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6월 (2011/6/15)

대단히 바쁜 5월을 지내다 보니 그 여파가 6월까지 밀려와서, 이 싸이트 개설 이후에 거의 일어난 일이 없었던 2주일 이상의 업데이트 지연 현상이 발생했습니다. 모처럼 오늘 시간이 나서 수행일상 업데이트를 하려 하는데, 그간의 생활의 분주함이 저의 정신적 역량마저 고갈시켰는지, 도통 쓸 주제가 떠오르지를 않는군요. 그래서 별 수 없이, 단골 길벗님들에게 제 소식이나 간단히 전하는 차원에서 이즈음 제게 일어난 일들이나 좀 끄적여 보겠습니다. 이런 끄적거림도 빨리 마치고 기말성적 처리하러 가야 합니다.

둘째 딸과 지난 4월에 뒷 산에 올라가서 개구리 알과 도롱뇽 알을 포획해왔고, 전부 20 개쯤에 이르는 그것들은 어항에 담아뒀습니다. 열대어 키워온 실력으로 물 관리를 하며 놔뒀더니, 올챙이와 도롱뇽들이 전부 부화해서 자라나더군요. 나중엔 개구리도 팔짝 거리고, 약 4 cm 쯤 되는 도롱뇽도 헤엄을 치게 됐지만, 그놈들이 하나, 둘씩 죄다 사라져 버렸습니다. 다 어디로 가 버렸을까? 이것이 우리 가족들의 의문이었습니다. 서로 다 잡아먹었을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깊숙한 어항을 그놈들이 빠져나올 수 없을 것으로 믿고 뚜껑 관리를 철저히 안해서 한 놈, 두 놈, 기어나와 도망간 것으로 추정됩니다. 어항 안의 작은 생태계 조성을 꿈꿨건만, 발 달린 놈들은 그런 계획을 비웃으며 사라져 버렸습니다. 영화 주라기공원이 떠올랐습니다. 생명력을 합리적 사고력으로 통제한다는 것이 애시당초 어불성설이지요. 왜냐하면 자연의 생명력은 인간의 비좁은 합리성 따위보다는 훨씬 크니까요. 실은, 이런 생각을 저의 교육에 관한 공부에도 적용시키고 있습니다. 소수의 똑똑한 엘리트가 계획적이고 합리적으로 인재를 양성하는 중앙집권적 시스템보다 온갖 다양한 인재들이 제멋대로―생태계처럼― 자라나서 꽃으로 피어오르는 수평적 시스템이 공동체 발전에 더 유리하지 않겠냐는 생각을 합니다. 사회와 세계를 구원할 가능성은 인간의 합리적 사고방식을 뛰어넘는 더 거대한 발상에 달려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합니다. 인간적 사고를 뛰어넘는 거대함은 무한한 자연과 통해있는 참된 나를 발견할 때 비로소 시작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생각을 하며 저의 4 가지 수업을 듣는 수백 명의 제 학생들에게 종강 메시지를 전하느라 지난 한 주일 고심했습니다. 함께 다 잘 살 수 있는 길에 대한 상상, 희망에 대한 상상을 불러일으켜 주고 싶었으나, 너무 많은 일을 해서 저의 에너지가 떨어진 탓인지, 스스로 만족스러울 만큼 멋진 메시지를 던지지는 못했다고 자평합니다. 연구 실적 같은 것 쌓지 않고 제 맘대로 공부하며 비정상적으로 많은 수업을 맡고 있는 저에게 요즘도 '커리어 관리'를 위한 조언을 해주시는 고마운 분들이 주변에 계십니다. 하지만 저는 여전히 똥고집, 제가 하는 일이 최상이라 믿고 저 좋은 방식대로 앞으로 나아갈 뿐입니다. 강의 나가느라 바빠서 연구 논문도 못 썼지만, 저는 사실 과거 어느 때보다도 '진짜' 공부를 하며 살고 있습니다. 제 안에서 일어난 발상들을 강의의 형태로 제작하여 학생들에게 전하고, 그 과정을 통해서 또 학생들의 반응에 자극 받아서 원래의 발상을 수정하거나 발전시키며, 그러기 위해서 수많은 자료와 책을 뒤져보게 되고, 그러다 보면 다른 누구도 아직 말하지 않은 방식으로, 저만의 개념과 어휘로 교육의 어떤 면모에 대해 말하고 있게 됩니다. 뭔가를 깨달았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래서 문득, 문득, 진짜 공부를 하고 있다고 느끼곤 합니다.

그 공부의 성과를 아마도 내년 초부터 한 권, 두 권씩 책의 형태로 발표할 수 있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그런 준비들 하느라 5월과 6월에 너무도 바빴습니다. 당분간은 계속 이렇게 바쁠 것입니다. 그러나 제 마음을 삭막하게 고갈시키기 싫기 때문에, 어떻게든 심신의 여유와 고요를 구할 것이며, 그때에는 차분해진 제 내면에서 수행일상에 적을 이야기가 피어오를 것이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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