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해의 정리 (2012/12/28)
©
Suk Hoon Han
1.
일상
인간관계
적이 나를 칼로 찌르느라 자신의 마음에
생긴 상처까지 피흘리며 쓰러져있는 내가 보듬어줄 수는 없는 일이다.
그건 오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상은 적이 더 나를 찌르는 죄악을
범하지 못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헌데 어떻게 그리 도울 수 있을까?:
적을 쓰러뜨림으로써? 아니면 적으로부터 도망침으로써?
시련
나에게
강력한 해악을 끼치는 사람이나 상황을 만난다는 것은, 그만큼 내 영혼이
나의 변화, 또는 성장을 강력하게 주문하고 있음을 뜻한다.
희생
매일
아침마다 하는 꿈 해석. 매일 어렵다. 꿈 해석이 어려운 이유: '쉬운
건 가치가 없으니까.' 지천명에 깨친 삶의 이치 하나: '세상에 공짜란
없다.' 그러므로 뭐든지 이루기를 바란다면 희생이 필요하다. 나는 나의
무엇을 신께 제물로 바칠 것인가?
희망
나의 내적
모순의 극복은 나의 최하의 대극들 사이의 변증법적 통합이 아니라,
나의 최상의 대극들 사이의 통합이어야 한다. 예컨대, 열등감과 우월감
사이의 통합이 아니라, 겸허와 자부심 사이의 통합이어야 한다.
2.
세상
가슴 아픈 '변절'
김지하 시인의 시에 "새봄"이란
시가 있지요..중1 국어교과서에 실린 시인데, 지금도 이시가 있는줄은
모르겠어요.
벚꽃
지는걸 보니
푸른솔이 좋아
푸른솔 좋아하다 보니
벚꽃마저
좋아
이
시를 매우 좋아했었는데, 요즘 행태를 보니 이제 이 시의 진정한 의미를
알겠네요..후회합니다.
친일파
몰아내니
민주파가 좋아
민주파 좋아하다 보니
친일파도 좋아
이런
의미라고 생각되네요... 교사들은 앞으로 이 시를 이렇게 해석하여 학생들에게
가르쳐야 하나요? 친일해도 괜찮고, 재벌들 옹호해도 되고, 인권유린해도
된다는. ('이해의
선물'님의 인터넷 댓글)
아픔의
공감
부자보다 가난한 이들이 더 불우이웃돕기에 열심인 이유는,
전자는 불우함을 경험해본 적이 없기에 추상적으로 그 상황을 짐작만
할 뿐인데 비해, 후자는 자신들이 불우함을 겪으며 살아왔기에 구체적으로
그 상황을 이해하고 연민하게 되기 때문이다. 엘리트가 서민을 위하는
정책을 펴기는 그래서 매우 어렵다.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처절한
현수막을 보았다. 비정규직 노동자 신분으로서 처절하게 공감했다.
그러나
통합
세상은 어쩔 수 없이 불평등할 수밖에 없지만, 있는 자들이
더 삼가하고 측은지심을 갖고, 없는 이들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그런
사회적 분위기, 가치관, 문화가 형성돼야만 한다고 믿는다. 네오 마르크시즘의
신랄한 비판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그런 교육을 만들어야 하고,
만들 수 있다고 믿는다. 다만 그 시기가 너무 늦어버릴까 우려스러울
따름이다.
3. 감사
대학 시간강사, 비정규직
노동자? 아니, 나는 나 자신을 '프리랜서'라고 부른다. '프리' 자(字)
지키려고 정규직 노동자들보다 더 열심히 악착같이 살았다. 십년을 그리
살아오다보니 전혀 예상치 못했던 방식으로, 신비로운 방식으로 내 앞에
이런, 저런 길들이 열리더라. 새로이 열린 작고 비밀스러운 길
하나, 하나가 기적처럼 고마웠고 소중했다. 그래서 그 길 하나, 하나에
내 최상을 바치려고 노력했다. 나의 인간적 약점과 시행착오들에도 불구하고
하늘은 나의 노력을 가상히 여겨주셨나보다. 이제는 비정규직 주제에
'프리' 자 고수하면서도, 분에 넘치게 중요한 일들을 많이 하며 가족들도
먹여살리고 있다.
이 한 해에 주신 하늘의 축복에 고마워 하며,
다가오는 새해를 소년처럼 뛰는 가슴으로 기다린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