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실주의의 협소함 (2013/5/27)
 

© Suk Hoon Han                                                                                                                                                                          
 
 

노자 도덕경 말씀 중에, 도(道)의 가르침을 들었을 때의 반응에 따라 사람들을 세 무리로 나누는 구절이 있다. 상급은 도를 들으면 그대로 실행한다. 중급은 반신반의한다. 그리고 하급은 크게 비웃는다. 하급이 크게 비웃지 않으면 도가 아니라 한다.

과연 나는 상급일까? 스스로는 그리 믿고 싶지만, 글세, 자기애적 과대망상일런지도. 어쨌든, 내가 중급이었던 시절은 확연히 기억한다. 나는 하급이었던 적도 있을까? 스스로는 부인하고 싶지만, 글세, 완전한 착각일런지도.

세상에 하급이 많은 건 확실하다. 어떤 이가 하급으로 살아가고 있는 것이 선천적이거나 숙명인지 어쩐지 나는 모른다. 나는 오로지 후천적 교육의 힘을 믿고 살아갈 뿐이다. 따라서 내 임무는 내 학생들이 하급이 되지 않게 막는 데 있기도 하다.

현재 하급으로 보이는 이들, 자기실현이라는 '도'를 크게 비웃는 이들에게 어떤 앎을 부추겨줄 수 있을까? 이런 고민이 내 소임이다. 혹시 그들에게 다음과 같은 말이 조금이라도 약발이 있을까?: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참된 자기를 찾는 것(자기실현)이라는 가르침을 전해준 이른바 인류의 '4대성인'인 석가, 공자, 소크라테스, 예수 같은 이들이 전부 쓸데없는 헛소리를 한 자들인가? 그런 비현실적인 '헛소리'를 죄다 인류사에서 지워버리고, 전인류가 열심히 돈만 벌고 개발 삽질만 하게 된다면, 그럼 그런 세상이 마음에 들겠는가? 그런 세상에서 너의 자식이 살기를 바라는가?'

'수행일상 2013'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