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톰: 과학의
힘, 정의의 승리 (2014/8/15)
©
Suk Hoon Han
[원고발췌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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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의 세 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수행일상 글을 쓰기가
어려워, 당분간은 현재 집필
중인 원고의 일부를 여기에 게시하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예전의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의 내용을
소재로 삼아, 한 중년 남성의 자기성찰의 과정을 심층심리학적으로
그려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영성을 건드릴 것이고, 또 성인용입니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대부로 불리는 테즈카 오사무의 ‘우주소년 아톰’(일본어
‘테츠완 아토무’)은 한국에서도 선풍적인 인기를 끈 작품이다. 1970년에
TV에서 방영된 이래로 몇 번 리메이크돼서 J의 세대뿐만 아니라
20세기말에 아동기를 보낸 이들에게도 친숙하다. J의 기억 속에서
가장 강렬한 감흥을 유발시키는 70년 판 ‘아톰’의 한 부분은 어린이들이
합창으로 힘차게 불렀던 도입부의 주제가이다.
푸른 하늘
저 멀리, 날아라 힘차게 날으는
우주소년 아톰, 용감히 싸워라.
착하고
올바르게, 랄랄라 착하고 올바르게
과학의 힘 정의의 승리, 우주소년
아톰.
무슨 연유에서인지, 전두환의 5공 때인 1983년에
TV에서 방영한 리메이크 물에서는 원조 주제곡의 멜로디는 거의 유지됐으나
기존의 노랫말이 개작되어, “착하고 올바르게”와 “과학의 힘, 정의의
승리”라는 부분이 삭제되고 “언제나 즐거웁게”가 삽입됐다. ‘언제나
즐거운’, 아니 언제나 즐거워하기만 할 것을 강요하던 3S (스포츠,
섹스, 스크린) 문화정책을 내건 군부독재 치하에서는 “착하고 올바르게”와
“정의의 승리”마저도 어린이들에게 들려주기에는 너무도 불온한 용어였던
것일까? 허나 바로 그 삭제된 부분이 아직도 J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아톰’의 핵심이다.
일곱 살 먹은 J는 진실로 ‘착하고
올바르게’ 살고 싶었다. 아톰과 같은 놀라운 ‘과학의 힘’을 흠모하여
배우고, 초능력으로 착한 사람을 구별해내어 그들을 돕는 아톰처럼 ‘정의의
승리’에 기뻐하는 훌륭한 사람이 되고 싶었다. 바로 그런 고귀하고도
숭고한 목표를 어린이들이 힘차게 “푸른 하늘 저 멀리~”라고 합창하며
꿈꾼다는 것이 지금도 그를 가슴 벅차게 한다. 타락하고 불의가 판치는
이 세상에다 대고 순수한 어린이들이 이상을 합창한다는 것이 그를 매혹시켰다.
아톰 주제곡을 들을 때면 J가 가장 좋아했던 계절인 5월에 “날아라,
새들아~ 푸른 하늘을, 달려라 냇물아, 푸른 벌판을~”이라며 ‘어린이
날’ 노래를 부를 때와 똑같이 가슴이 벅차올랐다. 초등학생 시절, 집안의
어른과 학교의 선생님도 아이들에게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라고들 했다.
늘 학교의 ‘글짓기’ 숙제에다 그런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고 쓰고,
그런 이가 되기를 꿈꿨다. ‘우주소년 아톰’ 에피소드 한 번 보는 것이
‘바른생활’ 교과서 몇 권 떼는 것보다 더 강력한 도덕교화적 효과가
있었다. 아이는 착하고 올바르고 힘센 아톰을 진심으로 닮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40여 년 전 일이다. 오십이 넘어 돌아보면,
착하고 올바르게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었는지 참담한 기분마저 든다.
빛나는 과학의 힘을 배우고 싶었던 순수했던 열정은 인생의 뒤안길 어디로인가
사라져버린 지 오래다. 정의는 과연 승리하는가? 모르겠다. ‘아톰’은
죽었다. 그 죽은 아톰이 왜 여전히 그의 가슴을 벅차게 하는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