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나들이

겨울 나들이 (2012/2/2)

1월의 끝 무렵에 가족들 데리고 KTX타고 부산에 가서, 해운대에서 이틀 묵음. 해운대의 정경, 그리고 휴식 중에 떠오른 생각.

자만심은 어리석음을 동반하기 마련이다.

서울의 한 부촌에선 자녀가 서울대를 가려면 '3대 조건'을 반드시 갖추어야 한다는 말이 유행이라고 한다. 3대 조건이란 '할아버지의 재력, 엄마의 정보력, 아버지의 무관심'이다. 할아버지 = 한물 간 정보력; 엄마 = SKY 최고, 우물 안 개구리; 아빠 = 실제 경제 정보력. 고로 실제 정보가 아닌 전통적 서열용 정보에 의해 자녀 양육한다는 말. 그리고 그 서열용 정보가 인생의 자명한 진리인 양 여겨지는 것이 이 사회의 실상.

열망하면 소원은 이루어진다는 옛부터의 믿음은, 그 소원이 진정한 자기실현과 관련된 것이냐의 여부에 따라 해석이 달라진다. 자기실현과 관련된 소원은 반드시 이뤄진다. 인간의 삶 자체가 바로 자기실현의 과정이므로. 그러나 돈 많이 벌고 잘 살게 해달라는 소원은 자기실현과 반드시 관련이 있는 게 아니기 때문에 응답받을 수 없다. 이에 대해 무지한 선동 책자들이 세간에 넘쳐난다.

초월적인 계시는, 그것을 말로써 전파하라고 주어지는 게 아니고, 그것을 직접 살아내라고 주어지는 것이다. 계시 포착 후의 흔한 행동이 길거리 전도다. 말의 헛됨과 위력 양자를 깨달은 후에는 길거리 전도를 멈추게 된다. 그리고 신의 말씀이 자신의 삶이 되도록 산다. 이것이 천로역정의 시작에 불과하다. 그 고행 길을 버틸 수 있게 해주는 것은 믿음, 또는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이다.

서울에 돌아오고 보니 세상이 설국이 됐다. 매일 출퇴근하는 이들에게는 골칫거리인 눈이지만, 계절학기도 끝내고 간만에 쉴 수 있게 된 내게는 기쁨이다. 제대로 된 글을 쓰기 위해 무작정 눈 쌓인 숲속으로 걸어들어가 본다.

'수행일상 2012'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