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법 (2013/8/31)
©
Suk Hoon Han
작년부터
강연 요청이 종종 들어와 대학 캠퍼스 이외의 장소에서도 강의를 하는
일이 늘어났다. 교육자들 대상의 강의가 대부분이지만 일반 시민들이
청중인 경우도 더러 있다. 주로 교육자의 자기인식이라든가 성인(成人)의
자기실현에 관해 강의하고 나면, 청중의 질문 중에 가장 빈번하게 등장하는
것이 이것이다: '다 좋은 말인데, 그렇게 할 수 있는 방법이 대체 무엇인가?'
즉,
교육자가 깊은 자기인식과 성찰을 통해 거듭나고, 성인도 통념에만 사로잡혀
노예처럼 삶에 끌려가지 않고 자신의 삶의 주인이 된다는 게 다 말은
좋은데, 구체적으로 어떻게 해야 그렇게 될 수 있는지 그 방법을 묻는
것이다. 내 대답은 간단하다: '그런 방법 따위는 없다'이다.
나는
황당한 사기를 치는 약장수가 된 걸까? 아니다. 나는 실제로 방법 따위
모른다. 방법은 각자 스스로 찾아가는 수밖에 없다. 누구든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수 있다. 단, 절실하게 원해야만 한다, 이런 찌질한 상태로
살다가 그냥 죽을 수는 없다고 이를 악물어야 한다. 실제로 나는 고통
속에 이를 악물고 버티다가 양악 통증이 심해져서 병원에 가기도 했다.
절실하게 구하면 존재의 도약이 일어난다. 존재의 도약으로 인해 영혼이
몸을 일으켜 세우고 나면, 그는 자신만의 방법을 터득하게 된다. 나뭇가지에서
몸을 던진 새들이 나는 법을 배우듯이, 우주의 심연에 존재를 던진 인간은
자기실현의 방법을 배우게 된다. 그 방법의 가짓수는 사람의 수만큼이나
다양하지 않을까 상상한다.
나의 방법은 책 읽고, 생각하고,
글을 쓰는 등, 대체로 공부 스타일로 시작됐다가 종교적 경배와 묵상을
거쳐 심층 심리에 대한 관찰과 개인적 봉사활동으로 자리를 잡아왔다.
헌데 이런 것들은 '나'가 의도적으로 시도하고, 찾아내고, 추진해온
방법들이고, 나의 의도나 계획과는 아무 관련도 없는 듯 그냥 주어진
'방법'들도 많았다. 그것들은 사건, 만남, 경험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런 후자의 '방법'들은 내가 믿었던 '나'의 역량을 압도하는 것들이어서
나는 헤맸고, 고통스러워 했으며, 어둠의 나락에 빠지는 상태에 이르기도
했다. 그러나 '그냥 주어진' 후자의 방법들이 없었다면 전자의 의도적인
공부들은 아무런 진전을 이루거나 깊이에 이르지도 못했을 것이라는
점을 이제는 잘 이해한다. 그 모든 것이 방법으로써 주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나는 '방법'이란 나와 신이 합작하여 만들어가는 커리큘럼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영혼이 이끌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한다. 또는 나의 참된 자기의
강력한 요청에 반응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그 누구에게도
감히 그 방법을 가르쳐줄 수가 없다. 단지 그런 방법을 스스로
구하여 더 온전한 자기를 만들어가는 일의 가치와 중요성에 관하여 지루하게
떠들 수밖에 없겠다. 앞으로는 청중의 존재의 도약에 대한 절실함에
불을 지피는 내용으로 강의를 개발해야 겠다는 생각도 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