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 (2014/4/25)
 

현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게 되는 수많은 젊은 대학생들에게 교육자로서의 임무를 다하겠다며 이른바 '지배 계층'의 시각도 전해주려 노력해왔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이승만-박정희로 이어지는 권위주의 정권의 후계자들을 매우 싫어 하면서도, 이른바 '산업화 세력'의 자화자찬의 논리도 고려해보라고 권해줬습니다. 속으로는 네오막시스트들의 신랄한 자본주의 비판에 동조하면서도 우리에겐 '삼성'도 필요하지 않냐며 '현실주의'도 옹호해줬습니다. 교사가 주인이 되는 대안적 교육과정을 가장 좋아하면서도 중앙의 교육부의 '기능'을 동정해줬습니다. 헌데 지금의 이곳이 6.25의 사지를 겪어낸 분들에게는 살만 한 좋은 나라일지 모르겠으나, 자식과 가족을 진도 앞 바다에 수장시킨 세월호 피해자 부모와 가족들에게는 지옥입니다. 그들 가족 수천 명에게는 이곳이 곧 지옥입니다. 그들 가족 수천 명에게 이곳이 살만 한 좋은 나라라고 말하는 것은 인간이 할 짓이 아닙니다. 그 가족들을 지켜보는 수많은 한국인들에게도 지옥의 고통이 느껴져옵니다.

더는 제 학생들에게 우리나라도 '이만 하면 그럭저럭 잘해온 것 아니냐'는 보수 우파적 착시를 '인식의 확장을 위해' 고려해보라고 권해주지 못하겠습니다. 80명 구했으면 잘 한 것 아니냐는 한 관리의 인식이 떠오릅니다.

이번 세월호 침몰 사태와 관련돼서 나타난 업자들의 탐욕과 철저한 도덕성의 부재, 그리고 정부 각 부처와 책임자들의 믿기 어려운 무책임과 무능력, 나아가 그 두 세력 간의 썩은 악취가 진동하는 결탁 관계 등을 볼 때, 대한민국호가 침몰했다는 사람들의 탄식이 과장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기성세대의 총체적 부패 앞에 그들에 대한 희망을 접습니다. 물론, 나도 기성세대고 '산업화 세력'이 안겨준 물질적 풍요의 수혜자입니다. 그러니 지배 세력의 '기여'에 대해 재고해보라는 말을 해왔겠지요. 다시 한 번 채현국 선생님의 기성세대에 대한 준엄한 질타를 떠올립니다. 희망은 젊은 세대에게서나 찾겠습니다.

아름다운 연꽃을 바라보며 영적인 수행에 집중하고 싶었으나, 지금 내가 바라봐야 할 것은 지옥 속에서 신음하고 있는 내 이웃들의 고통입니다. 이러한 지옥을 만들어낸 이 나라의 병폐들을 잊지 않기 위해 싸이트 입구 화면에서 아름다운 연꽃 사진을 내리고, 침몰하는 세월호의 고통스러운 사진을 걸어두겠습니다. 저 뱃속에서 아직 살아있었던 수백 명의 젊은 생명을 잊지 않고자 합니다.

깊이, 깊이 애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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