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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의 매주 인삿말

12/31
이 해를 보내기 전에 한 번만 더 업데이트 하고 싶어서 말일에 몇 자 적어넣습니다. 평화와 함께 하소서.

12/19
채점할 기말시험 답안이 산더미지만, 지난 주에 짬짬이 적어 놓은 글을 엮어서 수행일상에 올립니다. 또 짬짬이 다른 글도 올릴지 모르겠습니다.

12/12
이번에도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기말 채점 이전에 다소 여유가 생겨 평소보다는 좀 많은 글들을 올릴 수 있었습니다. 특히 현각 스님의 말씀이 시원시원하고 재미납니다.

11/29
때때로 옛 선생인 나를 찾아 오는 제자들을 볼 때에는, '나는 항상 한 그루의 나이 먹은 나무처럼 구석진 이 자리에 남아 있어야 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듭니다. 아직 갈 길이 먼 제자들이 길을 잃지 않도록 말이죠. 이런 생각은 실은, 대단히 오만한 자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한 오만한 자기관(自己觀)에 걸맞는 인간이기 위해 매일 수행의 길을 갑니다.

11/21
본 싸이트 역사상 드물게 오랜 휴지 기간 끝에 업데이트를 올리게 됐습니다. 지극히 바쁜 일정 와중에서도 마음 쓸 곳이 적지 않다보니, 몸에 무리가 와서 한 2주일 헤맸습니다. 가벼운 '스타트 업' 식의 글을 올리려 했는데, 쓰고 보니 그다지 가볍지는 않군요. 수행의 길이 가벼울 수만은 없겠지만요.

11/13
요즈음 과로로 몸이 안좋아 업데이트를 못 하고 있습니다. 회복 되는대로 다시 글 올리겠습니다.

10/31
2주만에 업데이트 올립니다. 깊어가는 가을 속에 평화와 함께 하소서.

10/29
저의 학생들을 위해 할 일이 너무 많아 업데이트를 못 하고 있음을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어쩌면 이번 주말도 글을 못 올릴지 모르겠습니다. 암튼 평화를 빕니다.

10/18
내일 아침 여섯 시에 나가야 하는데, 밤 열 시가 다 되도록 학생들에게 돌려줄 리포트 채점도 못 끝냈네요. 짧게 줄입니다.

10/10
위에 걸린 "맑게 닦고 있습니다"라는 말이 오늘따라 눈에 들어오는군요. 그 거울이 항상 탁해지니까 계속 맑게 닦아야겠죠. 매일, 매일.

10/3
본격적으로 새 학기의 진도가 나가다보니 몸 하나로는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바빠졌습니다. 월요일보터 금요일까지 연이은 수업들만 감당하기에도 벅찬데, 가정에 대한 의무와 주변 사람들에 대한 의무 등등으로 쉴 틈이 없습니다. 그러나 단 하나의 수업도, 단 하나의 의무도 놓치고 싶지 않은 욕심에 매일 아침 일찍 일어나 나 자신을 몰아세웁니다. 지금은 그리해야 할 시절인가 봅니다. 이러다보면 또 내 삶에 텅빈 여백이 많은 '무위'의 시절도 오겠죠. 내 몸이 삐걱거리지 않고 모든 소명과 의무를 감당할 수 있다는 사실에 감사합니다.

9/29
추석 연휴 때 너무 놀다보니 오히려 평소보다 더 업데이트가 늦어졌습니다. 급격한 기후 변화에 잘 적응하시어 건강 보존하시기들 바랍니다.

9/20
추석 연휴입니다. 매일 대학에 강의 나가는 것을 즐겁게 받아들이지 않았던 날은 기억에 없습니다만, 그럼에도 이렇게 퍼져서 쉴 수 있게 되니 이 또한 즐겁군요. 바쁜 와중에 주어지는 휴일은 더 고맙습니다. 방문객님들도 평화로운 휴식의 한 주일 만드소서.

9/11
오랜만에 '울타리 없는 신앙' 쎅션에 오강남 교수님의 글을 실었습니다. '길벗'이란 말을 저에게 처음으로 가르쳐주신 교수님께서 한국에 나와 계실 때 한 번 꼭 뵈야 하는데, 새학기가 시작되고 나니 언제 그 짬을 낼 수 있을지 모르겠군요.

9/5
태풍으로 마을의 나무들이 수도 없이 부러지거나 뽑혀버렸습니다. 뿌리 깊은 나무보다도 속이 꽉찬 나무가 강풍을 잘 견딘다더군요.

8/29
여름방학이 다 갔습니다. 아마도 앞으로는 그간처럼 열심히 업데이트 하지는 못 할 것으로 예상합니다. 워낙 맡은 강의 수가 많아서요. 그래도 너무 미련하게 열심히 일만 하지는 않을 겁니다. 무리해서 탈 나는 것보다는 나 자신을 건강하게 보존할 때, 내 곁의 많은 이들과 소중한 시간을 나눌 수 있으니까요.

8/25
주말을 끼고 여행 다녀오느라 업데이트가 늦었습니다. 폭염의 여행 길에서 집으로 돌아오자마자 서늘한 날씨가 시작이군요. 행운이 잇따라준 여름방학도 이제 말미에 접어들고 있습니다.

8/15
무더운 일요일, 동물을 너무나 사랑하는 둘째 딸 나나를 데리고 서울 대공원을 한 바퀴 돌고 오니 수행일상 쓸 시간이 많이 남아있지 않네요. 오늘 못 다듬은 것, 못 올린 것은 내일 이후에 보충하겠습니다.

+8/16
이번 주의 '수행일상'과 '책의지혜'는 상호보완적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제가 의도하지 않았는데 '우연하게도' 그렇게 배열이 됐습니다. 둘 다 업데이트 하고 보니, 이즈음 올린 내용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것 같군요.

8/9
방학이라 좀 쉬려했더니 일감이 끊이지 않아 주말의 업데이트 타이밍도 놓쳤습니다. 쉬고 놀지 말라는 신의 명령이시겠거니 여기고 일속으로 되돌아갑니다.

8/1
푹푹 찌는 8월이 왔습니다. 좀 쉬었다가들 일하세요. 저도 좀 그러려고 합니다, 최근 들어 워커홀릭(일중독자)이 돼버린 것만 같아서요. 수행일상도 갈수록 너무 길고 장황하게 쓰고 있는 것 같지 않습니까?

7/26
3박4일간 강원도로 가족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동생 가족도 동행하고 아버지도 모시고 갔습니다. 나름대로 효도하러 갔건만, 중간에 제가 아버지와 충돌하는 바람에 일행의 분위기를 망쳐버리고 말았습니다. 감정이 가라앉고 나서 냉철하게 보니, 아버지와는 떨어져서 지내는 편이 그나마 서로를 위하는 길이라고 결론짓게 됐습니다. 부끄러운 수행자입니다. 효도도 제대로 못 하는 자가 스스로를 수행자라 일컬음이 부끄러운 일입니다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수행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기도 합니다.

7/18
지난 주 수행일상에 올린 '늑대'의 말미에 추가 사항 조금 더 넣었습니다. 계절학기는 진도가 빨리 나가서 분주하긴 하지만, 금요일부터 주말이 시작되므로 요즘은 싸이트 업데이트에 시간을 좀 쓸 수 있게 됐습니다. 아마도 8월 중순까지는 이렇게 여유있는 글쓰기를 즐길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7/11
본격적인 여름, 주중에 일하러 다닐 때엔 온몸이 땀에 젖고, 주말에 집안에 가만히 앉아 있어도 몸이 축 늘어집니다. 이런 계절이 와도 산과 들로 떠나버리고 싶은 마음이 별로 안 드는 걸 보면, 내가 일중독에 걸렸든지, 늙어가고 있든지 둘 중의 하나일 것 같습니다. 후자보다는 전자 쪽이 더 낫겠죠.

7/4
1학기 성적처리도 끝냈고, 막 시작한 계절학기도 본 궤도에 올리고 하여, 이번 주에는 오랜만에 쓰고 싶은 글을 쓸 시간을 낼 수 있었습니다. 쓰고보니 늘 그렇듯이 오만한 글이지만, 오만과 겸허도 동전의 양면이라는 생각이 드는군요.

6/27
기말성적 뽑는 데 2주일이 소요됐습니다. 그간 애타게(?) 저를 불러주시던 벗님들, 그러나 저는 여전히 매일 아침 6시에 계절학기 출강하느라, 당분간은 쉽사리 그대들과 한 잔할 여유를 못 내겠군요. 차차 들 보십시다. 아무래도 '한 잔' 보다는 젊은 인재 양성이 우선 아니겠습니까. 그리고 상대평가로 인해 내게 삐진 제자님들, 나도 괴롭습니다. 이쁜 내 학생들에게 C학점 날리게 강요하는 현 세태가 나도 싫습니다. 이제 한국 팀 축구 게임도 끝났으니 차분히 일상으로 복귀합시다.

6/21
또 십수 시간 동안 학생들 페이퍼를 읽다가 문득 떠오른 재미난 생각 한 가지를 어제 올린 수행일상 끝에다 갖다 붙입니다. 어제는 학생들의 칭찬으로 인해 팽창한 저의 에고를 한심하게 여긴 나머지, '성자의 욕망'의 부정적 측면만 너무 강조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지금 일에 파묻혀서 '즐거움을 찾아'내지 못한 나머지 안달하고 있는 중입니다.

6/20
지난 주부터 계속 엄청난 양의 성적처리에 매달려 있다가 지겨워져서, 잠시 일손을 놓고 즐거운 수행일상 글쓰기를 감행했습니다. 쓰다보니 '즐거움을 일부러 찾아나서는 것은 좋지 않다'는 결론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바로 일감으로 되돌아가기로 합니다.

6/12
폭염 속에 여러 학교에 나가 종강 수업을 했습니다. 땀을 많이 흘린 한 주일을 보내고 나니 토요일에는 새벽부터 세찬 비가 내리는 군요. 시원스런 빗줄기가 참 반갑습니다.

6/2
지방자치 선거휴일이라 짬이 좀 나서, 지난 주말에 놓쳤던 업데이트 올립니다. 저는 워낙에 비정치적 성향을 갖고 있던 인간이었는데도 갈수록 세상 돌아가는 일에 대해 '열 받는' 일이 많아지는 것을 보면, 저와 달리 공동체와 그 운영에 대해 관심과 애정을 많이 갖고 있던 분들께는 요즘 시대가 매우 괴로운 때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약자에 대한 배려가 감소하는 공동체는 분열과 파멸의 가능성을 증대시키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5/23
일요일의 이른 아침, 가족들 모두 잠들어 있을 때 홀로 깨어서 글을 쓰고 있노라면 늘 영화 '닥터 지바고'의 한 장면이 떠오릅니다(처자식이 잠들어 있는 혹한의 새벽에 홀로 깨어 시를 쓰는). 소년기의 자기동일시 욕구의 흔적이 수십 년을 가는군요. ^^ 석탄일 휴일에는 모처럼 존경하는 길벗님 가족과 동반하여 자연 속으로 1박 여행을 다녀왔고, 그러고 보니 밀린 일감 때문에 일요일 새벽부터 일어나서 작업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허나 아무리 바빠도 안에서 삐져나오기를 갈망하는 내면의 음성을 글로 담아내지 않고는 못배길 듯하여, 이번 주의 수행일상도 제대로 업데이트가 됐습니다.

5/16
오랜만에 첫째 딸과 토요일의 데이트를 했습니다. 별로 해주는 것도 없는 애비를 따라주는 딸내미가 고맙습니다. 그건 어제였고, 오늘은 5.16 군사 쿠데타 발발일이로군요. 5.16 직후에 이 땅에 태어나서 자란 세대인 저 같은 이에게, 이 세자리 숫자는 많은 복잡한 상념들과 얽혀있습니다. 오랫동안 역사에 대한 평가를 유보해온 저는 모든 사건에서 '공'과 '과'를 봅니다. 예컨대 5.16의 역사적 '공'과 '과' 중 어느 것이 더 크다고 보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을 저는 쉽사리 결정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이즈음에는 '과'가 조금 더 컸다는 생각이 들고 있습니다.

5/11
화요일은 아침 9시부터 수업이 시작해서 밤 8시에 끝납니다. 하룻 동안 네 개의 수업을 세 곳의 대학에서 합니다. 좀 고됩니다만, 오늘도 무사히 모든 수업을 마쳤습니다. 밤 수업까지 학생들의 반짝이는 눈동자를 봐서 행복했고, 강의 잘했다고 주는 상을 한 대학에서 받은 뒤에 귀가했습니다. 내일 수업은 좀 즐겨볼까 합니다. 고되지만 보람찬 화요일이 있어 수요일이 경쾌합니다.

5/9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밀린 수업 준비를 하다보니 수행일상을 쓸 시간이 남지 않는군요. 이번 주 내내 써보겠습니다.

5/2
오늘은 아버지 팔순 연을 치르는 날입니다. 나의 아버지는 자기실현의 여정에서 어느 경지에 가 계신 것일까, 잘 모르겠습니다. 철저한 無敎주의에, 내가 싫어하는 조선일보 애독자인 아버지는 주변의 많은 이들로부터 존경을 받으십니다만, 그 아들은 이기적이어서 아버지를 그렇게 받들어 모시지를 않습니다. 어쩌면, 맨날 입으로 자기실현 떠드는 저 같은 인간보다는, 그런 말씀 전혀 없으신 아버지가 훨씬 높은 자기실현의 경지에 가 계신지도 모르겠습니다.

4/25
올해는 봄이 참 더디 오는 것 같습니다. 힘겹게 찾아와준 봄은 더 반갑습니다.

4/17
다음 주가 대학교의 중간고사 기간이어서 조금 짬이 났고, 그래서 업데이트를 조금이나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봄 기운이 돌기 시작하니 어디 남쪽 강가에라도 갔다오고 싶어 몸이 근질거리는 군요. 허나 5월 석탄일 연휴 전까지는 아무래도 시간을 낼 방도가 없을 것 같습니다. 길벗님들, 꽃 향기 많이 맡으시며 봄을 맞이하시기를!

4/12
도통 시간이 없어 아주 짧은 업데이트 하나 올리고 또 일하러 갑니다.

4/4
4월의 남은 시간 동안에는 이 땅에 좋은 일들이 많이 일어나기를 기원하나이다. 천안호와 함께 수장된 아까운 젊은 병사들의 명복을 비나이다. 그들을 건지기 위해 자신을 던졌다 희생된 고귀한 분들의 명복을 비나이다.

3/20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 강의를 맡고 있을 지도 모르는 저는 이번 학기에 대략 오백 명에 이르는 젊은이들에게 교육과 자기실현이라는 화두를 가지고 다가가고 있습니다. 자비로우신 신이시여, 제 힘이 딸릴 수 있사오니 부디 굽어살펴 주소서.

수업준비와 출강만으로 한 주일이 후딱 흘러가버리니 차분히 앉아서 수행일상 적을 짬도 내지 못하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핸드폰 문자로 받은 향기로운 말씀들이나마 모아서 올립니다.

3/11
어쩌면 이번 학기에는 제가 대한민국에서 가장 많은 대학 강의를 맡고 있는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다보니 업데이트도 허접합니다. 인내해주소서.

3/1
십 년째 대학에 강의 나가고 있지만 이번에도 신학기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습니다. 벌써 내일로 다가왔군요. God, I love my job!

2/24
방학동안에 '어둠의 경로'를 통해 다운받은 영화를 몇 편 봤는데, 그중 클린트 이스트우드 감독의 '그랜 토리노'가 걸작이더군요. 노화하며 세상에 대한 불만만 쌓여가는 한 고지식한 노인과 그의 참된 '자기'를 상징하는 고전 명차 그랜 토리노를 대비시켜 보여주는 영상을 통해, 기성세대가 후대에게 물려줄 가장 고귀한 유산이 무엇일지 생각해보게 해주는 깊이 있는 작품이었습니다. 이스트우드 감독은 팔십이 넘은 고령에 또 다시 '인빅투스'라는 걸작을 작년에 발표했다더군요. 그것도 꼭 보고 싶습니다. 그는 어느 덧 현세의 스승이 되어버렸는가 봅니다. 놀라운 일입니다, 헐리우드 배우 출신의 '더티 해리' 이스트우드가 이런 현명하고도 존경스러운 노인이 됐다는 사실이. 세상에 폐나 끼치지 않고 노후를 마감할 수 있기를 희망하는 저같은 범인의 눈으로 보기에는 정말 대단한 업적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2/17
수백 명의 학생들을 상대하며 너댓 과목을 강의하는 일을 멈추고, 나의 공부에 집중할 수 있는 겨울방학은 달콤하기 그지 없습니다―비록 호주머니는 텅 비었어도. 그 방학이 이제 2주일도 채 안남아서 아쉽습니다. 만나볼 이들도 많은데 내 일만 챙기고 있다보니 시간은 훌쩍 가버리는군요. 공부할 수 있음에 깊이 감사합니다.

2/6
방명록에 집요하게 늘어붙는 스팸 공격 때문에 스팸 감염된 항목 하나를 지우고 그 내용을 여기에 갖다 붙여둡니다:

강승범 2007-03-19 23:03:46, 조회 : 949, 추천 : 43
한석훈 교수님께
교수님!
지난 학기 교육사철학 강의를 들었던 강승범 입니다.(기억나세요, 교수님?^^)
짧은 시간이었지만, 많은 생각을 할 수 있게 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일찍 찾아왔어야 하는데...ㅋ
불현듯이 교수님..그리고 수업했던 그 때가 떠올라 이렇게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이곳 역시, 좋은 곳이네요..또 불현듯 떠오르면 또 다시 찾아뵙겠습니다.
강승범 올림.

[한석훈] 승범군, 부리부리한 눈매의 카리스마를 감추지 못하던 자네를 기억하다마다. 이렇게 여기 찾아와서 인사 남겨주니 고맙군. 종종 놀러오기 바라고, 아직 졸업 안했을 테니(맞지?) 캠퍼스에서 마주칠 수 있을 거야. 큰 꿈 키우고, 충실히 실천하기를 기원하네.

일종의 가벼운 지병 때문에 간단한 수술을 받고 하루를 쉬었습니다. 가만히 세어보니, 평생 몸에 칼대고 꿰맨 일이 여섯 번이나 되는군요. 중병이었던 적은 한 번도 없었지만, 바로 그 때문에 국소 마취만으로 수술을 했었고, 그래서 내 살이 메스로 잘려 나가는 감각이 더 끔찍하게 기억됐는가 봅니다. 거실에서는 '추노'라는 연속극 재방송이 테레비전에 나오고 있는데, 온통 칼로 사람 자르는 소리만 들리네요. 일본 인류학자의 동아시아 신화학에 대한 책을 읽다보니, 날카로운 일본 검이 맹수를 제압함에 있어서 자연의 균형을 깰 정도로 지나치게 강력한 도구였다는 구절이 나오더군요. 칼은 오직 의술에만 쓰이는 세상이 언젠가는 이 지구에 도래하기를 기원하나이다.

1/30
계절학기를 끝낸 1월의 후반부에는 밀린 일들 정리하다보니 시간이 다 갔습니다. 오는 3월의 신학기에는 작년보다도 더 많은 강의를 맡아, 과연 이 싸이트를 지속할 수나 있게 될지 우려되기도 합니다. 뭐, 어떻게 되겠죠. 짧은 2월동안 체력보강과 함께 정신의 재충전도 시도해볼 생각입니다. 많은 수행가들께서도 그리 말씀하시지만, 저 자신도 바쁘게 일만 하며 살다보면 영혼이 궁핍해지는 듯한 느낌이 들더군요.

1/19
아이티를 덮친 엄청난 재앙을 텔레비전 뉴스로 목격하며 가슴 아파하고 있는 분들 많으시리라 짐작합니다. 인간이 저토록 끔찍한 고통을 겪고 있는데, 그에 대해 아이티의 토속신앙인 부두 교의 악마숭배 탓이라며 염장을 지르는 미국의 대표적 노망 근본주의자이자 자칭 크리스찬인 팻 로벗슨을 보니 분노가 치밀더군요. 연초부터 염장이니 분노니 해선 안되는데, 사안이 너무 지독하여 이렇게 입에 담고야 말았습니다. 작년에 우리나라에서도 김모 명예교수께서 노망드신 것을 본 이후로는 저 자신 '곱게 늙자'를 새로운 삶의 목표로 설정했습니다. 나이 잘 먹기가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갈수록 절감하기에 로벗슨 씨에 대해 일말의 연민이 일기도 합니다.

1/10
폭설과 혹한의 한 주일이 지나갔습니다. 유난히 가혹한 이번 겨울, 저는 안으로 파고들어야 할 일이 예전보다 더 많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작년 연말에 미룬 벗님들과의 만남도 줄줄이 기다리고 있군요. 안팎으로 분주하게 살다보면 이 겨울도 지나가겠죠. 언제나 그러하듯이.

2009/1/2
길벗님들, 방문객님들, 2010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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