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주인이 되는 성찰 (2013/1/28)
 



© Suk Hoon Han                                                                                                                                                                          
 
 

새해 1월이 너무 분주하여 차분히 성찰의 글을 쓸 짬을 내지 못했기에, 수행일상을 대신하여, 연구를 위해 최근에 읽은 책의 구절들 몇 개를 퍼다 놓습니다. 작년에 제가 쓴 책인 <선생이란 무엇인가>의 핵심 주제와 주장을 놀라울 정도로 공유하고 있는 미국 교육자의 명저인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책입니다. 제 책보다 훨씬 예전에 나온 책이므로 그 책의 주장이 제 책의 그것보다 더 '오리지날'일 수밖에 없겠지만 두 책이 주장을 펼치는 방식은 매우 다르긴 합니다. 좀 이상한 말일 수 있지만, 저는 이 유명한 책을 제 책을 집필하기 전에 일부러 읽지 않았습니다. 이유는, '가르칠 수 있는 용기'라는 제목 자체에서 너무 동질감을 느낀 나머지, 그 책을 읽고나면 제 주장이 모두 그 책의 저자의 주장과 그 주장을 펼치는 방식을 따라가게 될 것 같다는 우려가 생겼기 때문입니다. 제 책을 다 쓰고 나서 보니 역시 그 책을 미리 읽지 않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미국 교육자의 이 훌륭한 책은—그러나 번역에서 흠결이 좀 많이 눈에 띕니다만— 교육자의 자기 인식을 최우선 과제로 삼고 있다는 점에서 제 책과 다를 바 없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당신 자신이 되고 싶으면 과거의 인생사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됩니다. 과거에 당신이 존재했던 방식과 당신이 했던 일을 진정으로 당신의 것으로 인정한다면 당신의 현실 인식은 한결 치열해질 것입니다. (파커 J. 파머, <가르칠 수 있는 용기>, p. 78)

저는 제 교사론 수업에서 학생들로 하여금 자신의 과거사를 회상하고 그에 대해 성찰할 것을 요구합니다. 올해에는 이런 방법에 대한 상세한 연구를 수행하기로 돼있기도 합니다.

다음 구절은 한 인간의 진정한 권위가 어디에서 나오는지 잘 표현해주고 있습니다. 바로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되어 본 진정성이 그 원천이라는 말이죠.

[선생이 학생을 지도하는 일에서] 외부에 있는 권력의 도구가 유용하게 쓰이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힘이 좋아도 그것은 교사의 내적 생활에서 나오는 권위에는 필적하지 못한다. 이것을 해석하는 단서는 권위(authority)라는 단어에 있는데 권위는 '저자(author)'를 그 핵심으로 하고 있다. 권위는 자기 자신의 말, 행동, 삶 등의 저자(주인)가 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마음에 들지 않는 일을 주어진 각본에 따라 건성건성 해치우는 사람에게서는 도저히 권위가 나올 수 없다. 교사가 법의 강제적인 힘이나 테크닉에 의존한다면, 그는 권위를 잃게 될 것이다. (같은 책, p. 84)

이번 달에는 요만큼 남의 글에 의존하며 수행일상의 업데이트를 때워봅니다. 제가 이즈음 매우 의미있고 가치있는 일을 해내기 위하여 많은 준비 절차를 밟고 있는 중이라 수행일상을 제대로 쓰지는 못하고 있지만, 아마 머지 않은 미래에 깊고 풍부한 이야깃거리를 풀어놓을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합니다. 남들이 미리 해놓은 일을 따라 하거나, 기존 이론을 되뇌는 게 아니라, 저의 확신과 결론에 터해 저만의 길을 만들어 가려 하고 있습니다. 제 삶의 저자가 되려 함이고, 그럼 진정한 권위까지 얻게 될지도 모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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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위는 자기 자신의 말, 행동, 삶 등의 저자(주인)가 되는 사람에게서 나오는 것이다."

 

'수행일상 2013'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