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고6

아톰: 스칼라 에피소드 (2014/9/20)

[원고발췌 6]

* 저의 세 번째 책을 집필하고 있기 때문에 따로 수행일상 글을 쓰기가 어려워, 당분간은 현재 집필 중인 원고의 일부를 여기에 게시하겠습니다. 이 책에서는 예전의 애니메이션과 만화책의 내용을 소재로 삼아, 한 중년 남성의 자기성찰의 과정을 심층심리학적으로 그려보고자 합니다. 궁극적으로 영성을 건드릴 것이고, 또 성인용입니다.

과거 세계로의 시간 여행을 다룬 이 에피소드에서는 아톰이 우주 저편의 머나먼 별에서 온 외계인인 스칼라라는 젊은 여성과 친구가 되어 낯선 환경에 적응해 가는 장면이 나온다. 이 여성 캐릭터가 매우 독특하다. 자신의 별에서 최고의 과학자의 여인이었던 스칼라는 연구밖에 모르는 지루한 남자에 싫증이 나서 도전적인 사업가의 유혹에 넘어갔다가 결국엔 두 남자를 다 버리고 모험을 좇아 지구까지 날아오게 된다. 지구로 오면서 자신의 별에서 원래의 모습이었던 메뚜기형 신체가 지구인의 모습으로 변화된 이 여인의 이야기를 사춘기에 막 돌입하던 12세 무렵에 읽은 J는 여성이란 존재에 대한 묘한 의문을 품게 됐다. 40년이 흘러 다시 완간된 아톰 만화책을 모조리 구입해 다시 읽다보니 J는 스칼라 이야기가 작가 테즈카의 탁월한 상상력을 유감없이 보여주는 데 그치지 않고, 아동용으로는 너무 깊은 내용을 품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외전을 S도 읽었다는 걸 확인하고 J는 스칼라라는 인물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피력했다.

“난 여자란 자신을 안정되게 먹여 살려줄 남자를 찾는 이들이고, 남자는 그 여자를 먹여 살리기 위해 세상과 싸우느라 상처 입은 자신을 위로해줄 여자를 찾는 자들이라는 생각을 오래 해왔어. 아, 물론 현실에서는 남자는 상처를 입어도 여자에게 그렇다고 말을 할 수가 없고, 그렇다 보니 실제로 남자가 여자의 위로를 받게 되는 일은 안 일어나지만 말이야. 또는 상처를 입었다고 여자에게 말하는 순간 남자의 매력이 사라져서 여자가 등을 돌리기도 하고, 흐흐. 그건 그렇고, 남자에게 의존하는 여자의 속성에 대한 나의 이런 생각이 백 프로 보편타당하다는 건 아니야. 왜냐면 우리 어머니의 경우, 먹여 살려줄 남자를 구했지만 거기서 그치지 않고 자기만의 뭔가를 계속 더 추구했거든. 내가 기억하는 예전의 우리 어머니 말씀 중 하나가 ‘여자도 꿈이 있단다’였어.”

S가 주저없이 말했다.

“실장님 말씀은, 스칼라가 안정된 삶 너머의 꿈을 추구했던 여성상을 대변한다는 건가요? 그러고 보니 스칼라라는 이름 자체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여주인공인 스칼렛 오하라의 합성어라는 추측이 드는군요. 헌데, 스칼렛 오하라가 일면 남자에게 의존하면서도 그 의존을 뛰어넘어 자기만의 존재를 천명하려 했던 이중적인 여성이라고 볼 때, 아톰의 스칼라 또한 그런 것 같기도 하지만, 어찌 보면 남성에 대한 의존성 자체를 아예 폐기해버린 초월적 인물은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자신을 원하는 두 남자를 다 버리고 머나먼 별로 모험의 길을 떠나버리니까요.”

“흠..... 스칼렛 오하라의 극복이라! 흐흐흐, 스칼라가 S와 비슷한 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건 왜지?”

“글쎄요, 그건 저는 모르겠는데요.”

S는 탈락된 지원자를 내쳐버리는 냉정한 심사위원과 같은 미소로 답했다.

“내 짐작에는 말야, 테즈카 오사무가 젊었을 때 스칼라 같은 여성에게 차였던 것 같애, 큭큭. 그러니까 만화 속에서 스칼라가 버리고 떠난 외계인 과학자가 어쩌면 오사무 자신일지도 몰라. 오사무가 원래 의사였다잖아.”

“아하! 그러고 보니 일리가 있는 말씀이네요! 저는 스칼라가 매력적이던데, 실장님은 안 그러시겠죠?”

“아니, 나도 스칼라가 묘하게도 매력적이라고 생각했었어.”

전혀 우스운 이야기도 아니건만, 둘은 이렇게 말하고 매우 즐겁다는 듯이 웃었다. 웃음기가 가시지 않은 목소리로 S가 말했다.

“정말 우린 닮았네요.”

+ 언제나 애정어린 눈으로 내 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벗에게: 윗 글은 내가 읽어봐도 자네 말대로 별로 재미가 없네만, 이런 재미없는 내용을 재미있게 엮어보려고 엽기적이고도 쎅시한 드라마적 장치들을 별도로 열심히 만들고 있으니 책이 나올 때까지 인내심을 갖고 지켜봐주게나.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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