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존엄성

인간 존엄성 (2008/3/4)
© Sukhoon Han
다음 글은 미성년자에게 부적합한 내용이므로 애들은 물러가거라. 사람이 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어, 사회에 나가서 세상을 겪다보면, 나름대로 세상을 이해하게 된다. 그런 세상에 대한 이해 - 또는 제 나름의 해석 - 중에서 많이 유통되는 것들을 '통념'이라고 부른다. 나는 다음과 같은 통념을 갖고 있는 남자들을 적잖이 봐왔다(노골적 표현을 용서해주시기를...): "여자의 본질은 클리토리스야." 이런 통념을 절대적인 진리로써 신봉하는 남자에게 그 통념에 반하는 의견을 - 이를테면, "여자도" 고귀한 정신적 차원을 갖고 있다든가 하는 등의 의견을 - 제시하면 이런 반응을 받게 된다: "그건 네가 아직 순진해서 그러는 거란다." 이런 자칭 현명한 남자들의 여성에 대한 또 다른 대표적인 통념으로는 이런 것이 있다(천박한 표현을 계속 용서해주시기를): "보지는 돈구멍이다." 나는 이런 표현에 크게 공감하는 남자들을 아주 많이 봐왔다. 하긴, 핵심적으로는 나 자신도 여자가 남자보다 훨씬 더 경제적 안정을 중시한다는 인류학적 관찰에 동의한다. 어쨌든 간에, 내가 핵심적으로는 동의하는 편인 이런 표현이 실은 지나치게 여성비하적이지 않냐는 반론을 그 통념의 주창자인 남자들에게 제시할 때 내가 듣게 되는 반응은 다음과 같다: "그건 네가 아직 여자를 잘 몰라서 그러는 거란다." 이런 천박한 통념들도 실은, 나름대로 삶을 겪어 도달하게 된 일종의 이해의 경지라 할 수는 있겠다. 나 역시 '그 누구도 유혹해주지 않는다'는 '불혹'을 훌쩍 넘긴 나이에 이르러서 도달하게 된 이해의 경지가 없지 않다. 이를테면,'남자는 발정난 수캐일 뿐이다,' '남자는 죄다 늑대다,' 또는 보다 고상한 문학적 표현을 쓰자면, '남자는 문지방 넘어갈 힘만 있어도 여자 생각을 한다' 등등의 통념이 그것이다. 실은, 나는 이러한 통념이 다 정확한 실상의 묘사라고 믿는다. 남자란 워낙에 그런 동물이라는 말이다. 내 딸들한테도 그렇게 말해줄 것이다 - '네 아빠만 빼고 말야...' 그런데 말이다, 만약에 내가, '여자의 본질은 클리토리스다'라고 주장하는 사내에게 '네 본질은 네 좆대가리다'라고 말해준다면, '너는 발정난 수캐일 뿐이다'라고 말해준다면, 아니 보다 철학적 표현으로, '네 존재의 유일한 이유는 네 좆대가리를 써서 더 많은 씨앗을 퍼뜨리는 데 있다'라고 얘기해준다면, 필경 그 사내는 무섭게 화를 낼 거이다. 즉, 자신은 '좆대가리' 이상의 어떤 존재라고 주장할 것이란 말이다. 왜 화가 날까? 자문해본다. 나는 동물적 번식욕이 본질인 존재인가? 나는 오로지 더 많이 쎅스해서 더 많이 내 유전자를 퍼뜨리는 데 최고의 관심을 갖고 있는 존재인가? 아니다. 그 말이 틀렸다는 말이 아니라, 그것 말고도 또 다른 나가 있다는 말이다. 더 고귀하고 존엄한 '나'가 있거늘, 그걸 언급해주지 않음이 억울하다는 말이다. '좆대가리'를 뛰어넘는, 더 고귀한 나는 있는가? 많은 남자들이 그게 무언지는 몰라도, 그게 있음을 부정하지 않는다. 그것을 부정함은 자신의 인간됨을 부정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너는 좆대가리의 인간형상화에 불과하다'는 주장에 대해 격분하는 사내들에게 이렇게 말해준다. "그것과 마찬가지로, 여자도 보지가 다는 아니지 않겠어?" "마찬가지로, 여자도 오로지 돈에만 눈 먼 존재는 아니지 않겠어?" 이만큼 힌트를 주고 가이드해줘도 여전히 남성의 존엄한 인간성만 주장하고 여성의 존엄한 인간성의 존재 가능성을 전면 부인하는 사내 자식들과는 더 이상 대화를 이어갈 수가 없다. 내가 '친 페미니스트'여서가 전혀 아니다. 학력고하를 불문하고, 콱 막혀버린 지성과는 - 또는 지성의 처절한 부재와는 - 의사소통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여성을 쎅스의 대상으로만 보거나, 여성을 돈에 눈먼 존재로만 보는 남정네 치고, 여성과 조화로운 관계를 이루며 살아가는 이를 본 적이 없다. 여성과, 자신의 배우자와, 조화롭고 아름다운 관계를 형성하여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여성을 성욕과 물욕을 뛰어넘는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이들이다. 사람과 아름다운 관계를 형성하여 살고 있는 이들은 모두 사람을 성욕과 물욕을 뛰어넘는 가치를 추구하는 존재로 받아들이는 이들이다. 그런데 사실, 뭐 눈엔 뭐만 보인다고, 쎅스 생각밖에 없는 남자 눈에는 여자도 그렇게 보일 수밖에 없나 보다. 남자들은 "음란녀란 평균적인 남자 만큼 쎅스를 밝히는 여자를 일컫는다"는 금언을 상기할 필요가 있다. 인간을 성욕과 물욕의 존재로서 이해하는 것을 우리는 '세상을 안다'고들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는 우리 자신을 성욕과 물욕만을 추구하는 존재라고는 인정하고 싶어하지 않는다. 우리 각각은 그런 욕구를 초월하는 고귀한 그 무엇을 갖고 있는 존재라는 묵언의 믿음을 어떤 방식으로든 부둥켜 안고 있다. 그걸 놓아버리면 나는 인간 이하가 되므로. 그것은 견딜 수 없으므로. 그러니 마치 세상 다 살아본 듯이 잘난 척하며, '여자는 다 이래,' '사람은 다 이래'라는 통념에 순종하기보다는, 통념보다 어리숙해보이더라도, 바보같고 순진해서 영민한 남들에게 비웃음을 당할 것이 두렵더라도, 우리들의 내면에 번식과 섭생보다 더 고귀한 목적이 숨겨져 있음을 인정하는 것이 현명하지 않겠는가. 남성 쇼비니스트(male chauvinists)들에게 가장 뼈아픈 질문은 이런 것일 게다. "네 딸들도, 네 어머니도, 본질은 오직 거시기에 불과하단 말이냐?"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는 이들을 일컬어 영어로 "son of a bitch"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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