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명 (2012/5/29)
 

© Suk Hoon Han                                                                                                                                                                     
 
 

Once more into the fray.
To the last good fight I'll ever know.
Live and die on this day.
Live and die on this day.

싸움터에 또 다시 들어왔다.
내게 주어질 최후의 명승부 속으로.
오늘, 이 날을 살고 죽어라.
오늘, 이 날을 살고 죽어라.


몇 주 전에 본 미국 영화 'The Grey'에 나오는 시다. 영화는 끝없이 목숨을 노리고 쫓아오는 늑대 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죽을 고생을 하는 조난자들의 천로역정을 그리고 있다. 그 늑대들로부터 도저히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달은 주인공이 최후의 순간에 그들과 대결하는 것으로 영화는 끝을 맺는다. 메시지는, 운명으로부터 도망가려고 아무리 발버둥쳐봤자 소용없으므로, 그 운명에 맞서 싸우라는 것이다.

나의 숙명의 늑대 떼는 무엇인가? 내가 평생 두려워서 도망치려 했던 그 늑대들은 무엇인가? 그 늑대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의 상처와 관련이 있다. 그들로부터 아무리 도망쳐봤자 소용없다, 끝까지 쫓아오므로. 어느 순간엔가는 죽을 각오를 하고, 내 존재 전체를 다 걸고 그 늑대 떼와 맞붙어야 한다.

인생은 예측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런 결전의 순간을 들이대는 것 같다. 몸을 사린다고 피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언젠가는 죽을 힘을 다 해서 용기를 내야만 한다. 숙명으로부터 도망갈 수 없다. 오늘을 살고 죽어라.

일상이 싸움터라면, 그곳의 최대의 적은 누구인가?
바로 나 자신이다.
나 자신을 이기는 자가 진정한 승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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