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점의
재발견 (2008/7/29)
©
Sukhoon Han
(요
문단 아래의 '장황한 오리지날'이 먼저 쓴 것이다. 쓰고 나서 읽어보니
글도 그저 그렇고 난삽하기만 한 것 같아 이렇게 한 문단으로 요약해
버렸다. 아래의 요약되기 전 오리지날은 도저히 할 일이 없어 무료한
분이나 읽으시면 되겠다.)
내가
인격 성장에서 장애를 가졌던 원인 중에는 부모와의 소원했던 관계가
포함되는 것 같다. 나는 부모에게 감정 풀이를 잘 하지 못했고, 그 결과
장성해서도 자신의 감정을 잘 다루지 못하는 성격의 소유자가 됐다.
이것은 엄연한 나의 약점이지만, 바로 그 약점 때문에 나는 자라나면서 사소한
일상 속에서 내 감정의 추이를 관리하는 데 커다란 에너지를 써야만
했고, 그래서 나는 자신을 성찰함과 삶에 대해 반응함에 있어서
주체적 자세를 확고히 할 수 있었다. 결국 성격적 약점에서 뻗어나온
세심한 자기성찰과 대사회적 생존 전략이 나만의 개성을 만들어줬고,
그 개성 덕택에 지금껏 내가 해오고 있는 일이나마 하며 살 수
있게 됐다고 말할 수 있다. 약점이라고 여겼던 것이 결과적으로 나라는
존재의 비밀을 푸는 실마리이자 삶의 강점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
[장황한
오리지날]
자아성찰을
오래 깊숙이 해보면 해볼수록 나는 인격형성 과정에 문제가 많았던 인간이라는
평가를 내리게 된다. 그런 성찰에는 과거의 기억 속으로 퇴행하며 회고해보는
과정이
종종 포함되는데, 여러 해를 걸쳐 성찰을 지속해오며 나의 유아기와
아동기 상황을 재구성해볼 수 있었다. 심리학과 정신분석학에서
제공하는 이런 저런 분석적 도구들을 어설프게 차용하여 나 자신을 들여다본
결과, 기억해낼 수 없는 유아기와 기억할 수 있는 아동기 등에 걸쳐
나의
감정이 나의 부모에 의해 온전히 인정되고 수용되지 못했던 것 같다는
결론에 이르게 됐다. 이런 결론을 뒷받침해줄 많은 기억 조각들도 확보했지만,
그보다 이같은 결론이 내가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해 품게 된 애정과
감정의 양태를 잘 설명해준다는 점에서 그 결론의 신빙성이 높다고
할 수 있다. 즉, 나의 부모님은 어린 나를 다소 차갑게 대했었고,
장성한 나는 그 부모님에 대해 애틋하고 짙은 애정을 느끼지는 못한다는
말이 되겠다. 그리고 그같은 성장과정 속에서 나라는 어린 아이의
감정적 발달에 결핍이 발생했다는 말이 되겠다.
이런 부모-자식
관계가 자식의 인격형성 과정에 어떤 함수를 내포하는지에 대한 발달심리학적,
정신분석학적 논의들은 잡다하게 많이 들어왔다. 사실 특별한 경우도
아니라 할 수 있을만큼 이런 관계는 드물지 않다. 나의 부모님을 비판할
일도, 그래서 나 자신의 인성을 폄하할 일도 아니라고 본다. 다만 그같은
성장과정의 결과로 나에게 자신의 감정을 성숙하고 건전하게 다스리는
능력이 결핍돼있다는 사실을 자인해야만 했던 점은 뼈아픈 일이었다.
나는 성장기를 통틀어 심리적 문제가 많은 아동이었고, 청소년이었고,
또 - 심지어는 - 성인이었다. 자신의 부정적 감정이 부모에
의해 애정으로써 보듬어지고, 그래서 그 감정에 대한 긍정적인 통제권을 획득하는
과정을 제대로 체험해보지 못한 나같은 사람은 성인이 돼서도 제 감정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한다. 그 결과 감정을 아예 드러내지 않으려는 방어기제가
과도하게 발달돼서, 엔간해선 화도 안내고 슬퍼하지도 않게 된다. 문제는
드러내지 않았던 그런 감정들이 내면에 웅크리고 있다가 결정체처럼
딴딴해진다는 데 있다. 그리고 그것들이 때때로 터져 버린다. 일례로, 평소에
평화롭고 '젠틀'하기 그지없던 자가 어쩌다 뒤집어지면 성난 황소처럼
지랄을 해대는 경우를 들 수 있다(장성해서까지 이런 일이 간혹 있었다는
부끄러운 사실을 숨기지 않겠다).
자신의 치명적 결점을 자인하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었다. 다행히도 여러 해가 지나고 나니, 이제 더는 고통스럽지
않다. 나의 결점을 그대로 인정하고 산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바로
그같은 큰 결점 때문에 나는 자라나면서 내 정신의 어떤 숨겨져있던
근육 - 많은 이들이 거의 사용하지 않는 - 을 필사적으로 사용해야만
했었다는 점이라 하겠다. 즉, '정상적인' 사람들이라면 사회적, 감정적 존재로서의 자신을
자동적으로, 무의식적으로 인정하고 넘어갈 수 있을 만 한 일들에 대해서도
나는 의도적으로 나를 분석해보고, 재평가해봄으로써 상대적으로 혹독하게
내적인 관리를 해야만 하는 성정과정을 거쳤다. 쉽게, 편하게,
아무 생각없이, 자동적으로 자라나는 것이 아니라, 사회 속에서 감정적으로
상호작용해야 하는 수많은 사안들에 대해 나 자신의 태도를 주관적으로
결정해야만 했다는 말이다. 일례로 어릴 때부터 나는 유행을 거부하고
독불장군처럼 내 방식대로 일상의 제반사에 반응했다. 그래서 성장과정에
충돌이 적지 않았다. 그래서 그런 충돌들을 통해 내속에 숨어있던 다양한
면모들을 끄집어내볼 수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나의 가장 낮고 어둡고
부끄러운 면서부터 나의 가장 높고 밝고 자랑스러운 면들을 다양하게
경험해볼 수가 있었다. 나는 매우 비열하고 사악한 인간일 수도 있고,
대단히 고귀하고 선한 인간일 수도 있다는 점을 알게 됐다. 이런 내면의
폭에 대해 부담감을 느끼지 않고 그 폭을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나의
개성이라 할 수 있다.
이런 개성을 갖게 됐다는 점이 타인들에
대한 나의 우월성을 부여해주는 것은 결코 아니다 - 오히려, 반대로
나의 상대적인 약점에서 기인한 것이 바로 이 개성이다.
다만 나의 개성은 내게 주어진 삶의 조건이 복잡한 과정을 거쳐
도출해낸 산물로, 원체는 나라는 개체의 약점으로부터 뻗어나온
줄기였던 것이 역설적으로 효과적인 생존무기로 변모한 경우라
할 수 있다(이 개성을 기반으로 삼아 인문학 공부 쪽으로 들어서서
먹고 살아왔다는 점에서). 그런데 내가 고백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이런 개성이
내가 신께 나를 봉헌할 수 있는 나만의 독특한 방식을 밝혀주는 기제라는
점을 내가 알게 됐다는 점과 더불어, 그런 개성에 대해 나름의
자긍심을 갖게 됐다는 점이다. 바꿔 말하면, 내가 심리적인 장애인이라는
점이 부끄럽지 않다. 그 장애 요인에서 나의 영성에 유용한 도구를 찾아냈음에
대해 자긍심을 느낀다. 내 인생 여정에 장치돼있는 하나의 숙제를 풀었다는
생각도 든다. 내 약점도 다 사랑의 신의 뜻이 숨겨져 있는 축복의 장치라는
점을 믿는다. '불행' - 피상적인 평가에 따른 - 에도 그런 비밀스런
축복이 숨겨져 있을지 모른다.
잘난 척하려고 쓴 글이 아니다.
(잘난 척하기도 지겹다. 밑천도 바닥났다.) 그저 '나'를 케이스
스터디의 대상으로 삼아, 개성 발현의 다양한 경로의 한 사례를 예시해봤을
따름이다. 다음과 같은 메시지도 꿍쳐 놓고서: '자신의 약점을 사랑해봅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