장마철에는 무엇 하나 또렷하게 정신을 집중하기가 어려운 것 같습니다 - 저의 경우에만 그럴런지도 모르지만... 몸은 퍼지고, 정신은 멍해집니다. 혹시 사람이 때때로 멍청해질 필요도 있기에 이런 계절이 주어지는 건 아닐까요. 평안히들 여름 나시옵기를.

6/30
장마라더니 비도 안오는군요. 대기가 탁해졌을 때엔 시원한 빗줄기가 그립죠. 우리의 정신에도 그런 빗줄기가 때때로 필요하겠습니다. (오늘도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며 살지만, 이번 주에는 딱히 할 말이 떠오르지는 않는다는 뜻임.)

6/25
최근의 촛불시위, 보수언론과 시민들과의 충돌, 이런 것들을 보며 예전에 전공했던 역사학의 관점을 끄집어내보게 됩니다. 저는 태생적 야인으로, 보수 쪽 성향이 약한 편입니다만, 그렇다고 열성적 좌파도 아닙니다. 그런 제 눈에는, 권력과 금력을 쥔 보수계층이 전 국민을 위한 길이라고 제시한 친미·시장경쟁체제가 조금도 달갑지는 않지만, 당분간 - 얼마나 될지는 모르지만 어쩌면 수십 년에서 백 년 이상 -  그 체제가 유지될 것으로만 보입니다. 울며 겨자먹기로 그 길 꽁무니를 대충 따라가며 먹고 사는 회색분자의 삶을 영위해 왔는데, 갈수록 보아하니 보수계층이 제시한 길이 전 국민을 위한 게 전혀 아니라, 오로지 그들 상위 계층에게만 독점적으로 온갖 정치·경제·사회·문화적 이익이 집중되는 형국으로 치닫고 있는 것 같습니다. 상류, 보수계층이 자신들이 제시한 길의 성과를 서민층과도 상당 부분 나누는 모습을 보여 왔으면 모르겠는데, 그런 모습은 거의 전무한 것 같습니다. ('아름다운 가게', 그런 정도로는 안됩니다.) 이러다가는 촛불시위 수준이 아니라 빠리 꼼뮨 수준의 계층 충돌이 일어나지 않을까 두렵기까지 합니다. 기득권층이 탐욕을 내려놓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앞 길은 암담해보입니다. 하긴, 당장 우리 동네 종부세 부과된 아파트 주민들이 조세정책 비난하는 현수막 걸어놓은 걸 해가 바뀌도록 내려놓지 않는 걸 보면, 있는 사람들에게 가진 거 내놓으라 요구한다는 건 매우 비현실적인 길일 듯 합니다. 함께 더불어 살기가 이렇게 힘든 일일까요.

6/16
모처럼 가시거리가 몇 킬로는 되는 청명한 아침, 이젠 산으로 오르지도 못하는 자전거를 이끌고 운동삼아 페달을 밟으며 바람을 가르다보니, 만사 제치고 한강변까지 자전거 일주를 나가보고 싶은 충동이 일었습니다. 머릿속으로 오늘 할 일들을 이리저리 재보고, 그럼 한 번 질러볼까 궁리하던 도중, 갑자기 무릎에 통증이 엄습합니다. 아직 놀러 나갈 때가 안됐다는 내면의 신호이겠거니 여기고, 일터로 향하기로 했습니다. 그리하여 오늘 하루 일과 들어가기 전에 싸이트 업데이트 올릴 수 있었습니다. 강바람 타고 자전거 일주는 나가지 못했지만, 행복합니다.

6/8
저는 올 여름, 미국 명문대 진학을 꿈꾸는 국내 최우수 고교생들에게 서양사를 영문으로 가르치는 일을 해보게 됐습니다. 돈 벌려고 시작한 일인데, 수업준비하느라 오랜만에 역사책 들추고 있다보니 그 재미가 만만치 않군요. 주어진 상황에서 재미난 일들을 가능한 한 많이 찾아낼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스스로 자부심을 느낍니다.

5/31
5월이 가버리기 전에 간신히 글 한 편 적어놓습니다. 어릴 적부터 제일 좋아하는 5월이었건만, 올해에는 현 정권의 모습뿐만 아니라 저 자신의 삶의 모습도 바라보고 있노라면 조금은 우울해지는 계절이었습니다. 내년의 5월은 찬란할 것을 기대합니다.

5/26
5월이 가기 전에 업데이트 한 번 올릴 계획입니다. 일이 많아서 글 쓸 시간을 못내고 있네요.

5/17
금요일 오전, 노트북 컴퓨터와 김밥 한 줄, 물 한 병을 등짐에 지고 서울대공원에 왔습니다. 소풍 온 수많은 중고생 인파를 헤치고 동물원 서쪽 끝 산기슭에 숨어있는 호젓한 연못가 벤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몇 주 전에도 집필 끝낸 원고의 최종 검토차 한 번 왔었던 벤치인데, 조용하고도 안락합니다. 오늘은 이곳에서 밀린 싸이트 업데이트 작업을 합니다. 돈 안 나오는 일이지만, 어쨌든 계속 합니다. 요즘 세상이 두려워 피하는 새들의 노랫소리가 맑고 다정합니다. 참나무, 팥배나무, 자작나무, 잣나무, 후박나무, 그들 잎 사이로 불어오는 바람이 향긋합니다. 연구실 안에서 일할 때와 아주 많이 다릅니다. 단순한 일을 하는 도중에도 사색의 줄기가 피어오릅니다. 새와 나무와 바람의 도움이 아닐까 싶습니다. 불가에서는 '오직 모를 뿐'임을 알려 줍니다. 기독교에서는 '오직 감사할 뿐'이라고 가르쳐 줍니다. 지금 이 순간, 저는 양쪽 가르침이 다 좋습니다.
이번 주 '울타리 없는 신앙'에 나오는 스님 말씀이 참 좋습니다.

5/5
한 주 업데이트 쉰 것 보충하고자 이번 주에는 수행일상을 두 편 올립니다. 집필 원고를 탈고하고 났더니 쓸 글감들이 마구 솟아나는군요. 하지만 곧 다시 글쓰기를 자제해야 합니다. 두 번째 책의 원고 집필을 시작해야 하니까요. 올해 안에 세 번째 책 원고 집필 시작하는 것이 제 목표라서요. 아직 첫 책의 출판도 결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욕심이 많기는 합니다만.

4/29
여러 해 동안 웬만해선 한 주일도 업데이트를 쉬어 본 적이 없는데, 이번 주에는 걸러야 하겠습니다. 원고 정리, 출판 계획, 중간고사 채점, 수업 준비, 그밖의 기타 업무 등등으로 어린이날 연휴에도 못 놀게 생겼네요. (- - ;) 다음 주에 뵙겠습니다.

4/21
실로 공사다망한 이 4월, 긴 시간을 들여 쓰던 책 원고를 탈고한 기쁨을 누릴 틈도 없이 일들이 많군요. 어쨌든 쓰긴 다 썼으니 몇 달 뒤에 출판이 결정되면 이곳에도 광고하겠습니다.

4/17
집필 원고의 결론 부분을 쓰느라 정신이 없습니다. 출판사 결정하는 일이나 지나고 나야 이 싸이트 운영에 공을 들일 수 있겠습니다.

4/9
총선 투표일이 주중에 끼어있어 하루 잘 쉬고, 덕분에 업데이트도 좀 해봅니다. 수행일상에 올릴 글감들이 산적해있는데 시간이 안 나 제대로 쓰지 못하고 있습니다.

3/31
3월은 참 바쁘다 싶더니만 금세 가버리는군요. 여전히 바빠서 주된 업데이트는 만우절 이후에나 올릴 수 있겠습니다. 이번 만우절에는 누구를 어떻게 골려먹을까 궁리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당하는 날이 오겠죠.

3/24
수선화 화분을 하나 사와서 물주고, 햇볕 비추는 데로 자리 바꿔주며, 여러 주동안 꽃봉우리 움트기를 기다려왔는데, 둘째 딸이 그걸 넘어뜨려 갓 피어나던 봉우리가 떨어져나갔습니다. 과실을 범한 어린 딸을 꾸짖을 수도 없고, 그냥 속만 쓰렸습니다. 꽃봉우리 입장에서 볼 때, 현실은 잔인합니다. 잔인함을 견딜 수 있게 해주는 것은 용기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어린 화초가 내년에 다시 꽃봉우리를 피워줄 것을 기다리기로 했습니다.

3/17
서울 강북의 네모녀 살해사건의 야구선수를 떠올려봅니다. 안양의 혜진이, 예슬이의 살해범을 떠올려봅니다. 그들과 내가 똑같은 본질과 본성을 가진 인간이라는 - 한 발 더 나아가, '남자'라는 - 끔찍한 사실을 수용하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그래서 삶은, 수행은 지난한 천로역정이 아닐 수가 없는가 봅니다.

3/10
'많은 이들이 문 앞에 서있지만, 신방에 들어가게 될 사람은 고독한 자이다.' (도마복음서 75)  컴퓨터에 기독교 외경인 도마복음 영문 파일을 받아놓고 짬짬이 읽으며 곱씹어 봅니다. 도마복음을 교회가 싫어하니 외려 더 좋아하는 반항아 심보일 수도 있지만, 이 홀대받아온 경전의 구절들이 참으로 심오하더군요.

3/4
장인·장모님의 미뤄왔던 칠순 잔치 대신에 '효도관광'차 강원도로 모시고 다녀온데다, 신학기 준비 등등으로 바쁘다보니, 업데이트가 한참 늦어졌습니다. 이번 학기엔 1학년 새내기들의 교양 과목도 하나 맡아서 마음이 편치 못합니다. '애들'이 이해할 수 있도록 강의하기는 더 어려우니까요. 그럼에도, 이번 주 수행일상은 '애들'은 읽지 말아야 할 내용이 돼버렸습니다. 난잡하고 저질스러운 용어에 거부반응이 있는 분들은 읽지 마시기 바랍니다.

2/22
주말에 집안 단체여행 일정이 있어 이번 주 업데이트는 2월말 쯤에야 올리겠습니다. 요즘 방명록에 잡상인이 들끓어, 제가 방명록을 관리할 수 없는 여행기간 동안 잠시 방명록을 닫아두겠습니다. 전하실 말씀 있으시면 당분간 메일을 써주십시오: sthan@myfaith.co.kr
잠시 일손을 멈추고 컴퓨터로 영화 한 편 감상할 여유가 있으신 분들을 위해 영화 하나 추천합니다. '책의 지혜' 쎅션에 소개된 닐 도널드 월쉬의 '신과 나눈 이야기'가 영화화돼서 mgoon에서 감상할 수 있습니다. 잔잔하고, 감동적이기도 하고, 생산적인 질문도 불러일으키는 꽤 괜찮은 영화더군요. 삶의 밑바닥까지 추락해서 노숙자 신세가 됐던 월쉬가 신의 메신저인 자신을 재발견하는 과정이 신비적이거나, 종교적이거나, 과장되지 않게 담담하게 그려져 있습니다. 특히, 중년 이상의 남성이라면 자신의 삶에 관해 찬찬히 곱씹어볼 만 한 기회도 줄 것이라고 봅니다: http://www.mgoon.com/view.htm?id=1042654

2/18
'고르디아스의 매듭'에 얽힌 알렉산더 대왕의 일화가 있죠. 누구도 그 매듭을 풀 수 없을 정도로 복잡해서, 풀 수 있는 사람이 세상의 제왕이 될 것이라는 말이 전해내려왔다죠. 알렉산더가 과감하게 단칼에 그 매듭을 잘라버려 뭇 사람들의 찬탄을 받았다죠. 그래서 지금도 사람들은 복잡한 매듭을 단칼에 자르는 과단성이 위대한 지도자의 징표라고 보는 것 같습니다. 허나 알렉산더의 제국은 그의 죽음과 함께 허망하게 무너졌죠 - 물론 헬레니즘이라는 신문명의 기틀은 마련됐으나. 그는 너무 과감해서 세상의 제왕이 될 재목이 못 됐던 게죠. 아마도 진정으로 유능한 정치 지도자는 너무도 복잡한 고르디아스의 매듭을 풀기 시작할 시점을 알아보는 지혜와, 어려워도 끝까지 풀어내는 끈기를 가진 사람이어야 하는가 봅니다. 그런 지도자를 찾기는 지극히 힘든 일이겠죠. 요즘에는 한반도 대운하 문제도, 교육 문제도, 너무 알렉산더의 단칼 자르기만 흉내내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세상은 참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어 훨씬 더 정밀하고 신중한 자세 또한 요청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2/9
간혹 의아해 하시는 분들이 계십니다만, 현대 과학의 이성존중 정신을 숭상하면서도 신비주의적 영성을 고수하는 제 신앙이 저로서는 전혀 모순되지 않습니다. 그 적확한 예시를 영화 '콘택트(Contact)'의 말미에 유신론자인 남성과 과학자인 여성이 내적인 합일에 이르게 되는 데에서 찾아볼 수 있겠습니다. 또 이같은 신앙을 유명한 한 외국 철학자도 옹호하길래, 그 사람 얘기를 이번 주 '좋은 글'에 퍼다 놨습니다. 명절후 증후군의 빠른 쾌유를 빕니다.

2/3
새로 산 키보드의 "Enter" 키 위에 "\" 키가 있는데, 아직 자판이 손에 안익어 자꾸 "\" 키를 찍게 됩니다. \ = money. 나의 돈 욕심이 마음속에 숨어있다 삐져나오는 건지... ^^. 식욕, 성욕보다도 돈욕심이 더 강렬한 존재가 자본주의적 인간일지도 모르겠습니다. 하긴 요즘 세상만사가 가만히 들여다 보면, '그게 다 돈 땜에 그런 거구나' 하는 말이 나올 때가 많더군요. '돈이 다가 아니다'라고 암만 외쳐봤자 공허합니다, 실제로 돈 말고 더 귀한 걸 보여주는 삶을 살기 이전에는. 남들이 아니라 저 자신에게 하는 말입니다(∵ '너나 잘하세요'니까).

1/27
책 집필하느라 여념이 없습니다. 올리는 글이 없어 방문객님들께 미안하고, 연락 다 끊고 살고 있어 벗들과 길벗님들께 미안합니다. 글쓰기가 정말 시간을 많이 잡아먹습니다.

1/20
태안에선 목숨 버린 주민이 세 명째 나왔습니다. 제 연구실 있는 동네에선 실종된 예슬이와 혜진이가 엄동설한 속에 한 달이 가까워오도록 감감 무소식입니다. 내 조국이 가련합니다. 인간세상이 가련합니다. 그러나... 내가 태안 주민이 아닌 것이, 내가 예슬이와 희진이 아빠가 아닌 것이 얼마나 다행인가 하는 마음이 한 순간 들었습니다. 머리가 쭈삣 섭니다.
육신 가진 존재의 한계이려니 하고 맙니다.
그래도  Namaste

1/13
아이들을 데리고 겨울방학맞이 특선, '황금 나침반'이라는 영화를 봤습니다. 기성 종교의 독선에 대항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이야기를 풍부한 상상력과 지적 내공으로 직조한 필립 풀만의 원작 소설을 꽤 재미있게 영상화했더군요. 어린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상징이 지나치게 풍성합니다. 언젠가 짬이 나면 '반지의 제왕'과 '스타워즈'에 이어 감상문을 써야 겠습니다.

1/6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올해의 첫 업데이트, 늦게나마 올렸습니다. 글은 마음에 안 들지만, 업데이트를 했다는 게 중요하므로, 기분이 좋습니다.

1/3
연말연시가 참으로 바쁘군요. 새해 첫 글은 이번 주말까지 올리겠습니다. 해피뉴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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