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rnal

늑대(1) (2010/7/11)

1. 남자들

매스컴 보도를 보면 요즘 들어 성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린다 한다. 갑자기 왜 요사이는 더 기승을 부리는지 잘 이해는 안 가지만―법안 처리를 위한 언론 플레이 냄새도 나고, 성범죄란 원래 언제나 일어나는 일 아닌가―, 어찌 됐든 간에 어린 딸들 키우는 집안에서는 예전보다 더 불안을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세상의 수컷들을 더 경계의 눈으로 보게 된다―저 자신도 수컷이면서. 그런데 수컷들에 의해 저질러지기는 하지만 성범죄가 전적으로 남성의 성욕에서 기인하지는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 강간, 성추행 등은 성범죄인 동시에 폭력적인 범죄이기 때문이다. 적지 않은 경우, 성욕 그 자체보다는 이성에 대한 지배욕구와 폭력성의 충동 때문에 남성들이 성범죄를 저지른다. 주 에너지는 폭력성이고 그 표현 방식이 성욕분출이라는 말이다. 남성이라고 다 짐승인 건 아니다. 남성 중에서도 폭력성을 주체 못 하는 짐승같은 놈들이 자꾸 나쁜 짓을 저지르는 것이다.

이성에 대한 폭력성을 제어 못하는 남자는 소수에 불과하다. 비록 살다보면 세상 남자들이 다 늑대 같다는 생각이 들 때도 있으나, 남자 한 명, 한 명을 진실되게 바라볼 때 의외로 자신의 '늑대성'을 뛰어넘는 이들도 적지 않다. 나에게 깊은 이야기를 털어놓은 남자들만 봐도, 진정한 자신은 '늑대'가 아니고, 늑대의 시선으로 꼭 여성을 바라보거나 대하지는 않는다는 남자들이 의외로 꽤 된다. 기업체 중진으로 일하며 일 때문에 접대를 해야만 하고, 별 수 없이 '클라이언트'를 2차, 3차까지 '모시게' 되지만, 자신은 화대만 지불하고 여성을 건드리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또, 평소에는 남자들끼리의 술 자리에서 호기도 잘 부리고 음담패설도 잘 하지만, 사실은 룸싸롱 같은 데는 가지도 않고, 어쩌다 억지로 끌려가게 되더라도 접대하러 나온 아가씨들을 보면 딸들 생각이 나서 손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다는 이도 있다. 그밖에도 저자 거리에서 십대 소녀가 돈 벌 요량으로 유혹하며 다가오길래, 그 애를 잘 타일러서 제 집까지 데려다 주고 왔다는 이도 있다―정작 소녀를 건네받은 애비가 되레 자신에게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더라고 허허 웃으며. 그리고 돈 잘 벌고 '잘 노는' 싱글로 여러 해 동안 유흥업소의 주지육림에 빠져 지냈지만, 중년에 이르러 어느 날 문득 '밤의 쾌락'에 환멸을 느껴 그런 업소에 완전히 발을 끊고, 나와 술 마실 때면 소주 한 잔에 생맥주 조금 마시고 얌전히 귀가하게 된 이도 있다. 이밖에도 내 곁의 몇몇 지인들은 노골적으로 그런 업소에 가기를 싫어한다고 토로한다. 다만 사회적 분위기나 압력 때문에 할 수없이 남정네들과 동행해왔다는 것이다. 이런 이들을 보면 모든 남자를 늑대처럼 바라보는 것도 오류라는 생각이 든다.

나 또한 제 안에 늑대성을 갖고 태어난 남자지만, 나는 '사회적 분위기나 압력' 따위를 무시하는 고집불통이 있어서 절대로 여성 접대부 나오는 업소에 가지 않기 때문에 주변 남자들로부터 욕도 먹었고, 비난도 받아왔다―그래서 내가 조직생활을 못 한다. 나라고 왜 젊고 예쁜 여자가 싫겠는가. 하지만 나도 '말만한' 딸 키우는 애비이기도 하고, 실은 젊었을 때에도 무엇보다 돈 때문에 내게 웃음을 흘리는 여인네들 옆에 앉아 있는 것이 싫었었다. 깨끗한 척, 성자인 척 하는 게 아니라, 단지 진심 없는 만남에 귀한 내 시간을 버리기가 너무도 싫었을 따름이다. 말이 나왔으니 말이지만, 젊었을 때 본의 아니게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 가게 된 일이 몇 차례였던가 있었는데, 대화를 나누던 아가씨가 신세 한탄을 하다 눈물을 쏟는 바람에 달래주고 나오느라 애를 먹었던 일이 여러 번 있었다. 이런 얘기를 하며 그런 업소에 가기 싫다고 말하면 어떤 친구는, '요즘 애들' 중에는 그럴 애 하나도 없고, 다들 즐기며 쉽게 돈 벌러 나온다며 나의 '순진함'을 비웃기도 한다. 그러나 나는 그런 똑똑한 친구들의 말을 믿지 않는다. '물 장사'에 나온 거의 모든 여성들은 저마다 눈물 어린 우여곡절을 가슴속에 품고 있을 것이라고 추측한다. 남정네들이 나를 쪼다 같은 놈이라고 비웃어도 할 수 없다. 싫은 일 억지로 하며 살지 않으려고 프리랜서로 나서지 않았던가. 난 내 안의 늑대성을 풀어주기가 싫다. 그럴 의향이 없다.

2. 한국 사회라는 곳

늑대성, 또는 성적인 지배욕구는 모든 남자 안에 내재된 생물학적 본성에 가깝다고 본다―자신의 유전자를 퍼뜨려야 하니까. 대개는 그 욕구를 자아 한 구석에 잘 묻어둔 채 점잖게 살다가 늙어버리고 단지 극소수만이 성범죄라는 극단으로 추락하는 것이 실상이겠으나, 겉으로 점잖아 보이는 남성들 중의 적지 않은 수가 그 욕구를 풀어놓아줄 장치를 제발로 적극적으로 찾아나선다. 그 장치 중 하나가 여성을 성노리개로 취급하는 '룸싸롱' 류의 업소들이다. 이런 업소들은 실은 세계의 거의 모든 문화권에 다양한 양태로 존재하고 있는데, 그것들이 유독 우리나라에 많다고 보는 건 나의 오판일까. 나는 이 업소들이 한국의 공동체 문화 수준에서 여성에 대한 성희롱과 준(準)성추행, 그리고 여성의 성상품화를 사실상 허용받은, 나름의 어두운 사회적 기능을 수행하는 '사회 기관 (social institution)'이라고 간주한다. 우리 나라의 남성 사회에는 이런 공인된 기관에서 '찐하게' 잘 노는 '호걸'을 남자답다고 칭송하는 동시에, 나같은 샌님은 남자답지 못한 열등한 놈으로 폄하하는 문화가 존재한다. 물론 나는 신경 안 쓰지만―'남자다움' 시비에 반응할 만큼 젊지 않으므로.

룸싸롱 류의 업소는 돈 많고 지위 높은 이들이 간다. 그런 이들을 우리 사회에서는 '사회 지도층'이라고 부르던가? 만약에 사회 지도층 인사가 그런 업소를 자연스럽게 들낙거리는 것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라면, 넥타이 매고 새하얀 와이셔츠 입은 지도층 인사들이 젊은 여인네들을 돈으로 사서 고깃덩어리처럼 대하는 '풍습'이 자연스럽게 수용되는 것이 우리 사회의 분위기라면, 사회적 위계에서 그들의 저 밑에 처해 있는 장삼이사 남정네들이 여성을 성욕 풀이의 대상으로써만 여기게 되는 것을 누가 비난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내가 여자도 못 겪어보고 페미니즘의 '이론'에 경도돼서 순진한 말이나 하고 앉아있을 나이도 아니다. 나는 여성을 살아온 경험을 통해 이해하고 바라본다. 나는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사회학적으로, 또 심리학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본다. 그리고 나는 여성을 영적으로 이해하고 바라보려 한다. 내가 보기에 우리 사회처럼 여성의 인간적 본질에 대한 평균적인 이해가 저급한 곳이 이른바 'OECD 국가' 수준의 사회 중에 또 있을지 의심스럽다―인터넷 포털의 뉴스 섹션 등에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여체 상품화 기사들을 보라. 우리 사회의 여성의 본질에 대한 시각이 천박하다는 것은, 우리의 인간 본성에 대한 시각이 천박하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룸싸롱에 가서 질펀히 놀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말한다, 여자들은 돈과 남자만 밝힌다고. 나는 그들이 하이젠베르크의 "살아 있는 유기체를 생화학적 체계로 취급할 때마다 그것들은 생화학적 체계로 행동할 수밖에 없다"는 원리에 대해 심각하게 생각해보기를 바란다. '여성을, 아니 인간을 영적인 존재로 대할 때 그 사람은 영적인 존재로 반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을 상상만이라도 해볼 수 있기를 바란다.

과거에 겪었던 일이다. 주변인에게 성추행을 당한 한 젊은 여성이 내게 그 사실을 털어놓은 적이 있었다. 나를 믿고 자신의 내밀한 이야기를 꺼내며 도움을 청했기에 나는 도움을 줘야만 한다는 책무감을 느꼈다. 그래서 가해자를 '잡아 쳐넣으려' 움직였는데―나는 그것이 일종의 '거룩한 분노' 라고 믿었었다―, 그 과정에서 우리 사회와 문화의 많은 단면을 목격하게 됐다. 많은 것을 느꼈고, 결국 응징의 칼을 접기로 했다. 피해 여성도 결국 그것을 원했고. 그후로 나는 여성의 성폭행 피해에 대해 민감하게 모니터링을 해왔다. 많이 관찰하다 보니 두려움도 증가한 것일까, 내 딸들을 다소 과보호하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성범죄는 전세계 어디에나 있는 '보편적' 현상이기는 하지만, 우리 사회의 규범과 가치관이 세파에 의해 좌지우지 당하는 바를 보고 있노라면, 가부장적이고 남성우월적이며 철저히 금전숭배적인 한국의 문화가 여성의 도구화에 기여하고 있고, 그런 분위기 속에서 성범죄의 싹이 쉽게 자랄 수 있지 않겠는가 하는 생각이 든다. 딱 들어맞는 비유는 아니지만, 종군 위안부라는 집단 강간 체제를 제도화했던 일제 군국주의의 가부장적, 남성우월적, 비인간적 문화가 떠오른다.

3. 나 자신

추상적인 사회와 문화 수준을 접고 구체적인 나 자신에게로 다시 돌아와 보자. 나 자신의 여성관은 실로 천박함을 뛰어넘는 영성 차원의 깊이와 넓이를 품고 있는가? 나는 가부장적 시각과 남성우월주의, 또는 금전 지상주의 류의 '존재의 가벼움'으로부터 얼마나 자유로운가? 자신있게 대답하기에는 찔리는 구석이 좀 있다. 어디가 구체적으로 찔리는지 그 근원을 찾아나서 본다. 그래서 쉽사리 몇 가지를 찾아낼 수 있었는데 그것들은 성상품화 긍정, 여성비하적 시각, 외모 지상주의 수용 등이다.

첫째, 나는 여성을 성상품화 하는 마케팅을 긍정해왔다. 쭉쭉빵빵 S 라인 광고에 나도 눈길을 보내왔다는 말이다. 뭐, 이런 걸 자책하거나 그런 건 아니다, 어쩔 수 없는 자연현상으로 받아들이니까, 그리고 바로 그렇기 때문에 내가 성상품화를 긍정해왔다고도 할 수 있겠고. 할 말도 없다. 그냥 '자연스럽게 눈길이 가는 걸 어쩌겠냐'는 입장이다. 그렇긴 하지만, 어쩔 수 없는 본능적 충동을 넘어서지 못하는 내 시신경 메커니즘의 관성이 부끄러워 요즘 여자대학 안팎을 다니면서는 고개를 숙이고 시선을 내 발끝에 고정시킨 채 걷는다. 어쩔 수 없는 본능을 왜 부끄러워 하는가? 이 또한 한심한 일이긴 하나, 본능의 굴레를 뛰어넘지 못함 또한 수행자에게는 부끄러운 일이므로 내 눈동자가 수련이 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됐다.

둘째, 나는 여성비하적 시각을 버리지 못했다. 나는 비록 이 호칭에 따옴표를 붙여 사용하기는 하나, 스스로를 집의 '가장'으로 간주한다. 내가 대장이고 아내는 한 서열 낮은 대장이라는 말이다. 우리 식구가 이를 다 받아들여서, 아이들은 비중있는 문제에 관해서는 '가장'인 애비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는 점을 알고 있다. 이즈음처럼 학교 일로 바쁠 때에는 부엌 일은 전적으로 아내의 몫이다. 예전에는 가사 분담을 모범적으로 하는 남편으로 칭송을 들었었지만, 요즘은 1주일에 청소 한 번 하기도 어렵다. 그래서 나는 책 읽고, 글 쓰고, 학생 가르치는 '고상한' 일만 하고 있고, 아내는 밥 하고 설거지 하는 집안 일을 전담하고 있다. 이같은 '라이프 스타일'은 그에 합당한 남녀관을 보강해주고 있을 것이다.

셋째, 나는 외모 지상주의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이걸 극복하려 의도적인 노력을 했으나, 아직 인격이 여물지 못하여 그 노력이 결실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한 번은 소규모 학급의 기말성적을 산출하고 보니, 성적 배정에 이상한 패턴이 있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든 적이 있었다. 간단히 말해서 나로부터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들은 전부 예쁜 여학생들인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는 말이다. 화들짝 놀란 나는 황급히 각 학생별 점수를 재검토해봤고, 그 결과, 고득점자 중에 예쁜 여학생들이 많이 분포돼있기는 하지만 그들 모두가 한 학기동안 성실히 수업에 임하고 좋은 보고서를 써내서 합당한 점수를 받은 것이며, 또 '안 예쁜' 학생들 중에도 고득점자들이 있다는 점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자신의 선생으로서의 공정성을 확인하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헌데 그때 내가 왜 화들짝 놀랐겠는가? 도둑이 제발 저려서다. 내가 의식 수준에서는 예쁜 여학생이나 안 예쁜 여학생이나 다 공평하게 대해왔음에도 불구하고, 기저 의식 수준에서는 전자 쪽에 더 눈길을 줘왔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려웠기 때문이다―이게 다 못된 그놈의 시신경 탓이렸다. 어쨌든 공적인 일 처리에 문제는 없었으나, 진짜 문제는 스스로도 자신의 공정성을 의심했었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자신을 의심했던 이유는 내가 평소 부지불식 간에 여성의 외모에 가치를 부여해왔기 때문이었을 게다.

나의 나 자신에 대한 분석에는 사실 자책이나 죄의식 따위는 거의 없다. 생물학적 존재로서의 나, 사회적 통념과 관습의 일부분인 나를 굳이 비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한다. 왜냐하면 애시당초 그러한 제한을 가진 존재로서 내가 수행의 길을 걷고 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바로 내 의지가 수행에 있기 때문에 내 '의식'에게 딱히 책임을 물을 수 없는 기저 의식 수준의 마음 상태에 대해서도 반성의 렌즈를 들이대지 않을 수 없다. 수행의 길에서 언젠가는 내 무의식마저도 조화롭고도 온전한 '나'의 구성요소로서 제 자리를 찾도록 해야 하지 않겠는가. 내가 의도하지 않았으나, 내 마음 속에는 여성을 목적으로 대하지 않고 수단으로 대하는 습성이 남아서 작동해왔다는 점을 인정하게 된다. 이 습성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나는 명확하게 알고 있지는 못하다. 일단 그것을 인정은 했으니 앞으로 어떤 방식으로든 그것을 다루어야 하겠으나, 그것을 억압하거나 제거하려는 기도는 무모하다고 생각한다. 그 습성을 희석해야 할지, 가만 놔둬야 할지. 내가 그 습성으로부터 해방되지 않는 한, 우리 사회의 천박한 여성관에 대해 왈가왈부할 자격이 없다 하겠거늘.

이부영 선생께서 쓰신 분석심리학 책의 이야기 한 편이 기억난다. 한 양심적이고 신실한 남성이 어느날 문득 꿈속에서 자기 안의 히틀러 상을 보고 충격을 받았는데, 세상의 악의 근원이 자기 안에도 있음을 인정하고 난 이후로 그가 세상을 위해 자신을 바치는 일이 가능해졌다는 것이다. 나도 내 안의 늑대 한 마리의 존재를 인정함으로써 세상을 위한 나의 쓰임새를 가꿔갈 수 있지는 않을지, 긍정적인 전망을 해보기로 한다. 내 안의 늑대성을 인정하고 그것을 뛰어넘어서 온전한 여성觀을 형성하는 것은 나의 수행에서도 중요한 부분이다. 내면의 어둠에 대한 응시와 자아의 심화 또는 확장 등이 나의 수행의 주된 과정이므로. 이런 걸 말로 하기는 쉽지만, 실제 수행의 길이 그러하지는 않다.

쉽건, 어렵건, 수행할 수 있는 또 하루를 주심에 감사할 따름이다.

+ 이 글을 읽고 연락해온 분들께 회신하다가 과거에 제가 써놓은 글 하나가 기억나서 여기에 링크해 놓습니다: '패러다임의 전환이 일어날 때'

+ 저는 청교도나 칼뱅주의 류의 금욕주의를 좋아하지 않고 마광수 찬양론을 펼치는 성향의 남성이지만 인터넷 판에 나도는 '꿀벅지'라는 용어를 매우 못마땅하게 여겼었는데, 저의 반감을 시원스레 잘 표현해준 중년 가수 이은미의 글을 오늘 발견하여 여기에 퍼다 놓습니다(7/18):

[이른바 '걸그룹'을 지칭하여] "걱정이 앞선다. 청소년이면 아직 인격이 제대로 형성되기 전의 나이다. 사회인이 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하는 나이이고. 학교를 다니면서 그런 걸 배워야 하는 아이들이 모든 걸 반납하고 스타의 길을 걷는다. 그들의 20대, 30대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

만일 그 아이가 우리 조카라면, 성행위를 연상시키는 춤을 추도록 그냥 내버려두겠나. 미성년자들에게 노출이 심한 의상을 입히고 무방비 상태로 우상화하는 방법이 옳은가. 개념 없는 어른들이 이른바 '삼촌팬' 운운하며, 미성년자인 아이들이 이런 춤을 추니 너 참 섹시하다, 이렇게 말하는 게 옳은가. 아니 그런 말이 나오나?

아동성추행범과 뭐가 다를까. 걸그룹 아이들은 공인된 작업을 거쳐 나오는 선수들이니까 괜찮다? 이건 우리 사회에 만연한 관음증을 그대로 보여주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소름끼친다. 초등학교 졸업한 지 3년 된 아이에게 꿀벅지? 꿀벅군? 무섭다. 이게 다 어른들이 붙인 별명이다. 도무지 양심불량의 끝이 어딘지 정말... 정말 슬픈 한국의 자화상이다."

- 오마이뉴스, 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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