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펙트럼 (2010/3/11)
©
Suk Hoon Han
나의
개인적 가치관의 스펙트럼은 모순될 정도로 넓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왔다.
내 안의 가장 보수주의적인 견해: 이상주의자란
대개는 아직 세상 쓴 맛을 보지 못한 자들을 말한다.
*
해설: '돈'과 현실을 무시한 고귀한 이상을 내세우는 이들중의 다수는
아직 돈과 현실의 위력을 절감해본 경험이 없는 이들이라는 엄정한,
그러나 경박한 견해.
내 안의 가장 진보주의적인 견해: 올림픽은
참가에 의의가 있다.
* 해설: 우리는 삶에서 이득을 얻던 말던,
성공하던 말던 간에, 일단 우리가 살고 있다는 것 자체가
의의가 있고, 중요하며, 아름답다는 견해.
요즘에 어떤 '영적인'
책을 보니, 한 개인의 영적인 성숙에 대한 가장 중요한 증거로는
아량, 부와 명예에 대한 무관심, 그리고 영적인 것에 대한 깊은 관심
등이 있다고 한다. 나의 보수적 견해에는 아량이 없고, 부와 명예에
대한 집착이 배어있으며, 영적인 것에 대한 외면이 수반된다. 나의 진보적
견해에는 아량이 드넓게 자리잡고 있고, 부와 명예에 대한 무관심이
함유돼 있으며, 영적인 것에 대한 숭상이 담겨 있다. 그래서 나의
보수적 견해보다 나의 진보적 견해가 영적인 성숙의 기준에 더 들어맞는다는
생각이 든다.
이런 생각은 오래 전부터 해왔었다.
그러나
우리 사회에는 진정한 보수가 없을지 몰라도, 만약에 진정한 보수가
있다면 나는 그런 보수를 숭상할 것이다. 그런 보수를 보고 싶다.
수업
시간에 '스펙트럼'이란 말을 하려다가 혀가 미끌어져서 '스펙타클'이라고
말했더니 학생들이 웃으며 아주 좋아했다. 그래서 나도 함께 재미있어
했다. 미국에서 박사 받아온 이가 그런 발음을 틀렸다는 것이 학생들로서는 재미있었던
것일런지 모르겠다.
이번 학기에 맡은 학생이 5백 명에 이르다
보니 실수와 실책이 잦다. 그래서 초인적 에너지를 구하려 하고 있다.
*
해설: 기복성 기도를 올리고 있다는 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