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해를
맞는 생각 (2008/1/6)
©
Sukhoon Han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가장 중요한 일이다. 무엇을 어떻게 하고 있는가
하는 것은 2차적인 문제일 뿐이다. 사람들은 보통 반대로 생각한다.
내가 여기에 있는 것보다, 여기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며 살고 있는가가
더 중요하다고. 그러나 진실은 그 반대일 것이다. 중요한 건 내가
여기에 숨쉬고 있다는 것, 그 자체다. 생존이 중요하다는 게 아니라,
'있음(being)', 존재함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왜 그러할까? 철학적으로
말하자면, 존재가 방식에 선행하기 때문이다. 영적인 은유로써 말하자면,
나의 영혼은, 또는 참된 나는 여기에서 활동하고, 기능하고,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지금 이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지금 여기에 있기 위해서 있기 때문이다.
'영혼'의
입장에서 볼 때, 내가 여기서 무얼 얼마나 더 잘하느냐 마느냐 하는 문제는 지극히 인간적인,
세속적인 관점일 뿐이다. 그러나 내가 그냥 여기에 있다는 것은 그
세속적인 효과성, '성과' 등에 앞서는, 건드릴 수 없는 진실이다. 그리고
그 진실은 나의 삶의 목적이다. 나는 지금 이곳에 나 자신으로서 있기 위하여 이
세상에 태어나서 존재한다는 말이다. 따라서 내가 세상에서 무엇을
잘 하고, 못 하고와는 상관없이, 그저 여기에 나로서 존재함이 중요하다.
아닐까?
나는 여기에서 어떤 인간적인, 세속적인 기능을 수행하기 위해서 이곳에
있을까? 아니면 그러한 기능이란 것이 내가 여기에 있음에 수반되는 하나의
2차적인 방편에 불과할까? 내가 여기에 있으면서 나의 진면목을 알고,
깨닫기 위한 2차적인 방편에 불과한 것이 아닐까? .....
나는 지금
여기에 있음으로써 충분하다.
존재가 나의 목적이다.
이것을
잊고, 뭔가를 자꾸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 사로잡혀 유위(有爲 =
사회적 에고의 명령)를 일삼는다면 무위(참된 나가 드러나는 바)를
놓쳐버릴 것이다.
따라서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무엇을 너무 못한다 하여 - 기능이 불충실하다
하여 - 자신을 탓하지 말라. 따라서 지금 여기에 있으면서 무엇을
매우 잘한다 하여 - 성공적으로 기능을 수행한다 하여 - 오만에 빠지지도
말라.
그런 것들은 2차적인 문제다(중요하지 않다는 건 아니다). 가장 중요한 건 그냥 여기에 있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왜 여기에 있는 것인지를 그냥 아는 것이다. 기능에 앞서는
존재를 받아들임으로써 우리는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해줄 수가 있다.
나는
지금 여기에 있기 위해서 있다. 지금 여기에 나로서 있는 것이 나의 목적임을 아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헌데 이런 앎은 끝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지금 여기에
있는 것이 나라는 존재의 목적이라면, 그런 목적을 가진 나는 왜 존재할까?
이러한
질문은 끝이 없다. 그 질문 앞에 겸허해야 한다. 끝없는 질문들,
바로 그 질문들이 우리 삶의 해법이다. 우리를 구원해줄 동아줄이다.
올해에
이렇게 표현한 이 진실을 내년에는 더 쉽게 말할 수 있기를 소망한다.
한 선각의 표현을 아래에 옮겨본다:
선한
존재로부터 흘러나오는 것은 무엇이든 선하다. 과거에는 인간에게 선한
행동을 하면 선해질 거라고 거듭 말해왔다. 나는 정반대로 말하겠다.
선한 존재가 되어라. 그러면 무엇을 하든 선할 것이다. 왜냐하면 행위는
존재로부터 나오기 때문이다. 행위보다 존재가 우선이다. 과거에는 행위를
강조했기 때문에 사람들은 위선적이 되었다. 존재는 나쁜 상태인데도
사람들은 착한 행위를 계속하고 있다. 그들은 존경을 받고 심지어는
성자로 생각되기도 한다. 하지만 그들 내부를 들여다보면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저 늙고 썩은 존재에 불과할 뿐이다.
그들은 스스로를
조정하고 훈련시키며, 여러 가지 덕목으로 스스로를 수양하고, 봉사하고
기도하며 이런저런 일도 하지만, 이 모든 것은 행위일 뿐이다. 행위는
여전히 주변부에 있는 것이라서 중심부를 관통하지 못한다. 그리고 중심부야말로
진정한 문제다. 중심부가 변화하지 않으면, 모든 변화는 피상적일 뿐이며
기껏해야 장식에 불과하다.
명상은 그대에게 선한 존재를 부여하며,
선한 존재로부터 선한 행위가 흘러나온다. 그때 존재와 행위 사이에는
불일치가 없다. 그때 행위는 그대 존재의 그림자에 지나지 않는다.
-
오쇼
라즈니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