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우리 삶의 주인이 됩시다―그러니 투표합시다. (2012/12/16)

1. 김연아 경기해설, 한국과 서양의 차이 (출처: 야후)

한국: "저 기술은 가산점을 받게 되어 있어요."
서양: "나비죠? 그렇군요. 마치 꽃잎에 사뿐히 나려앉는 나비의 날개짓이 느껴지네요."

한국: "코너에서 착지 자세가 불안정하면 감점 요인이 됩니다."
서양: "은반 위를 쓰다듬으면서 코너로 날아오릅니다. 실크가 하늘거리며 잔무늬를 겅기장에 흩뿌리네요."

한국: "저런 점프는 난이도가 높죠. 경쟁에서 유리합니다."
서양: "제가 잘못봤나요? 저 점프! 투명한 날개로 날아오릅니다. 천사입니까? 오늘 그녀는 하늘에서 내려와 이 경기장에서 길을 잃고 서성이고 있습니다. 감사할 따름이네요."

한국: "경기를 완전히 지배했습니다. 금메달이네요! 금메달! 금메달!"
서양: "울어도 되나요? 정말이지 눈물이 나네요. 저는 오늘밤을 언제고 기억할 겁니다. 이 경기장에서 유나의 아름다운 몸짓을 바라본 저는 정말 행운입니다. 감사합니다. 신이시여!"


2. 작금의 한국

박근혜 대선 후보의 사진이 표지에 실린 타임 지가 한동안 세간의 화제가 됐다. 타임 지가 그녀를 '독재자의 딸'로 지칭했는지 여부를 가지고 설왕설래가 있었다. 타임 지가 그녀를 '독재자의 딸'로 지칭한 것이 맞다. 그걸 갖고 시비 거는 건 헛된 일이다. 지극히 미국 중심주의적 시각을 견지하며 모회사인 타임워너사의 홍보에 열을 올림으로써 저널리즘의 권위를 잃어가고 있는 그런 시사잡지의 의견에 우리 국민들이 일희일비할 필요는 없겠다. 뭐가 어찌됐든 간에, 박근혜 씨가 독재자의 딸이면서 스스로 유신 독재체제를 못내 옹호해왔으며, 그녀의 지지세력이 체제유지를 중시하는 재벌기업 및 유산층이라는 엄연한 사실을 부인할 수는 없다.

헌데 타임의 박근혜 씨에 대한 기사에는 우리 사회에 대한 다음과 같은 신랄한 비평이 내장돼있었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복지 비용 지출이 가장 낮다; 한국은 OECD 가입국 중 자살률이 가장 높다; 한국은 전세계에서도 가장 경쟁주의적인 교육체제를 갖고 있다.' 우리 사회가 이토록 경쟁이 치열하고 스트레스가 심하다보니 우리 국민들의 인간성이 피폐해지고 있는 것 아니겠는가. 위의 김연아 경기 해설자의 인성처럼.

실로 우리 사회는 '힐링'이 필요한 지경에 처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쟁이 치열한 이 작은 나라를 더욱 심한 경쟁 속으로 몰아온 것이 지난 MB정권이었고, 그 정권이 교육 부문에서 견지해온 것이 '신자유주의'라는 이념이었다. 그리고 그 이념의 전파에 이른바 '뉴라이트' 인사들이 큰 기여를 해왔다. 뉴라이트 인사들은 나의 이런 관점을 순진하다고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는 뉴라이트의 관점에 대해서 여러 해 동안 깊이 반추해왔다. 그래서 내 책 '유진의 학교'에서 뉴라이트의 이상적 정수인 인물로 김재명 회장이라는 사람을 정성껏 주조해냈던 것이다. 나는 뉴라이트가 낡았다고 본다. 세상은 그들이 조망하는 바대로 나아가지 않을 것이다. 우리는 젊은이들의 새로운 생기와 창의성과 상상력을 필요로 하는 시대에 진입하고 있다. 그들이 김연아의 연기를 보고 채점을 하고 있지 않고, 느낄 줄 알도록 도와줘야 한다.


3. 투표합시다!

우리의 삶의 주인이 되기 위하여 우리가 투표해야 한다. 저 위의 엘리트들이 우리 대신 국사를 결정하고 제 멋대로 밀어붙여 '4대강'을 도배하도록 방치해둬서는 안된다. '억압받는 이들의 교수법'을 쓴 파울로 프레이리는 이렇게 선언했다: '사람이 자신의 일에 대한 의사결정을 못하도록 하는 것은 그를 대상으로 전락시키는 것이다.' 우리는 대상이 아니다. 우리는 주인이어야 한다.

그러니 이곳까지 오시는 나의 제자님들, 그리고 길벗님들, 이번 선거 때 꼭 투표합시다. 우리 삶의 주인이 되겠다는 선언을 합시다.



* 참고로, 저는 김연아의 팬은 아닙니다.

'수행일상 2012'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