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백:
새해의
자아점검 (2008/1/6)
©
Sukhoon Han
[스스로
나중에 돌아보기 위해 기록해두는 독백에 불과하므로 의미 전달성이
떨어지고, 따라서 독자들에게 추천하지 않음. 어차피 심심한 분들은
읽으실 테지만.]
글을
쓰고 싶은가? 난 그저 노화하고 있는 육신과 미성숙한 영혼을 가진 중년
남자일 따름이다. 이보다 더 확실하게 내가 아는 것이 있나? 내가 성찰에서 어느 정도의 확실성에 이르렀다고 주장할
수 있을 만 한 건덕지를 얼만큼이나 가지고 있는가? 확실성에 도달한
것도 없이 무엇을 쓰려 하는가?
나는
여전히 사회적 미덕에 충분히 고개숙이지 않고 있어서 비도덕적(amoral)이며, 어쩌면
그때문에 부덕할런지도 모른다. 동시에, 나는 이
세상에서 선생이라는 역할을 맡고 있다. 아이러니다.
나는 어떤 선생인가?
피상적으로는 좋은 선생인 것 같다. 그러나
나의 내면의 사회적 미덕의 대변인인 나의 초의식(super ego)은 나를 미워하는가 보다. 언젠가
한 번, 알콜에 푹젖은 무의식
상태에서 나 자신에게 온갖 욕설을 다 퍼부었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으리라. 어쩌면
나는 나의 참자아 수준에서는 자부심이 낮은가 보다. 표면적 에고의
수준에서나 자부심이 높은 편일 뿐. 나의 참자아의 구동과 관련해서는 대체로
수치심이 많다 - 참자아를 묻어두었던 매 순간을 뚜렷이 기억하기 때문일지
모르겠다. 그렇기 때문에 취했을 때 나 자신에게 욕을 했던 것이다.
그러고 보니 부끄러운 선생에 불과하다. 그러나 최소한 부끄러움을
아는 선생이기는 하다는 점을 자화자찬하겠다. 이건 상대적인 문제다.
세상엔 범접할 수 없는 자기확신에 가득 찬 자들도 꽤 많다. 나는
부끄러움을 알기에 그들보다는 낫다고 본다. 점점 나는, 확실성의
부재가 오히려 글을 쓸 수 있는 타당한 자격 요건이라 믿게 된다.
나같은
인간이 사람들을 향하여, 세상을 향하여 성찰의 결과에 대해 지껄이는 것이
온당한 일인가? 그렇다, 여전히 그렇다, 왜냐하면 신 앞에서는 우리는
모두가 똑같기 때문이다. 이는 명백한 진리이긴 하나, 세상에다 대고 성찰의
결과에 대해 지껄이고자 한다면
좀 더 영예로운 삶을 살아야 할 것 같기는 하다. 지껄일 게 불확실성밖에
없다 해도, 그걸 지껄이는 주체가 꼭 부덕해야 할 이유는 없을 테니.
내가
지껄이려 하는,
성찰의 불확실한 결과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일상에서 우러난
성찰들이지만 일상과는 동떨어진 것처럼 들리는 그 결과에는 예를 들어
이런 경박한 관찰들이 포함된다: 내가 참된 자아의 수준에서는 수치심을 느끼기
때문에 에고의 수준에서는 자부심을 느낀다는 것; 모든 종류의 우월감은
그 사람의 열등감의 정확한 반영이라는 것; 지적인 우월의식은 육체적
열등감을 감추고 있고, 금전적 우월의식은 지적인 피폐를 감추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것들의 정반대의 경우도 똑같이 성립한다는 것.
즉, 그 어떤 세속적이고 속된 우월의식도 실은 자신의 영적인 열등감에
대한 노골적인 고백과 다르지 않다는 것. (성과 속의 분리를 말하고자
함은 아니다.)
작년에 나는 아주 여러 번
자부심을 맛봤다. 나는 스스로 지적으로 고양됐다고, 예술적으로 천부적
재능이 있다고, 외적으로 멋지다고, 그리고 나의 원래의 목적에
헌신하고 있노라고 생각했다. 실은 죄다 에고의 수준에서 느낀
자부심이다. 따라서 죄다 영적인 열등감의 반영이다. (아마도)
그런데 사람들은 내가
소박하면서도 겸손하다고 말해준다. 아마도 나의 외적인 태도가 그리
보이는가 보다. 그러나 나는 그들에게 말해준다. 내가 겸허하게
보일 때, 그때가 바로 내가 가장 오만할 때일 수도 있다고. 겸허란 때로
우월감에서 자연스럽게 우러난다. 제가 스스로 진정으로 잘났다고
믿는 이는 누구에게도 흔쾌히 고개를 숙일 수 있는 법이니까. 때론 가장
오만한 자가 가장 겸허할 수도 있다. 물론, 오만은 영적인 열등감의
반영이다. 그래서 때로 겸허는 영적인 피폐함을 반영한다. 겸허를 북돋워주는
자부심은 영혼의 독이다.
나의 치부를 인식하고 있다는 것은
선생으로서 쓸 만한 자질이다. 나의 치부에 대해 확실성에 도달한
것은 아니지만, 그런 것들에 대해서라도 써야겠다. 글을 쓰고 있다는
것 그 자체가 중요하기 때문에 이런 쓸데없는 것들도 글감으로 삼아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