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면 (2008/2/18)
 

© Sukhoon Han                                                                                                                                 
 
 

1.

인간을 가장 구역질나게 하는 게 뭔지 아는가? 바로 인간의 안에 들어있는 것이지. 침이라든가, 토해낸 음식이라든가, 오줌, 똥, 그리고 창자 등과 같은. 우리는 항상 우리 안에 품고 있는 것들을 가장 역겨워 하는 종족이야. 하지만 우리는 우리 안으로 파고들지 않고선 우리의 가장 성능좋은 엔진에다 시동을 걸 수가 없어.


2.

겨울 해가 서산으로 뉘엿뉘엿 기울어갈 즈음, 호젓한 개천 옆길을 홀로 걷다 철새들의 날개짓 소리를 들었다. 태어나서 처음 들어보는 소리. 깃털이 푸드득 거리는 소리도 아니고, 날개 관절이 기계적으로 왕복운동을 하는 소리도 아니었다. 뭔가 표현할 수 없는 동력이 공기를 집단적으로 가르는, 뭐랄까, 근육이 진공 상태에서 소리를 내는 것과 같은, 고기 덩어리가 영혼의 공간을 가르며 내는 것과 같은, 뭐, 그런 소리였다. 내 뒤통수 바로 근처까지 그 소리가 다가올 때에도 난 그것이 철새의 날개 소리인 줄도 몰랐었다. 그런 소리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까. 그날은 신기하게도 철새들이 내 머리 바로 위로 지나가면서 그런 소리를 들려줬다.

마치 새가 날아가며 똥을 떨구듯, 철새떼가 머리 위로 지나간 그 순간에 하나의 통찰이 내게로 떨어졌다. 그것은, 아마도 나의 장애가 나의 내면으로 들어가게 해주는 열쇠일 것이라는 생각이었다. 그것을 이전에는 알지 못했던 것은 아닌데, 이날은 새롭게 느껴졌다. 나의 내면은 나의 참된 욕구와 나의 참된 힘을 저장해둔 곳이다. 그리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열쇠가 필요한데, 그 열쇠를 나의 장애와 약점들이 가리켜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의 핸디캡을 두려워 말라. 자신을 보다 잘 알아내라고 신께서 주신 선물이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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