못
된 사람들 (2009/4/12)
©
Suk Hoon Han
People
are so mean.
삶에 대한 단순한 감상이 버릇없이 늘 영어로만
튀어나오는 이 습관, 좀체로 떨궈지지가 않는다. 그 언어를 이십대
초반에 집중적으로 써서 그런 것 같다.
아무튼, 사람을은 참
못됐다. 참으로 이기적이다. 자기 생각만 하고 타인에 대한 배려는 눈꼽만치도
찾아볼 수 없는 그런 이들과 마주치는 일이 적지 않다. 자기 주장만
앞세우고 타인의 불편과 피해 따위는 안중에도 없다. 사람들은 참 못됐다.
물론, 그들에 대한 나의 반응 또한 그러하다. 우리는
서로에게 너무도 못되게 군다. 우리는 자신의 목숨을 보존하려고 서로를
죽인다. 이러한 우리에게 구원이란 합당한 것일까?
나는 평소
일상에서 조우하게 되는 못된 타인들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는 그 못된 타인들이 그런 행위를 할 충분한 연유가 있기에 그리 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는 점을 짐작할 수 있다. 그리고 그들의 못된 행위
덕분에 나는 종종 정신적 자극을 받게 되고, 따라서 나를 더 '절차탁마'
하기도 하며, 그 결과 내 삶의 활동에서 더 나은 산출물을 뽑아내는
경우마저 있다. 내가 이십대 때부터 되뇌이는, 니체의 이런 말이 있다:
'What doesn't kill you makes you stronger.' 역경으로 네가 죽지
않는 한, 역경은 너를 더 강하게 해준다.
그러나 타인들의 못된
행위는 때로 나로 하여금 내 갑옷을 더 두텁고 단단하게 만들기도 해서,
나의 방어기제에 발동이 걸리기도 한다. 나는 그 꼴을 보고 있는 것이
매우 싫다.
내가 의식적으로 정신의 수행을 기해온지도 10년이
넘어가고 있거늘, 그러했음에도 불구하고 일상에서 조우하는 '못 된'
사람들로 인해 상처받고 좌절감을 맛본다는 사실을 실망스럽게 받아들일
여지도 많겠다 싶다. 그러나 그것이 나의 실상이고, 나의 에고를
제대로 보호하지 못해 애통해 하는 나의 이러한 모습을 과연 이승에서
언제나 뛰어넘을 수 있을지 참으로 나는 알 수가 없다. 어쩌면 그러한
초월된 경지의 상(像)은 유치한 수행 과정에서 나온 왜곡된 성자상에
불과한 게 아닐까
싶다.
정치인들이 이 구절을 때때로 인용하는 것이 매우 못마땅하지만,
나는 고대 종교의 다음과 같은 경구를 다시 되뇌어본다(숫타니파타 中).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와 같이,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과 같이,
흙탕물에 더럽히지 않는 연꽃과 같이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의식에만
기댄 반성과 성찰이 힘이 딸려 헐떡일 때에는 옛 스승들의 격려를 되새겨
보는 것이 도움을 주기도 한다(보왕삼매론 中).
수행하는데 마가 없기를 바라지
말라.
수행하는데 마가 없으면 서원이 굳건해지지 못하나니, 그래서 성현이 말씀하시되 「모든 마군으로서 수행을 도와주는 벗을
삼으라」하셨느니라.
'못
된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다 그럴 만 한 연유가 있어서 그러할 것이다.
나아가 나 자신이 '못 된 사람'이기도 함을 알려주기도 한다. 이렇게
자리에 앉아 조용히 글로 내어놓고 이리저리 돌려보니, 왜 그 '못 된
사람들'이 내게 다가왔는지 그 비밀스러운 연유를 알 것도 같다는 생각마저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