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 결박 (2008/3/17)
 

© Sukhoon Han                                                                                                                                                                                 
 
 

누구라도 어떤 집을 힘센 남자가 지키고 있는데 그 집에 침입해서 그 집을 힘으로 빼앗을 수는 없는 일이다. 단, 주인의 손을 묶어 버린다면 침입자가 그의 집을 약탈할 수가 있을 것이다. - 도마복음 35

누군가의 집을 약탈하려면 그 집주인을 결박해야 한다. 집주인이 스스로를 결박하고 있다면 약탈은 참으로 쉬운 일이다. 그런데 집주인들은 자주 자신을 결박한다 - 매조키스트인지...

집주인들은 자신의 영적인 가능성을 다양한 현실적(현상적) 핑계로 결박해버리는 경우가 참 많다: 자신의 '이웃'을 증오함으로써 사랑의 에이전트인 자신의 이타적 가능성을 결박해버릴 때; 주어진 오늘의 몫의 삶에 대해 불평함으로써 감사할 수 있는 고귀한 자신의 가능성을 결박해버릴 때; '이웃'의 사소한 범실을 단죄함으로써 용서할 수 있는 존재로서의 자신의 가능성을 결박해버릴 때; 감각적 쾌락에 굴복하여 감각 이상으로 확산할 자신의 가능성을 결박해버릴 때; 외적인 물질적, 사회적 영향력에 굴복하여 자신의 내적인 심화의 가능성을 결박해버릴 때; 에고에 집착하여 자신보다 엄청나게 큰 진리와 합일할 가능성을 결박해버릴 때, 등등.

이럴 때엔 강도가 그냥 들어가서 훔쳐가버리면 된다, 그의 영혼을.

난 내가 너무 자주 매조키스트가 돼서 나 자신을 결박해버리는 게 참 불만거리다. 그나마 그러한 내 처지를 잘 알고 있는 건 다행이다. 전혀 아무 생각 없는 듯한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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